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없는 사회를 위하여 ⑦ 소년범이 성인범 된다] 소년원 한 방에 10명씩, 모방범죄 싹튼다

지역내일 2012-09-21
단기 입소 후 재범률 76%
소년범 맞춤형재활시설 필요

지난해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명령을 받은 이근석(18·가명)군은 올해 또 여학생들을 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세 번째 소년원에 들어가는 이 군은 건전한 사회복귀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다.

사회복귀에서 멀어진 소년범죄자들은 어떻게 변할까. 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소년사범의 성인범 전이율은 67%에 달한다. 현행 소년사법제도가 소년범죄자의 범죄예방과 재범방지, 건전한 사회복귀에 효과적이지 않은 실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소년범죄 전과자 4범이상 10.7% = 올해 초 편의점 강도 행각으로 검거된 정 모(16)군은 소년원 동료들에게 "편의점을 털었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결심했다. 청소년 절도범 대부분이 소년원에서 서로 범행 정보를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호처분(1개월 미만 수용)을 받은 소년범죄자 중 76%가 재범으로 다시 소년원에 발을 들였다. 학교나 사회로의 건전한 복귀를 위해 설립된 소년원의 목적과 어긋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소년원 시설의 부족과 집단 수용에 따른 엉성한 프로그램 때문으로 지적된다. 소년범죄자들은 한 방에 평균 10여명씩 생활한다. 많은 곳은 15명이 한 방에 수용된다.

이는 범행 종류와 성향이 다른 아이들이 집단 기거하면서 서로를 모방하기 쉬운 범죄 취약형 구조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4범 이상 소년범죄자는 1995년에 2.1%이었으나 2010년도에는 10.7%까지 증가한 것도 소년원의 이같은 취약 구조 때문으로 지적된다.

이승현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년원이 소년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처벌하는 곳이 아닌 맞춤형 교육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한 방에 수감되는 소년범은 3명 안팎으로, 성격과 가정환경 등을 고려해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원 세분·특성화 필요 = 보호 처분을 기다리는 동안 소년범죄자들이 구치소 같은 일반 구금 시설에 수용되는 문제점도 노출됐다. 소년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일반 성인범과 같은 시설에 짧게는 한 달 가량 소년범죄자를 구금한다.

성인범과 같은 방에 수용되지는 않지만 일반 강력범과의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선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주채광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소년 형사사건 운영 개선방안에서 "소년법에 따라 소년을 구속하는 경우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른 피의자나 피고인과 분리해 수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독자적인 소년미결구금시설이 없어 소년보호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처벌 중심의 소년범죄자 교정 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승현 부연구위원은 "소년범에게는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으라고 하는 것보다,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호를 요하는 소년이 좌절하거나 구속 상태에서 범죄문화에 전면 노출돼 범죄를 재학습하면서 이들을 건전한 학교·사회복귀는 불가능해진다.

이들이 건전한 시각으로 사회를 볼 수 있도록 인문학적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소년범죄의 시작은 '가난' …

가난 극복하는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 눈길

소년범의 범행 중 57.8%가 금품을 노린 절도로 드러났다. 이는 소년범의 62%가 하류층에 속한다는 통계와 상통하고 있다.

생활고를 피하려는 의식은 범행으로 이어지고, 처벌을 받은 후에도 다시 절도를 하게 된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범죄백서에 따르면 소년범죄자의 62.4%는 하류층에 속한다. 37.1%는 중류층, 0.5%는 상류층으로 소년범죄자 중 유독 재산범이 많은 것을 뒷받침하는 통계다.

가난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은 필수 과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유명한 클레멘트 코스는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 범죄로부터 해방되는 하는 완전한 교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클레멘트 코스는 뉴욕의 남동부 지역에서 처음 시작해 17개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인문학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가족에서 이웃과 지역사회로, 그리고 국가로 이어지는 '공적 세계'로 이끌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클레멘트 코스 창시자인 얼 쇼리스는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에 인문학이 역할을 했고, 이 과정은 감옥의 수감자들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얼 쇼리스는 가난을 재정이 아닌 사회·철학적으로 극복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인문학은 실제 재소자 노숙자 등 소외계층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얼 쇼리스는 미국의 성공은 언제나 빈민들을 '위험하지 않은 상태'로 묶어둠으로써 가능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소년범들에게도 그들에게 맞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 재범을 막고 성공적으로 사회복귀를 하도록 하는 한국식 클레멘트 코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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