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바샤르 엘 아사드 독재 정권의 민간인 학살이 1년 반째 계속되고 있다. 그 희생자수가 지난 주말로 무려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많다. 반정부 시위자들에 대한 정권의 보복 학살 성격이 짙다. 세계의 여론이 분노하고 한목소리로 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외치는 이유다.
그래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사드의 냉혈적인 학살을 저지하기 위해 금년 2월23일 전임자인 코피 아난을, 시리아 사태를 수습할 특사에 임명했다. 아랍연맹도 코피 아난에게 같은 임무를 위임했다. 유엔과 아랍권이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게 됐다. 반기문 총장은 전임자의 외교성과에 기대를 걸만 했다.
그런데 코피 아난이 3일 갑자기 시리아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이달 말 특사임기가 끝나면 시리아 임무를 그만두겠다고 발표해서 그의 외교성과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세계평화를 증진하고 인권을 보호할 유엔의 사명 수행에 실패했음을 자인한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르몽드가 예견한대로 "유엔 외교의 창피스런 실패"였다.
코피 아난은 자신의 외교 노력이 실패하게 한 첫째 책임이 이견(異見)을 조정하지 못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이 학살을 자행하는 아사드 정권을 축출할 수 없게 했다는 것이다.
유엔은 작년 봄 비슷한 행위를 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에 대해서는 안보리를 통해 군사개입을 단행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그 결의에 찬성했다. 그런데 두 나라는 1년 뒤 카다피보다 자국민을 더 탄압하고 학살하는 아사드 정권을 제재하는 데 반대였다.
유엔외교의 창피스런 실패
러시아 언론인이며 정치학자인 잡지 <국제정치와 러시아="">의 주필 표도르 루키아노프에 의하면 러시아가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군사개입 결의에 반대한 것은 흔히 말하는 러시아 무기를 구입하는 고객에 대한 배려에서가 아니라 중동 문제를 다룰 때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외교 행위라는 것이다. 루키아노프는 작년 유엔의 리비아 군사개입을 러시아가 찬성했지만 리비아 사태가 해결된 후 서방 열강은 러시아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러시아의 행동에는 서방 열강의 책임도 있다는 시사다.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금년 들어 동중국해 도서문제로 긴장이 높아진 정황을 고려하면 중국의 입장은 자명해진다.
아사드 정권을 보는 아랍권의 시각은 한결 같지가 않다. 독재에 항의하는 민주화 요구에는 대부분 찬성이지만 외부세력의 개입에 의한 정권 축출에는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 코피 아난의 시리아 사태 처방에 대한 아랍권의 반응도 갈라진다. 아랍 내 수니파 국가와 시아파 국가 간의 종교적 대립도 심각하다. 시리아 인구는 종교적으로 75%가 수니파이며 시아파에 가까운 집권세력의 알라위파는 12%에 불과하다.
수니파의 종죽국인 사우디가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의 개입이 없더라도 "아랍권 내의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상황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지금 반군은 수도 다마스쿠수와 제2도시 알레포에서 정부군과 대결할 정도로 병력을 구축했다. 내전 상태다. 좀더 첨단 무기를 공급 받을 수 있다면 정권 장악도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슬람주의 세력의 부활에 대한 아랍 집권층과 강대국들의 공포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아랍의 봄" 이후 무너진 구체제를 대체한 신 정치세력이 대부분 이슬람주의 조직들이다. 튜니지와 에집트에서 선거로 국회의 다수를 점거하고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성공한 무슬림형제회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무슬림교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새로 부활한 이슬람주의 단체들이 자국의 무슬림에 영향을 미쳐 정치적 불안의 요인이 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내전상태, 반군이 정권 장악할수도
그러므로 러시아와 중국도 서방이 주도하는 유엔의 시리아 개입은 반대하지만 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의해 붕괴되는 상황도 우려한다. 그래서 이들도 믿을만한 중재자를 통한 연착륙 정권 이양을 선호할 것 같다. 러시아와 중국이 코피 아난의 퇴장 선언에 당황하고 조속한 그의 후임자 지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초조한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코피 아난의 갑작스런 협상 포기 선언이 시리아 사태의 연착륙 해결을 재촉하는 선순환의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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