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우리나라 공중파 텔레비전방송이 매주 한 차례씩 하는 방송토론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부분 정치 관련 소재로 이루어진다. 등장하는 정치인이나 전문가, 정치평론가 등도 '그 나물에 그 밥' 격이다. 겹치기 출연에 시청자들은 때론 식상함마저 느낀다. 물론 정치가 아직 대한민국에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밖에도 다룰 것이 정말 많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할 사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 경제민주화, 환경, 안전한 먹거리, 에너지 문제 등등 너무나 많지만 이를 주제로 한 토론은 어쩌다 한 번 열리거나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방송 등 대중매체가 토론 주제로 다루지 않는 것들은 대중들 사이에 대개 화제가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매우 중요한데도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지 못해 올바른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만들고 그래서 정책으로 힘 있게 추진되지도 못하게끔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의 40~60대는 말할 것도 없고 20~30대도 여전히 선진국 사람들에 견줘 토론문화에 익숙지 않다. 만약 이들이 토론문화에 익숙하다면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 결과가 여론의 흐름으로 이어져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은 정말 다중의 힘이 실려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터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몇 달간 대한민국을 점령했지만 국민토론다운 광우병 쇠고기 안전 토론회는 열리지 않았다. 물론 이는 이명박정부의 비민주성과 불통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풀뿌리 토론 문화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과도 무관하지만은 않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국가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었던 광우병 파동이 벌어졌다. 1997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다. 이 때문에 유전자조작 등 과학기술의 윤리성 문제와 안전한 식탁 문제가 국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유전자변형식품 놓고 국민 대토론회
마침내 1990년대 후반에는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환경주의자와 생태주의자들은 '프랑켄푸드'라고 비난하며 유전자변형작물 시험재배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마침내 국가 차원에서 '지엠 네이션(GM Nation)'이란 유전자변형식품 국민대토론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식품과 유전자변형식품의 미래에 관한 국가 차원의 토론회였다.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 혁신적이고 효과적이며 심사숙고하는 프로그램을 진작시키고 그리고 풀뿌리 수준에서 대중의 관점과 특성과 관련해 의미 있는 정보를 토론을 통해 정부에 주기 위한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영국에서 있었던 '지엠 네이션'과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어떤 주제가 좋을까? 현재,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 에너지 문제를 꼽고 싶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15대 서울시정운영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환경 분야 계획으로 '원전 1기 줄이기'를 내놓았다. 원전을 확대하는 국가계획과 상반된 데다가, 서울의 전력 소비가 계속 늘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는 점에서 당시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그 뒤 후속조치로 에너지 절약 운동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펼쳐지고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후속조치들에 대한 내용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울은 전력 생산량은 보잘 것 없으면서도 엄청나게 전기를 쓰는 전기 대량 소비도시여서 박 시장의 에너지 절약 운동 선언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전임시장이 왜 진작 이런 정책을 펴지 않았는가 싶다.
시민토론회 열어 실천방안 유도해야
원전 1기를 줄이려면 캠페인을 뛰어넘는 에너지 절약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에너지 절약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왜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몸과 마음 모두에서 우러나야 한다.
내가 박원순 시장이라면 동네별로, 구별로 에너지 문제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에너지 서울'이란 시민대토론회를 열겠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에너지 절약 전략과 실천방안을 이끌어내고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가정과 건물들에 설치해 모든 서울시민들이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생산자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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