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수 3년만에 감소 … 임원 수는 오히려 증가
증권사의 이율배반 … 긴축경영하며 전망은 '장밋빛'
여의도 증권가에 다시 감원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부터 위험관리 차원에서 직원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 자리는 오히려 늘었지만,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직원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63개 증권사의 전체 직원 수는 작년 말 4만2682명에서 올해 1분기 말 4만2388명으로 0.7% 감소했다.
감소폭이 작은 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증권사 직원 수가 줄어든 것은 리먼 사태의 혼란이 한풀 꺾인 2009년 2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요즘처럼 살벌한 증권가 분위기는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1~3월에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순감한 증권사는 동양증권이었다. 3000명에서 2922명으로 줄였다.
미래에셋증권(-69명), 삼성증권(-31명), 현대증권(-25명) 등 대형 증권사들이 뒤를 이었다.전체 직원 대비 감원 비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유화증권으로 직원이 98명에서 88명으로 10명(10.2%) 감소했다. 한양증권(-7.2%), 리딩투자증권(-6.4%), IBK투자증권(-3.7%) 등 중소형증권사들이 조직을 큰 폭으로 축소했다.
모든 증권사가 일제히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76명), 신한금융투자(36명), 키움증권(29명) 등 올해 1분기에 직원 수가 순증한 회사들도 있었다.
'감원 폭탄'은 주로 계약직 직원들한테 떨어졌다.
63개 증권사의 정규직 직원 수는 작년 말 3만4338명에서 올해 1분기 말 3만4282명으로 0.2% 줄어드는 데 그친 반면에 계약직 직원 수는 8166명에서 7916명으로 3.1% 감소했다.
정규직은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계속 증가해 14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지만, 계약직은 그동안에도 분기마다 오락가락할 정도로 고용 유연성이 높았다.
반면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 감사를 포함한 증권사 임원 수는 1023명에서 1085명으로 오히려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증권사들의 인력 축소에 대해 각 회사들은 '통상적인 인력 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어두운 세계 경제 전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미국과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들도 지난해 여름부터 장기 불황에 대비해 공개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시황이 불투명해지자 주식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국내 증권사들도 1분기부터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며 "비용을 줄이려 인프라를 포기하는 등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위험을 감지하고 긴축경영에 돌입하면서도 리서치 보고서 등을 통해 긍정적인 전망을 남발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부터 직원을 눈에 띄게 줄인 A증권사의 경우 올해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비 온 뒤 하늘이 개는 우과천청(雨過天晴)의 시장을 기대한다"며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올해 1~3월 직원을 70명 가까이 순감한 B증권사도 작년 말께 "2012년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30.6%"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가 하락 위험보다 상승 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증권사들의 내부 감원과 장밋빛 전망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장삿속에 휘둘려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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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이율배반 … 긴축경영하며 전망은 '장밋빛'
여의도 증권가에 다시 감원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부터 위험관리 차원에서 직원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 자리는 오히려 늘었지만,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직원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63개 증권사의 전체 직원 수는 작년 말 4만2682명에서 올해 1분기 말 4만2388명으로 0.7% 감소했다.
감소폭이 작은 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증권사 직원 수가 줄어든 것은 리먼 사태의 혼란이 한풀 꺾인 2009년 2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요즘처럼 살벌한 증권가 분위기는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1~3월에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순감한 증권사는 동양증권이었다. 3000명에서 2922명으로 줄였다.
미래에셋증권(-69명), 삼성증권(-31명), 현대증권(-25명) 등 대형 증권사들이 뒤를 이었다.전체 직원 대비 감원 비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유화증권으로 직원이 98명에서 88명으로 10명(10.2%) 감소했다. 한양증권(-7.2%), 리딩투자증권(-6.4%), IBK투자증권(-3.7%) 등 중소형증권사들이 조직을 큰 폭으로 축소했다.
모든 증권사가 일제히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76명), 신한금융투자(36명), 키움증권(29명) 등 올해 1분기에 직원 수가 순증한 회사들도 있었다.
'감원 폭탄'은 주로 계약직 직원들한테 떨어졌다.
63개 증권사의 정규직 직원 수는 작년 말 3만4338명에서 올해 1분기 말 3만4282명으로 0.2% 줄어드는 데 그친 반면에 계약직 직원 수는 8166명에서 7916명으로 3.1% 감소했다.
정규직은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계속 증가해 14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지만, 계약직은 그동안에도 분기마다 오락가락할 정도로 고용 유연성이 높았다.
반면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 감사를 포함한 증권사 임원 수는 1023명에서 1085명으로 오히려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증권사들의 인력 축소에 대해 각 회사들은 '통상적인 인력 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어두운 세계 경제 전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미국과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들도 지난해 여름부터 장기 불황에 대비해 공개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시황이 불투명해지자 주식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국내 증권사들도 1분기부터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며 "비용을 줄이려 인프라를 포기하는 등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위험을 감지하고 긴축경영에 돌입하면서도 리서치 보고서 등을 통해 긍정적인 전망을 남발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부터 직원을 눈에 띄게 줄인 A증권사의 경우 올해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비 온 뒤 하늘이 개는 우과천청(雨過天晴)의 시장을 기대한다"며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올해 1~3월 직원을 70명 가까이 순감한 B증권사도 작년 말께 "2012년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30.6%"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가 하락 위험보다 상승 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증권사들의 내부 감원과 장밋빛 전망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장삿속에 휘둘려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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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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