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40% 뛰어 … 엘니뇨 주의보 6월부터 발효, 본격 영향권
미국 55년만에 가뭄 … 환경 위한 바이오연료 사용도 곡물가격 자극
엘니뇨 현상으로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8년이후 2년마다 돌아오는 식량위기는 사실상 '상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갈수록 위기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어 우려된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양대기청이 지난 6월에 엘니뇨주의보를 발령하고 하반기 중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50%로 평가했다. 실제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남미 등 주요 곡물생산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이상기후의 공습 = 엘니뇨 현상은 적도지역 중앙과 동쪽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무역풍이 약해져 정상적인 대기흐름이 이뤄지지 않게 됨에 따라 이상기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호주 등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어지는 반면 적도지역 태평양중부 멕시코북부 미국남부 남미중부 등은 홍수 등 강수량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83년, 86년, 97년, 98년, 2002년에 불어닥친 엘니뇨는 농산물 작황을 떨어뜨리고 신흥국 수요증가, 투기자금 유입, 에탄올용 수요 증가 등과 함께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조용했던 엘니뇨의 공습은 다시 2008년부터 시작했다.
올 6월초까지만 해도 국제곡물 수급과 가격 전망이 낙관적이었다. 엘니뇨가 낳은 가뭄의 영향이 6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식량가격 급등을 불렀다.

◆전방위 가뭄 = 옥수수 밀 대두 등 주요 3대 곡물 가격이 모두 가뭄 탓에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기준으로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40.6%를 차지하는 미국과 브라질(14.2%) 우크라이나(14.2%) 아르헨티나(13.2%) 등 옥수수 수출 1~4위 국가가 모두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농림부는 지난달 세계 옥수수생산이 예상보다 두달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5.3%(4660만톤) 줄어들 것으로 수정했다. 밀 역시 미국(28.5%) 호주(23.0%) 러시아(21.3%)가 모두 가뭄의 영향을 받아 생산량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랄 시베리아 지역과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지역의 가뭄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두는 브라질(36.7%) 아르헨티나(7.8%) 파라과이(3.1%) 등 수출규모가 많은 남미지역에서 연초부터 가뭄이 발생해 가격상승이 이어졌고 7월 이후엔 미국(36.5%)까지 가세해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풍부한 유동성, 투기세력 몰려 = 전세계가 유동성 과잉 상태에 빠져있어 이익이 날 것으로 보이는 곳에 투기세력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투기세력은 애그플레이션의 단골손님이다.
가격상승폭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옥수수 선물시장의 투기자금 순매수포지션이 급등했다. 6월 5일에 비해 7월 24일엔 2.4배나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밀과 대두 선물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투기세력이 곡물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이는 곡물가격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케트처럼 오르고 깃털처럼 떨어져 = 곡물가격은 앞으로 빠르게 또 많이 상승하지만 떨어질 때는 천천히 조금만 하락할 전망이다.
곡물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국제금융센터는 △곡물 소비 세계 1, 2위 인구대국의 소득수준 향상 △경작면적 축소 △농업투자 감소 △바이오연료 사용 확대 등을 짚었다.
2020년에는 인구가 76억7000만명까지 증가하고 육류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에서 휘발유 등을 대체하기 위해 에탄올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옥수수와 사탕수수 수요가 급증했다.
경작면적이 신흥국의 산업화로 줄어들어 2011년 현재 세계곡물경작면적이 30년전인 1981년의 94%수준까지 낮아졌다. 생산성도 1980년 중반이후의 연구개발투자 저조, 기계화와 관개시설 개발의 미진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9·15 정전사태 이후 전력경보 '주의' 첫 발령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전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9·15 정전사태 이후 첫 ‘주의’가 발령된 6일 서울시내에 설치된 전력수급현황판 앞으로 양산을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주의 단계는 예비전력이 300만㎾ 미만인 상태가 10분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2008년, 2010년과는 다른 2012년 = 2007년4월3일~2008년3월12일까지 S&P곡물가격지수가 103.7% 올랐다.
2010년6월7일~2011년3월4일까지 100.1% 상승했다. 이번엔 2012년6월1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39.6% 뛰었다.
한국은행은 "곡물가격의 고점이 공급이 줄면서 급등한 데다 이에 따른 전이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면서 "2000년대 이후 2008년과 2010년 급등기의 고점과 비슷한 수준에 현재 올라와 있으며 저점 대비 상승폭도 1개월여만에 40%에 달하는 등 상승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진단했다.
