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신뢰 잃은 소비자 물가지수(김진동)

지역내일 2012-09-06

김진동 논설고문

국제 곡물가격과 원유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두 차례의 태풍피해까지 겹쳐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1%대에 머문 것으로 발표됨으로써 소비자 가계의 혼란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체감물가의 고공행진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공식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로 12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에도 1.5% 상승에 그쳤다.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00년 4~5월 이후 처음이다.

태풍 피해 겹쳐 장바구니 물가 비상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안정되어 가고 있다니 소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오히려 장바구니 물가의 폭등을 체감한 소비자들은 물가통계의 신빙성에 머리를 가로 젓는다. 국제 곡물값이 뛰었다는 이유로 관련 식품값이 야금야금 오르고 휘발류 값도 ℓ당 2000원이 넘어섰으며 태풍 탓으로 채소 과일 생선값이 두 배 넘게 올랐는데도 물가상승률이 1%대라니, 말도 안되는 통계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통계꼼수에 속고 있다는 의문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8월 물가상승률이 낮은 이유로 기저효과를 든다. 지난해 8월 물가수준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그 때와 비교해서 상승폭이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작년 8월에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4.7%에 달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정책효과도 톡톡히 봤다.

8월 물가통계에 태풍피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때문에 체감물가와 지수물가 사이에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나게 됐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물가통계에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그래서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생활에 밀접한 시금치(64.2%) 오이(33.8%) 배추(15.7%) 휘발유(8.1%) 경유(2.8%) 수박(55.8%) 등의 상승폭이 컸지만 물가통계 비중이 낮다 보니 통계에 미미하게 반영됨으로써 체감물가와 지수물가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통계구조 아래서 지수물가는 앞으로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경기침체에다 가계부채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위축이 가속되어 물가상승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감물가는 역시 지수물가 추세와는 딴 판으로 고공비행이 예고되어 있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여 에그플레이션 경고가 나온지 오래다. 원유값도 여전히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태풍의 영향으로 채소 과일 수산물 값이 폭등하여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채소는 오르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시금치 쑥갓 아욱은 배 이상 올랐다. 수산물도 거의 50% 이상 뛰었다. 과일류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오를 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주부들은 밥상에 무엇을 올려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고 하소연한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은 이제 일상적인 언사가 되었다. 밥상물가의 급등세 속에서 맞게 될 추석차례는 또 어떻게 차려야 할지 답답하고 겁부터 난다고 걱정이다. 올해도 우울한 조상에 불효하는 추석을 맞게 될 조짐이 역력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보름 정도 늦게 온다는 점이다.

생활물가 안정이 최고의 복지

식품가격의 상승은 저소득층의 가계에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식료품비의 상승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삶을 압박하기 마련이다. 엥겔계수가 치솟고 있는 것도 저소득층의 삶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한다. 엥겔계수는 가계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엥겔계수는 지난해 3분기 15.0%로 상승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경우는 22.8%에 이르렀다. 먹고 살기에 바쁜 나머지 문화 오락 교육비 지출은 줄이지 않으면 안되는 실정이다.

선진국이고 복지국가일수록 기초 생필품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 증산층물가보다 저소득층물가도 낮다. "생활물가 안정이 최고의 복지다". 복지국가를 운운하는 정부나 정치권이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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