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휘문고 교사/ 전국학부모지원단 고문
대입전형이 다양화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권이 만든 2002학년도 전형부터이다. 이때 '대입시험'에서 '대입전형'으로 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예체능계 중심이었던 특별전형을 확대하여 일반학과에서도 외국어, 과학, 문학 등의 특기가 있는 학생을 선발했다. 무시험 전형제도 도입하여 수능시험이나 대학별고사를 보지 않고 서류심사나 면접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교과 성적 자료 이외의 비교과 영역의 다양한 자료들을 반영하기 위하여 교사 추천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현행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시발이다.
요사이 고3 교무실은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로 상당히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이 확대되면서 추천서를 요구하는 대학이 크게 늘었다.
일선교사들은 한 학급에서 사정관제전형에 지원하는 학생은 일반고의 경우 5명 내외, 특목고의 경우 20여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들 각자가 3~6회 씩 여러 대학에 복수 지원하기 때문에 고3 담임은 수십장의 추천서를 써야 한다. 전국의 거의 모든 고3담임은 여름방학을 모두 반납하고 추천서에 매달리고 있다. 대학에 따라 A4 용지 2~6쪽을 써야 하니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학교생활을 모범적으로 하고, 성적도 좋아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담임교사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서를 쓴다. 이런 수험생은 쓸거리도 많기 때문에 추천서 분량을 채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합격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학생이 부탁해오거나, 행실이 바르지 않아서 추천서를 써주고 싶지 않은 학생도 부탁해온다. 이런 상황에서 담임교사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청소년들의 잘못. 기성세대의 책임
고등학생은 대부분 만 16~18세의 청소년으로서 경험과 생각이 짧아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철이 안 들어 기존질서에 배타적일 수도 있으며, 빠른 신체적 변화에 적응이 되지 않아 거친 행동을 일삼을 수도 있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이끌어주는 교사들 눈에는 그런 행동이 큰 문제로 비춰지지 않는다. 교육과 학습으로 세월이 지나면서 그들이 반듯하게 변화되는 모습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은 부모나 교사 등 기성세대가 잘못 가르쳤거나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잘못된 행동의 원인과 결과는 기성세대나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다는 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에 따라 올해부터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지역 교육감은 기재를 유보하라고 해서 일선 학교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교육 당국이나 학계에서도 상당히 의견이 분분한 문제이다.
최근 모 명문대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어떤 학생의 과거 행실이 논란이다. 입학사정관은 서류나 면접으로 학생을 평가하여 선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의 불미스러운 행실을 정확하게 밝혀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험생이 자기소개서에 결정적 불리한 내용을 기재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학생의 불미스런 내용은 기재하지 않는 것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담임교사 입장에서 제자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추천서에 일일이 들추어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대입현실에서 제자의 앞날을 가로 막는 일에 담임교사가 총대를 메기는 쉽지 않다.
고3 담임교사에게 책임 물을 수 없어
입학사정관제전형에서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의 반영 비율을 높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추천서나 학생부 기록 등을 근거로 이번 사태를 학교나 담임교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학교는 미숙한 학생들을 바르게 행동하도록 지도하고 훈육하는 곳이다.
담임교사 역시 학생들이 학업에 정진하게 하고 각자의 잠재능력을 끌어내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대학입시에서 담임교사는 학생과 같은 편에 서서 그를 밀어 주는 사람이다. 과거의 잘잘못을 캐내고 죄를 끄집어내어 심판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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