임병묵/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최근 한·양방 협진을 표방하는 병원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존에 한방병원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협진이 일부 공공병원들로 확대되었고 2008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요양병원들은 대부분 한·양방 협진을 내걸고 있다.
병원들이 한·양방 협진을 표방하는 이유는 의료소비자들의 수요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작년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방 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72.9%가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양방 협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0년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부산지역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2%가 한·양방협진을 이용할 의사를 보였다.
의료소비자가 기대하는 한·양방 협진은 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할 때 한방과 양방의 장점을 잘 결합해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한·양방 협진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환자들에게 편익을 줄 수 있는 임상적 사례들은 의료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손목이나 발목이 삐어서 침을 맞으러 온 환자에게 침 치료를 하기 전에 초음파나 엑스레이로 골절 여부를 확인해서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척추질환의 경우 심각한 디스크 탈출의 경우가 아니면 양약으로 진통효과를 보조하면서 침이나 추나요법으로 진통과 자세교정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고 의료비도 절감하는 사례들이 있다. 또한 급성기 뇌졸중환자를 관리할 때 항혈전제와 항고혈압약을 투여하면서 침, 한약을 병행하여 운동기능의 회복시키는 협진 형태는 많은 한방병원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2004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브라이언 버만 박사팀이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골관절염 환자들에게 기존 양방에 침치료를 추가했을 때 양방 단독치료에 비해 통증감소와 기능회복에 더 효과가 있었음을 입증한 바 있다.
비전문가인 환자의 선택에 달려 있어
최근 싱가포르 연구팀도 화학요법을 받는 암환자들이 경구용 보완대체요법을 병행한 경우 입원일수와 항생제사용량이 줄었다고 보고하고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연구에서 침이나 한약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서 양방치료의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치료효과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료현장의 모습은 이런 이상적인 사례와는 거리가 멀다. 한방, 양방으로 엄격히 이원화된 의료시스템 속에서 환자들은 상대 의료에 대해 불신하고 비하하기까지 하는 의사와 한의사들을 만나게 된다. 어느 의사를 선택할지, 한방과 양방을 병행할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비전문가인 환자의 선택에 달려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바람직한 한·양방협진을 가로막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첫 번째는 협진과 관련한 제도의 미비를 들 수 있다. 다행히 2010년 1월, 의료법이 개정되어 양방병원에 한방과를 설치하고 한의사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 한방병원에서도 양방 진료과를 설치하고 의사를 채용함으로써 병원 내의 한·양방협진을 촉진하려는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한·양방 치료에 대해 선행 치료에 대해서만 급여로 인정하고 있어 협진을 이용하는 환자는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협진의 전 과정이 급여로 인정되고 상호 의뢰가 촉진 되도록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 한·양방협진에 대한 연구결과가 미비한 것도 협진을 활성화하는데 큰 걸림돌이다. 서구에서 보완대체의학과 관련한 연구는 활발하지만 침, 한약 위주의 우리 실정에 활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다양한 질환과 증상에 대해 한·양방협진의 효과와 안정성을 규명하는 연구사업에 대해 정부지원을 늘려야 한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세 번째 의사든 한의사든 한 사람이 양쪽 영역을 필요한 수준에서 결합해서 시술하는 형태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양방 복수면허 취득을 간편하게 하고, 기존 한·양방 의사들에 대해 추가 교육과 상호간의 업무영역 개방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양방협진에 대한 의료소비자의 높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한방 급여확대, 천연물신약 사용권 등을 둘러싸고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협조관계를 맺도록 노력해가길 양 단체에 당부하는 바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