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산/동신대 교수/상담심리학
초강력 태풍인 14호 덴빈, 15호 볼라벤, 16호 산바가 연달아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매년 이때쯤이면 태풍으로 인하여 강풍에 날아온 컨테이너 박스에 깔려 숨지고, 쓰러진 나무를 치우려다 또 다른 나무에 깔려 숨지고, 송전철탑이 붕괴되어 정전사태가 발생한다. 간판이 떨어지고 가로수와 전신주가 넘어지며, 교통신호기와 표시판 및 가로등 파손으로 인한 사고 등 기본적으로 안전조치와 관련된 사고발생이 반복되고 있다.
'1대 29대 300의 법칙'이라고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은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한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난다. 따라서 경미한 사고들에 철저히 대응하고 앞서 수많은 이상 징후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방재청이 선진국형 재난심리안정지원사업 시작
지금까지 많은 관계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크고 작은 자연재난에 대해 상당한 부분에서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이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이 존재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급격한 산업화와 지구온난화, 환경파괴로 자연재난의 발생빈도나 규모, 속도가 우리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연재난에 대해서 예방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연재난에 대한 심리적 지원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다소 소홀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자연재난 피해자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나마 소방방재청이 선진국형 재난심리안정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 고무적이나, 선진국이나 주변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예산이나 인력이 턱없이 열악하고 부족하다.
소수의 앞서가는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의 헌신과 열정만으로 국가적 재난 위기에 대처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첫째 재난의 일차적인 피해자가 사회적인 차별과 소외에 처해있는 가난하고 허약한 노약자나 아이들과 같은 사회 문화적 여건이 열악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 처하면 이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공평하지 않은 자원의 분배와 사회복지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불안이나 위축행동과 같은 트라우마 증상들은 이러한 재난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셋째 재난상담서비스는 재난을 겪은 지역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비공식적인 대화와 만남을 통해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재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전문 상담자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국가 경쟁력 촉진시키는 중요한 사업
지금은 관계공무원의 열정과 전문가 그룹의 헌신과 봉사로 어렵게 유지되고 있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내담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트라우마와 상담자의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상담자 자신의 일할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주어 어렵게 시작한 재난심리안정지원 사업의 추진동력을 붕괴시킨다.
상담자들이 피해지역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적합한 상담서비스를 적시에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회병리현상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재난피해자가 재난 이전의 일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는 사회통합을 실현하고 국가위기 관리능력을 향상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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