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상보육, 새 틀에서 다시 짜야

지역내일 2012-09-11

박덕배/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우리 0~2세 아이들을 무상으로 보육하게 하자는 정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와 지자체간 분담하여 지원되는 보육비용이 지자체의 재정압박으로 인해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던 엄마들조차 어린이집에 맡기기 시작하면서 크게 늘어난 무상보육 비용이 지방 재정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시 서초구가 보육재정이 없다며 손을 들은 데 이어, 10월이면 서울시 전체의 무상보육 재정이 바닥나고, 여타 지자체도 곧 예산 부족으로 무상보육비를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런 지방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고려해 예상치 못한 증가분에 대해선 모두 보전해 주기로 입장을 바꾸면서까지 현재의 무상보육을 '고집'하고 있다.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아동수당,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이에 따라 무상보육 대상자를 축소하여 재정 문제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유층 자녀들까지 정부가 보육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복지 철학이 부족한 재정 전문가들의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동시에 현재 강조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상보육의 실효성도 문제되고 있다. 시설 보육 중심으로 진행되는 편향적이고 일방적 무상보육에 있어 실제 정책 수혜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보육관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곳에 거주하거나, 월소득액이 최저생계비를 넘는 수십만 명의 아이들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당연히 비교적 큰 규모의 정책 예산을 가지고 이익을 보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들이 존재하게 되며 이에 따른 도덕적 해이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무상보육과 같은 중요한 제도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국가의 기본 경영철학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기초 설계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현재의 재정부족이나 실효성 문제 등도 사전에 관계기관간의 협의, 전문가와의 의견수렴, 안정된 재원 확보 계획 등이 없이 정치적 차원에서 급하게 무상보육을 실행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기초가 튼튼한 제대로 된 무상보육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무상보육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일 필요가 있다. 즉, 예산을 걱정하는 정부와 아예 예산이 없다는 지자체, 일부러 어린이집으로 보내기 시작한 부모들과 그 바깥에서 불만족해하는 부모들, 호황을 누리며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어린이집들, 각자 다른 잣대들과 주장들을 내세우는 이익집단들, 이 모두를 수용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 부모들의 요구를 크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양육하고 보육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가 선택권을 가지고 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아동수당(아동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가족에게 지급되는 급여)마저도 이런 공감대 위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에 맞고, 지속가능한 무상보육 모형 기대

현재 우리는 미래를 위하여 가능한 국가 재정을 아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과거 80~90년대 아르헨티나나 최근의 그리스 등에서 보인 복지 포퓰리즘의 결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기초공사가 잘못된 건물은 아무리 도중에 지지대를 세우고, 바람막을 만들어도 언젠가는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물론 다소 시간이 걸리고, 일시 고통스럽겠지만 결단과 공감대를 가지고 새 틀에서 보편적 복지라는 취지에 맞고, 지속가능한 모범적인 무상보육 모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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