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재/한남대 객원교수
최근 들어 한국 경제를 높이 평가하는 낭보가 잇따라 해외에서 날아들고 있다. 마치 우리가 일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달 말께 한국의 신용등급을 경제대국인 일본, 중국과 같은 반열에 올려 놓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피치는 이들 국가보다도 한 계단 더 높게 상향조정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올해 한국의 국제경쟁력 순위도 지난해보다 5단계나 올라갔다. 이러니 우쭐한 기분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국내 금융사와 기업의 해외자금 조달 비용을 감소시키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 6일 최근 1년간의 국책은행 평균 가산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가산금리로 10년만기 달러 공모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 이를 증명해 보였다. 또한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한국국채(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1년새 최저치로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보다 더 낮아졌고 외국환평형채권 가산금리도 2010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위기와 가계부채 과다, 부동산 경기 침체, 국제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수출의 급락과 저성장, 생계비 상승이 예견되고 있는 때에 날아든 이러한 희소식들은 우리경제에 서광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갔다고 해서 당장 수출이 좋아지고 내수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신용등급은 국제경쟁력이나 선진화 수준을 나타내는 수치라기 보다는 대외채무 상환 능력, 다시말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 능력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결코 좋지 않아
글로벌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외풍에 견딜 만한 내부 여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안전판 역할을 하는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함께 유사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의 정책수단들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3000억 달러가 넘고 외채도 단기가 장기외채보다 적어 비교적 안정적이다. 또한 위기 때 경기 부양을 위해 대거 자금을 투입하고 금리를 낮출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재정상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건실하고, 기준금리도 제로금리인 다른 나라와는 달리 연 3%로 추가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중앙정보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33.6%로 일본(211.7%), 그리스(161.7%), 이탈리아(120.1%)는 물론, 영국(86.3%), 프랑스(84.7%), 독일(81.8%), 스페인(68.1%), 미국(67.7%) 등에 비해 낮고 중국(43.5%)보다도 좋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를 신속히 극복한 것과 최근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낮은 국가부채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의 재정건전성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개정된 국가재정법에 의거, 공무원·군인연금 지급 부담액을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면 국가채무가 GDP의 63%로 높아지고, 여기에 공기업 부채까지 합칠 경우 실제 국민 부담으로 귀결되는 부채 규모는 1200여조원으로 GDP의 100%에 달한다.
세계최저 출산율, 고령화도 문제
더구나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빠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이 추세가 가속화 돼 재정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리의 국가부채비율을 선진국과 동일선상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선진국들은 부채비율이 높아도 벌어놓은 국부(國富)가 많아 그런대로 버텨나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치 못해 그때그때 벌어서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가채무와 공기업 채무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데 우리는 가계부채마저 1000조원에 달하고 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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