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오/한국사회책임투자 포럼 교육원장
며칠 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를 하는 한 선배가 더 이상 강의를 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했다. 대학에서 배우고 연구한 경제학 이론들이 현실 경제문제를 풀어나갈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학생들을 속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자책감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이 현실을 해석할 수도 없고 또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고백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과 미래로부터 오고 있는 인류파멸의 불편한 경고인지 모른다. 별나라를 여행하고 유전자의 비밀을 거침없이 정복한 현대과학문명의 시대에 사는 인류가 이 정도 경제적 시련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길지라도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에 대해 인류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인간의 생산 활동과 분배 정의를 사회지속성으로 순환시키는 점에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에서부터 죽을 때 까지 심장에 새겨진 주홍글씨이다.
인간 스스로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경제적 결박을 해결하기 위해 창조한 것이 사회라는 인간 공동체다. 그러므로 사회가 탄생한 이래 경제는 사회의 중심축으로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키는 동력이었다.
20세기 두 차례의 격렬한 세계전쟁과 유일 강대국의 패권적 세계화도 결국은 경제적 동인이 작동하였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실 제대로 해석못하는 경제학
그러나 21세기 지구촌은 더 이상 인류에게 미래의 희망을 꿈꾸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경제는 이미 초인류적 자본주의로 전화하여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세상을 낙원으로 바꾸기는커녕 지구환경의 황폐화가 나타나고, 화석에너지 쟁탈전을 부추키며, 기후변화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등장 시켰다.
경제가 사회와 유리되는 현상도 뚜렷하다. 국경을 넘은 초자본이 금융위기를 촉발시키고 초자본과 결합된 초국적 기업에 대해 어느 사회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는 자본의 논리를 법과 제도로 규정하여 국가운영의 틀로 삼아 국민의 저항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로봇과 기계화로 생산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자본을 축적하고 점점 더 많은 탐욕을 현실화 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인간과의 간격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감지된다. 지난 6월 서울을 찾아온 철학자 지젝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큼 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은 명확하진 않다"고 말했다.
인간의 활동이 사회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테면 '환경파괴는 좋지 않다'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힌 채 환경파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하는 대신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볼품없는 유기농 사과를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이나 쓰레기 분리수거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환경문제의 근본을 외면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낡은 경제학 타파해야
자본주의 경제의 탐욕 앞에 항복하여 두 손을 든 경제학자나, 국민의 생업을 돌보지 않는 정부나, 무한한 무책임으로 현실을 회피하게 하는 종교나 철학도 절망하는 인류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경제가 사회의 여러 측면들과 결합하여 발전을 견인하고 인간의 경제적 속박을 해결해 주는 본래의 기능에서 이탈하여 오히려 사회발전의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거기에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역기능이 현실화 되어 있다면 인류가 최후에 선택해야 할 것은 이러한 낡은 경제를 스스로 힘으로 타파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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