노진영 한국은행 국제종합팀 과장은 "현재까지 발생한 주요 곡물의 생육상황을 보면 앞으로 가뭄이 해소돼도 가격하락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가뭄이 지속할 경우 곡물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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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5년만에 가뭄 … 환경 위한 바이오연료 사용도 곡물가격 자극
엘니뇨 현상으로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8년이후 2년마다 돌아오는 식량위기는 사실상 '상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갈수록 위기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어 우려된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양대기청이 지난 6월에 엘니뇨주의보를 발령하고 하반기 중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50%로 평가했다. 실제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남미 등 주요 곡물생산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이상기후의 공습 = 엘니뇨 현상은 적도지역 중앙과 동쪽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무역풍이 약해져 정상적인 대기흐름이 이뤄지지 않게 됨에 따라 이상기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호주 등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어지는 반면 적도지역 태평양중부 멕시코북부 미국남부 남미중부 등은 홍수 등 강수량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83년, 86년, 97년, 98년, 2002년에 불어닥친 엘니뇨는 농산물 작황을 떨어뜨리고 신흥국 수요증가, 투기자금 유입, 에탄올용 수요 증가 등과 함께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조용했던 엘니뇨의 공습은 다시 2008년부터 시작했다.
올 6월초까지만 해도 국제곡물 수급과 가격 전망이 낙관적이었다. 엘니뇨가 낳은 가뭄의 영향이 6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식량가격 급등을 불렀다.

◆전방위 가뭄 = 옥수수 밀 대두 등 주요 3대 곡물 가격이 모두 가뭄 탓에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기준으로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40.6%를 차지하는 미국과 브라질(14.2%) 우크라이나(14.2%) 아르헨티나(13.2%) 등 옥수수 수출 1~4위 국가가 모두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농림부는 지난달 세계 옥수수생산이 예상보다 두달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5.3%(4660만톤) 줄어들 것으로 수정했다. 밀 역시 미국(28.5%) 호주(23.0%) 러시아(21.3%)가 모두 가뭄의 영향을 받아 생산량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랄 시베리아 지역과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지역의 가뭄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두는 브라질(36.7%) 아르헨티나(7.8%) 파라과이(3.1%) 등 수출규모가 많은 남미지역에서 연초부터 가뭄이 발생해 가격상승이 이어졌고 7월 이후엔 미국(36.5%)까지 가세해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풍부한 유동성, 투기세력 몰려 = 전세계가 유동성 과잉 상태에 빠져있어 이익이 날 것으로 보이는 곳에 투기세력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투기세력은 애그플레이션의 단골손님이다.
가격상승폭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옥수수 선물시장의 투기자금 순매수포지션이 급등했다. 6월 5일에 비해 7월 24일엔 2.4배나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밀과 대두 선물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투기세력이 곡물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이는 곡물가격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케트처럼 오르고 깃털처럼 떨어져 = 곡물가격은 앞으로 빠르게 또 많이 상승하지만 떨어질 때는 천천히 조금만 하락할 전망이다.
곡물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국제금융센터는 △곡물 소비 세계 1, 2위 인구대국의 소득수준 향상 △경작면적 축소 △농업투자 감소 △바이오연료 사용 확대 등을 짚었다.
2020년에는 인구가 76억7000만명까지 증가하고 육류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에서 휘발유 등을 대체하기 위해 에탄올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옥수수와 사탕수수 수요가 급증했다.
경작면적이 신흥국의 산업화로 줄어들어 2011년 현재 세계곡물경작면적이 30년전인 1981년의 94%수준까지 낮아졌다. 생산성도 1980년 중반이후의 연구개발투자 저조, 기계화와 관개시설 개발의 미진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9·15 정전사태 이후 전력경보 '주의' 첫 발령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전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9·15 정전사태 이후 첫 ‘주의’가 발령된 6일 서울시내에 설치된 전력수급현황판 앞으로 양산을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주의 단계는 예비전력이 300만㎾ 미만인 상태가 10분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2008년, 2010년과는 다른 2012년 = 2007년4월3일~2008년3월12일까지 S&P곡물가격지수가 103.7% 올랐다.
2010년6월7일~2011년3월4일까지 100.1% 상승했다. 이번엔 2012년6월1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39.6% 뛰었다.
한국은행은 "곡물가격의 고점이 공급이 줄면서 급등한 데다 이에 따른 전이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면서 "2000년대 이후 2008년과 2010년 급등기의 고점과 비슷한 수준에 현재 올라와 있으며 저점 대비 상승폭도 1개월여만에 40%에 달하는 등 상승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진단했다.
노진영 한국은행 국제종합팀 과장은 "현재까지 발생한 주요 곡물의 생육상황을 보면 앞으로 가뭄이 해소돼도 가격하락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가뭄이 지속할 경우 곡물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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