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숙/(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흉흉한 사건에 사람들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생계를 위해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하는 부모나 그 동안을 꼼짝없이 홀로 보내야 하는 아이들 모두 긴장한 표가 역력하다. 이제는 '오늘도 무사히'라고 가슴을 쓸어내며 식구들이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최소한의 평온마저 깨어져버렸다고 생각하니, 우리 사회의 피곤도가 갑자기 해일처럼 몰려온다. 살기 싫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는 엄포를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다. "그러면 잘라버린다"란 말은 우스개 소리로나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물리적 거세에 사형집행까지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안심이 되기는 커녕, 이젠 걸리면 살아나오기 어렵겠다란 끔찍한 생각이 오히려 드는 것이다.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해자들 처지를 생각해보면 피해자들을 더 끔찍하게 다루지 않을까 싶은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아동성폭행의 대부분이 저소득 밀집지역에서 발생
이렇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역아동센터는 입에 오르내린다. 주5일제가 된다고 하니 저소득가정 아동들의 토요방임을 예방하는 시설로 내세우더니, 이번 성폭력 사건들이 만연하자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동 돌봄안전망으로 다시 거론되었다.
하지만 속내를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모두 말뿐임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속빈 말일 뿐이고, 실은 정부는 조금도 진정한 대책이 되도록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재 아동성폭행의 대부분이 저소득 밀집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제대로 된 가정의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한 처지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명백한 원인 규명이 있어 지역아동센터나 아동돌봄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타당성이 큼에도 이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의 마련과 인력 확충없이 정부의 발표가 허투루 이루어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국회는 득달같이 지역아동센터와 관련자들의 간담회를 열고 그 중심 대책의 일환으로 아동안전망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의 가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그래서 더 이상의 피해자도 생기지 않도록 아동들을 위한 돌봄 안전망을 촘촘히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그래서 눈에 띄는 효과가 적은 대책보다는 당장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그 불길에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감각적이고 가시적인 대책들을 쏟아내는 데 정치권은 더 열중하고 있다. 절망이다.
이런 사태 속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절규는 한 마디다. 아이들 곁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사회는 보다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동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건강하고 의미 있는 성장기를 보내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다해 달라는 것이다.
내년 예산 3750개소도 못해주겠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돌볼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하루 아침에 아이들 곁을 떠나야 하는 슬픔을 끝내달라는 것이다. 더 이상은 어렵겠다고 아이들 눈도 못 맞주치고 도망치듯 센터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더 이상 못본 척 말아달라는 것이다.
새로 생긴 곳은 2년 동안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버텨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정책을 고쳐 달라는 것이다. 전국의 4000개소밖에 없어 더 큰 안전망을 위해서는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내년도 예산은 3750개소도 못해주겠다고 앞뒤 말이 안맞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제발 뿌리깊은 안전망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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