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더웠던 올여름. 휴가철도 모두 끝났다. 하지만 연일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로 휴가를 다녀왔어도 우리 몸은 몸살을 앓고 난 듯 지칠 대로 지쳤다. 주말을 이용해 이미 가을을 들여놓은 곳으로 떠나보자. 휴양림 가운데서도 숲이 좋기로 손꼽는 청태산자연휴양림.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곳은 이미 선선한 가을 속이다.
● 푸르고 웅장한 산세에 놀라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지는 행렬을 거느리고 강릉지방 순시에 올랐다. 점심 때 횡성을 지나게 되어 횡성수령에게서 수랏상을 받게 되었는데, 명색이 임금이라 아무리 야외에서 수랏상을 받았다 해도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 먹을 수는 없었다.
마땅한 자리를 찾다가 마침 큼직한 바위가 눈에 띄어 앉았는데 바위에 가로 15자 세로 20자나 되는 큰 이끼가 끼어 있었다. 이끼를 보고 놀라며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바삐 걸음을 옮길 때까지는 몰랐던 주위 산세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그 자리에서 ‘푸르고 웅장한 산세에 놀랐다’는 의미로 청태산(靑太山)이라는 휘호를 써서 횡성수령에게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 한 여름에도 가을을 느끼다
해발 1200m 청태산 자락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인공림과 천연림이 잘 조화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국유림경영 시범단지다. 숲속에는 노루 멧돼지 토끼 등 각종 야생동물과 식물들이 살고 있고, 잣나무 전나무 등 아름드리 침엽수가 빽빽이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뜨거운 한낮에도 서늘하며, 해가 지면 추울 정도다.
숲속에는 청태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6개 코스의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등산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 외에도 건강숲길, 숲 체험 데크로드, 자연관찰로 등 다양한 코스가 있어 각자의 체력에 맞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목공예실, 나무클라이밍, 숲 속 교실, 오감체험코스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야영 데크는 30개로. 오르막길에 위치하고 있다. 크기는 모두 3X3m이고 위쪽 데크는 조용하지만 낮은 곳이 짐을 나르기 좋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붙어있고 취사장도 바로 인근 낮은 곳에 모여 있다.
● 하늘이 보이지 않는 자연박물관
들살이 짐정리가 끝났다면 데크로드를 따라 산책에 나서보자. 이곳은 데크로드가 잘 꾸며져 있어 그 매력에 또 다시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옆으로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살고 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곳에서도 싹을 틔우고 줄기를 세워 잎으로 꽃을 안고 있는 야생화들을 따라 제법 긴 데크로드를 걷다보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등산로 맞은편으로 제2등산로가 펼쳐진다. 떨어져 쌓인 나뭇잎들이 흙이 되어 있는 폭신폭신한 길을 걷다보면 짙은 나무 그늘 아래 숨을 고를 수 있는 나무 벤치가 있다.
곧이어 원시림이 이어진다. 누가 이 길을 또 걸을까 싶을 정도로 초록이 짙은 숲길. 이곳엔 유독 짙푸른 초록이끼가 많다. ‘지금 내게 산 이름을 지으라 해도 청태산이라 짓겠구나’ 싶다. 가꾸어지고 생략되고 그래서 조금은 인위적이라 느껴지는 산들과는 달리 초록이끼를 온 몸에 감싼 바위들 덕에 원시림의 호흡이 가슴에 그대로 느껴진다.
숲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잣나무 사이로 수줍게 내려앉는 오후 햇살로 어느새 저녁이 시작된다. 풍요롭게 내려앉은 저녁 하늘. 이곳에서 단 하루를 빌어 잠을 청해도 쌓여있던 나쁜 기운은 모두 빠져나가고, 아침이면 온몸이 가벼워진 느낌에 절로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야 말 것이다. 비워진 가슴 속에 시원한 가을바람 한 줄기 넣고 돌아오자.
주소 :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610
이용료 : 1천원, 데크 4천원, 주차료 3천원 (봄~가을 예약제)
한미현 리포터 h4peac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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