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을 노래하고 희망을 연주한다

지역내일 2012-09-21
영등포구 '노숙인밴드' 창단
지자체·기업·시설 공동 지원

"유치원·초등학교때 잠깐 악기를 다뤘어요. 그때 꿈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1980년대에 유명 가수와 함께 드럼도 쳤습니다. 항상 음악을 하고 싶었죠."

한창 일할 나이에 사기를 당해 어렵사리 창업한 회사를 접은 이상엽(31)씨, 외국에서 한인방송까지 운영했지만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가족마저 등지고 혼자 떠돌고 있는 이상훈(42)씨…. 서울 영등포구 노숙인쉼터 '보현의집'에 일시 거주하거나 거리 노숙을 하는 8명이 음악을 매개로 뭉쳤다. 12일 창단한 '꿈더하기(Dream Plus)밴드'다.

노숙인 음악동아리는 지난 5월 '자활 성공 노숙인' '노숙인 돕는 노숙인'으로 알려진 임길배(53)씨가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에게 제안한 내용이다.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악기를 지도해줄 전문 강사를 지원해달라는 거였다. 조 구청장은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와 춤으로 활기를 찾으면 자활에도 도움이 되고 일반 주민들과도 음악을 통해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돌이켰다.


<영등포구 노숙인="" 8명이="" 음악을="" 매개로="" 뭉쳐="" 악단을="" 창단했다.="" 창단식에="" 참석한="" 한="" 단원이="" 연주=""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음악동아리가 재활·자활과정으로 효과가 있는지 검토한 뒤 관련 전문가와 시설관계자 자문을 받았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최용선 보현의집 사회복지사는 "음악심리치료 10주 과정을 운영해보니 참가자들의 음주가 줄고 우울증이 완화됐다"며 "스트레스 감소와 정서안정에 도움이 되니 다른 사람과 대화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정작 구성원 모집이 만만치 않았다. 음악동아리에 열의를 보이던 임길배씨가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뒤라 더 그랬다. 김재욱 구 사회복지과 주무관은 "조사단계에서는 악단 경력이 있거나 활동에 관심을 보이던 이들이 많아 기대가 컸는데 예상 외로 단원 명단이 수시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노숙인들 특성상 한 시설에서 한두달 지내고 난 뒤에는 쉼터를 옮기곤 해서 꾸준한 활동가를 찾기가 어려웠던 게다.

어렵사리 단원 8명이 모였고 한국마사회 영등포지점에서 기타 드럼 건반 등 악기 구입과 전문강사 지원에 필요한 초기운영비용 1800만원을 기부했다. 영등포구는 영등포아트홀 한 켠에 연습실을 만들어 음악동아리가 체계적인 연습을 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구에서 운영 중인 노숙인 재활 과정과 연계해 효율을 한층 높일 계획도 갖고 있다.

바라던 활동을 시작하게 된 노숙인들 기대는 높다. 박용규(58)씨는 "음악치료를 받아보니 닫힌 마음이 조금은 열리고 분노도 누그러졌다"며 "꾸준히 하면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규(51)씨는 "건설일용직으로 힘들게 일하는데 스트레스를 풀 공간이 없다"며 "활력은 물론 자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8명으로 창단했지만 벌써 6명이 함께 활동하고 싶다고 신청한 상태다. 악단은 경력자 모둠과 초보 모둠으로 나눠 3~4개월 연습한 뒤 연말연초에는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 실력을 선보일 구상이다. 최용선 복지사는 "내년에는 또다른 초보모둠을 꾸려 숙련된 모둠이 재능기부를 통해 지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꿈을 위해 노숙인들은 매일 저녁 2시간씩 맹연습을 마다 않고 있다. 윤종완(59)씨는 "해운대바다축제 입상 경험도 있다"며 "자립한 뒤에도 독립밴드를 꾸려 경로당 등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훈씨는 "작사·작곡도 조금은 가능하다"며 "노숙인밴드라는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우리만의 곡을 연주하겠다"고 열의를 보였다.

영등포구는 거리공연과 취약계층을 위한 공연을 적극 연계할 방침이다. 조길형 구청장은 "내년 10월 구민의날 행사에도 초청할 계획"이라며 "노숙인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스스로 그리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동아리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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