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이유] “수출역군을 ‘환투기꾼’으로 몰다니…”

지역내일 2012-09-19
박용관씨 "오명 벗고 43년의 명예 회복"
정오채 대표 "은행 탐욕과 거짓 밝혀야"

키코(KIKO) 사태가 발생한 지 5년. 피해기업들은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혼신을 다해 수출전선을 지키고 있다. '수출보국'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던 그때 그 시절을 그리며 힘겹게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당장이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이 땅을 떠나고 싶은 생각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도 억누를 수 있는 건 바로 '환투기꾼'이라는 '오명'을 벗고 '수출역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다. 특히 기업에 좋은 환헤지상품이라고 속여 '키코'를 판매,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도 전혀 반성이 없는 은행의 탐욕을 밝히기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칠순을 앞둔 백발의 박용관 동화산기 전 대표가 키코 실태를 알리는 자리라면 마다하지 않고 참가하고 있는 이유도 '명예 회복'에 있다.

박 전 대표는 1968년 회사를 설립, 소위 잘나가는 타이어제조설비 전문업체로 키웠다. 2007년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의 권유로 키코(KIKO)에 가입한 후 회사는 급격히 기울었다.


<동화산기 박용관="" 전="" 대표=""> <아산트레이딩 정오채="" 대표="">

2007년 신한은행은 환율에 좋은 상품이라며 키코 가입을 유도했다. 그는 "6개월 뒤에 다시 찾아와 권유 상품으로 손실이 나게 돼 죄송하다며 2배 상품으로 물타기 하면 손실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또 권유하길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재가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설명과는 달리 2008년 말 키코손실이 180억원에 달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매출액 420억원, 3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그는 결국 2009년 1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더욱 황당한 건 2009년 6월 법원에서 날아온 해임 결정문을 받고 회사에서 쫓겨난 것이다. 그후 신한은행은 경영권을 인수한 뒤 회사를 170억원에 매각해 채권을 회수했다.

그는 "43년간 지켜온 명예와 매출 430억원의 회사를 은행에 강탈당했다"고 호소했다.

전혀 수출과 상관없던 종업원 4명의 소형 유통업체도 키코의 덫에 걸려들었다.

아산트레이딩은 의류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수입업체다. 따라서 환헤지 필요성이 없는 회사다.

2007년 회사 매출은 268억원, 부채 46억원, 영업이익 6억원의 우량한 회사였다. 특히 단한번의 선물환 거래조차 경험이 없었다.

정오채 대표는 2007년 11월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의 권유로 키코를 계약했다. 은행의 설명과는 달리 2008년 3월부터 환율이 갑자기 상승해 위험성을 느끼고 2차례에 걸쳐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해지할 수 없는 상품"이라며 해지를 거부했다. 그때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해 10월경 키코 손실액은 27억원에 이르렀다.

해지를 거부하던 은행은 금융감독원이 감사에 들어가자 "손실액 27억원을 일시청산하면 해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2008년 3월 계약을 해지했다면 손실액이 3억원 미만에 그쳤을 것"이라며 "해지가 가능한데도 은행이 자신의 이익이 커질 때까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후 키코 진실 규명에 뛰어 들었다. 그는 "직원 4명인 회사가 한국의 최대 은행과 싸울 수 있는 건 정의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붕구 공대위 수석부위원장(코막중공업 대표)은 "유망 중소기업, 히든챔피언 육성을 말하면서도 정작 수백개의 유망 수출중소기업을 망가뜨린 키코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면서 "수출기업인들은 환투기꾼이라고 오명을 씌우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부위원장은 "특히 은행의 탐욕과 거짓말을 분명히 밝혀 오명을 벗겠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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