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미지·꼬리자르기·권력사유화 … 원칙과 신뢰이미지 실추
'미워하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의 최근 모습이 갈수록 이명박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권여당의 유력주자가 현직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해서 탓할 순 없다. 문제는 장점이 아니라 단점만 닮아 가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불통이미지'와 '권력의 사유화'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각종 비리에 대해 '시간끌기·꼬리자르기'를 하는 모습까지 너무 흡사하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의 장점이던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불통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근혜는 불통스타일이야" = 7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김태호 후보는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오빤 촌놈스타일, 근혜는 불통스타일"이라며 박 후보의 불통이미지를 비꼬았다.
또 토론회에서도 박 후보를 향해 "MB를 보면 박근혜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소통문제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또 다른 경쟁자인 김문수 후보 역시 박 후보의 소통문제를 거론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는 너무 불통 이미지가 강하다. 전화도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당이 두 번이나 위기에 빠졌을 때 살려낼 수 있었던 비결은 국민과 통한 것인데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또 "저한테 전화하신 적 있나. 저는 맨날 차 안에서 전화 받고 전화하고 팔이 아플 정도로 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공천헌금, 박근혜 측근비리? = 공천헌금 파문에 대한 대처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는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검찰에서 밝혀야 할 문제"라는 첫 반응을 내놓았다. 자신이 비대위원장으로 있었을 당시에 벌어진 사건이고,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알려져 일종의 '박근혜 측근비리'에 가까운 데도 마치 자신과는 무관한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대통령 친형이 구속되고 최측근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개인비리로 치부하고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침묵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대해 기소되고 난 다음에 사과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단 대국민사과를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계속 머뭇거리다가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언론보도가 나온 지 5일째가 돼서야 "이런 의혹이 얘기되는 자체가 참 안타깝다.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 과정도 매끄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캠프를 중심으로 '청와대 기획설'이니 '민주당 기획설'이니 하는 각종 설들이 난무하면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떠넘기더니, 결국엔 박 후보는 빠지고 황우여 대표책임론으로 흘러갔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진상조사도 하지 않은 채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탈당요구와 제명이라는 '꼬리자르기'로 버텼다.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개인비리나 단순 배달사고로 선을 긋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했다. 마치 한일정보보호협정 파문당시 책임자인 장관들은 그대로 둔 채 청와대 기획관과 외교부 실무자를 경질하면서 봉합을 시도하던 모습이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내가 민간인 사찰의 몸통"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소리치던 모습과 닮은 형국이다.
◆화룡점정, 국민은 안다 = 이처럼 최근 위기상황에서 드러나고 있는 박 후보 리더십의 치명적 약점은 결국 대세론에 안주하면서 주변의 인의장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최종책임이 박 후보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공천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천은 쇄신의 화룡점정'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공천장사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 '관리책임의 화룡점정'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보수전략가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도 지난달 초 새누리당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선공후사나 절제된 언행을 보면 공공성이 높아 보이지만 당을 사유화한다는 경쟁자들의 비판에 대해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것 역시 민간인 사찰과 형님권력 등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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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의 최근 모습이 갈수록 이명박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권여당의 유력주자가 현직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해서 탓할 순 없다. 문제는 장점이 아니라 단점만 닮아 가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불통이미지'와 '권력의 사유화'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각종 비리에 대해 '시간끌기·꼬리자르기'를 하는 모습까지 너무 흡사하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의 장점이던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불통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근혜는 불통스타일이야" = 7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김태호 후보는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오빤 촌놈스타일, 근혜는 불통스타일"이라며 박 후보의 불통이미지를 비꼬았다.
또 토론회에서도 박 후보를 향해 "MB를 보면 박근혜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소통문제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또 다른 경쟁자인 김문수 후보 역시 박 후보의 소통문제를 거론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는 너무 불통 이미지가 강하다. 전화도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당이 두 번이나 위기에 빠졌을 때 살려낼 수 있었던 비결은 국민과 통한 것인데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또 "저한테 전화하신 적 있나. 저는 맨날 차 안에서 전화 받고 전화하고 팔이 아플 정도로 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공천헌금, 박근혜 측근비리? = 공천헌금 파문에 대한 대처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는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검찰에서 밝혀야 할 문제"라는 첫 반응을 내놓았다. 자신이 비대위원장으로 있었을 당시에 벌어진 사건이고,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알려져 일종의 '박근혜 측근비리'에 가까운 데도 마치 자신과는 무관한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대통령 친형이 구속되고 최측근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개인비리로 치부하고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침묵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대해 기소되고 난 다음에 사과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단 대국민사과를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계속 머뭇거리다가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언론보도가 나온 지 5일째가 돼서야 "이런 의혹이 얘기되는 자체가 참 안타깝다.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 과정도 매끄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캠프를 중심으로 '청와대 기획설'이니 '민주당 기획설'이니 하는 각종 설들이 난무하면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떠넘기더니, 결국엔 박 후보는 빠지고 황우여 대표책임론으로 흘러갔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진상조사도 하지 않은 채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탈당요구와 제명이라는 '꼬리자르기'로 버텼다.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개인비리나 단순 배달사고로 선을 긋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했다. 마치 한일정보보호협정 파문당시 책임자인 장관들은 그대로 둔 채 청와대 기획관과 외교부 실무자를 경질하면서 봉합을 시도하던 모습이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내가 민간인 사찰의 몸통"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소리치던 모습과 닮은 형국이다.
◆화룡점정, 국민은 안다 = 이처럼 최근 위기상황에서 드러나고 있는 박 후보 리더십의 치명적 약점은 결국 대세론에 안주하면서 주변의 인의장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최종책임이 박 후보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공천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천은 쇄신의 화룡점정'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공천장사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 '관리책임의 화룡점정'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보수전략가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도 지난달 초 새누리당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선공후사나 절제된 언행을 보면 공공성이 높아 보이지만 당을 사유화한다는 경쟁자들의 비판에 대해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것 역시 민간인 사찰과 형님권력 등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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