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천수답 경제는 이제 그만

지역내일 2012-07-31

박현채/한남대 객원교수/전 연합뉴스 논설고문

요즈음에는 '세계는 하나' 라는 말이 정말로 실감이 난다. 유로존 내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재차 부각되면서 경제 위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재점화된 재정위기 불씨가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로 옮겨 붙으면서 이들 국가가 순차적으로 폭발할 시한폭탄으로 간주되더니 이제는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유로존 내 최상위 신용등급 국가도 흔들린다.

유로존 위기의 안전망 역할을 해온 유럽연합(EU)의 돈줄인 유럽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마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기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유로존의 위기는 유로화를 쓰지 않는 비 유로존 국가인 영국과 러시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실정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률이 3년만에 '바오바(保八)'를 깨고 7%대로 낮아지는가 하면 미국의 기업 실적도 주저앉고 있다. 세계 경제의 3대 축인 유럽 미국 중국 모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는 제도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단순한 통화정책만으로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만 속도가 느려 상당한 우여곡절을 거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옥수수와 밀, 콩 등 주요 곡물의 국제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니 세계 경제는 가히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 하겠다.

특히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거나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제는 태풍권에 근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한국경제는 유로존 위기에 따른 세계 교역 축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에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0.7%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고 6월의 경상수지는 국제원자재 값 하락에 힘입어 월별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다.

정책은 타이밍 중요, 선제적 조치 긴요

그러나 경상수지가 수입 급감에 힘입은 불황형 흑자였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똑같은 정책이라도 심리에 따라 그 효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소비가 진작되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돼 당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 상례이나 지난 12일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13개월이나 동결해 온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는데도 오히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는 성장세 둔화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기 보다는 경기전망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나쁜 것이 아니겠느냐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은 타이밍이 무척 중요하며 미리미리 적절히 대처하는 선제적 조치가 긴요한 것이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 별 반응이 없다면 그것은 실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4개월 여 남겨두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행정부 관리들도 소관 업무보다는 줄서기에 신경을 쓰는 정치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오죽하면 주변 인사들의 잇단 구속으로 절름발이 신세로 전락한 MB대통령이 최근 끝장토론을 직접 주재하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질타하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시의적절한 경제대책 마련을 독려했겠는가. 이럴 때 일수록 관료들은 마음을 다잡고 공복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

애그플레이션에 세심한 주의를

특히 지금은 애그플레이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현대사회의 필수품인 석유가 없을 경우, 상당한 불편이 있더라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지만 식량 없이는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 인간사회다.

더구나 곡물은 국제거래의 80~90%를 차지하는 메이저들의 농간이 무척 심한 분야다. 벌써부터 투기세력이 국제곡물가격 인상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라면 등 국내 식품가격이 들먹이고 있다.

식량무기화에 대비하는 전략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경제가 천수답 경제가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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