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성충동 약물치료, 지금은] “성도착증 남성, 치료 2년째 생활안정”

지역내일 2012-08-28
일반적 약물·심리치료는 효과 낮아 … 정부, 인권침해 지적에 부분적 확대 가닥

정부가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확대키로 한 성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로 2년 전 성도착증 남성에 대해 이뤄진 성충동 약물치료가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남성호르몬제로 막은 성충동 = 국내 첫 '화학적 거세'가 이미 2010년에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지난 14일 청소년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를 국내 처음으로 청구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2년이나 먼저인 셈이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술에="" 취한=""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박="" 모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19일="" 오전="" 3시40분="" 은평구="" 녹번동에서="" 만취="" 상태로="" 귀가="" 중이던="" 여성을="" 주먹으로="" 때려="" 위협한="" 뒤="" 인근=""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첫 화학적 거세는 2010년 8월 모 대학병원에서 만 18세의 성도착증 남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남성은 고등학생 시절이던 2009년부터 학교생활 부적응과 신체 왜곡망상, 하루 3~4차례의 자위행위,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치는 등의 충동적 성행위 등의 문제행동이 이어져 병원을 찾았다.

그해 10월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 학생은 당시 성도착증과 충동조절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20일에 걸친 입원기간에 심리치료 및 약물치료가 이뤄졌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2010년 1월 이후로도 10여차례에 걸쳐 외래 정신치료를 받아오던 중 그해 4월에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10여차례나 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이 학생은 피해자의 고소 취하로 풀려나 치료를 다시 시작했으나, 결국 4개월 만에 또다시 성추행을 저질러 1년간의 보호관찰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에도 성도착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의료진과 부모는 이 남성의 성도착증이 지속될 경우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크다는 판단에 따라 화학적 거세를 위해 '항남성호르몬제(GnRH)'를 투여하고,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GnRH는 주로 성조숙증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1개월에 한번씩 3개월에 걸쳐 이 남성에게 주사됐다.

◆"윤리·비용문제 해결돼야" = 이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항호르몬제 투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병원윤리심사위원회를 거쳤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의료진은 화학적 거세 시행 후 1년 뒤 투고한 논문을 통해 "항남성호르몬제 주사 후 성욕이 줄어들고, 야한 동영상을 보는 횟수도 매일에서 1개월에 1~2차례로 줄어들었다"면서 "치료 후 4주와 12주째에는 외관상 남성적이었던 환자의 인상이 부드러워진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는 화학적 거세 전 6.23 ng/㎖에서 퇴원 후 3개월 후에는 0.48 ng/㎖로 감소했다.

우려와 달리 약물 투여에 따른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골다공증의 위험성에 대해 X-선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정형외과 전문의의 자문을 얻었다"며 "거세 이후 2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문제없이 성욕이 잘 억제되면서 생활도 안정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년전 화학적 거세의 첫 사례로 증상 개선효과를 확인함에 따라 정부의 화학적 거세 확대 방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 사례가 국내 처음인데다 장기간의 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평가 및 안전성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단국대병원 정신과 임명호 교수는 "화학적 거세 후 2년째 문제행동이 없다는 것은 약물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윤리적 문제와 비용의 문제만 극복한다면 성범죄 근절 차원에서 화학적 거세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27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성폭력 등 사회안전저해 범죄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성충동 약물치료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전날 발표한 성폭행범에 대한 약물치료 전면 확대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과도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