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해외용역, 지한파 교수만 멍들었다

지역내일 2012-09-24
중국실정 맞지 않는 계약조건 요구 … 끝내 계약불발
통일부 편지 탓에 책임교수 "중국학계에서 고립돼"

통일부가 현지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한반도 통일미래 정책연구 과제' 해외용역을 추진하는 바람에 중국측 연구자들과의 계약이 불발되고, 용역계약을 주도했던 베이징대 지한파 교수가 중국내 관련학계에서 고립되는 불상사를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대 진징이(金景一) 교수는 24일 "통일부는 베이징대 연구팀을 지난해 말 최종 프로젝트 담당자로 선정한 후 2~3개월 동안 현지사정과 맞지 않는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시간을 끌다가 마지막에 5~6일의 시간을 주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 끝내 계약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면서 "그후 통일부는 책임교수인 내가 프로젝트를 포기해 다른 연구자들조차 학술용역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만든 것처럼 쓴 편지를 나를 제외한 모든 연구자들에게 발송함으로써 중국내 관련 학계에서 본인을 고립시켰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9월 국내와 해외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통일미래 정책연구 과제' 용역을 발주했다. 10~15개의 통일정책 주제에 대해 각각 4억원씩 60억 가량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진징이교수팀은 지난해 12월 12일 '한반도통일프로세스와 중국의 역할'이란 주제로 정책연구과제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그러나 이 연구용역은 계약체결에 이르지 못하고 올해 4월13일 취소됐다. 통일부가 제시한 계약조건과 중국 현지 사정이 크게 어긋났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진 교수팀에게 북경대 한반도연구센터가 아닌 북경대 총장을 계약주체로 할 것, 연구자금에 대해 중국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담보보증서를 제출할 것, 북경대가 프로젝트 총 지원액의 20%를 계약시 입금할 것 등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대한민국의 정부계약시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주장했지만, 베이징대는 대학당국 차원의 담보보증서를 발급한 전례가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은행이나 보험회사들도 모두 "한국정부가 프로젝트를 발주할 의사가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베이징대 총장을 계약주체로 요구하면서 빚어진 실수는 통일부의 해외용역 준비가 어설펐던 점을 단적으로 노출했다.

통일부는 베이징대 총장이 열람할 영문계약서를 용역선정 3개월 후인 3월 2일에야 발송했다.

또 '한반도 통일프로세스와 중국의 역할'이라는 프로젝트 제목을 '통일의 일환으로서 북한군대 해체하기(Demobilizing the NK Military as Part of Unification)'로 오역해 보냈다.

이같은 제목의 연구용역을 베이징대 총장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신청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로써, 베이징대 내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됐다.

진 교수는 결국 3월 중순 연구포기 의사를 통일부에 밝혔다.

그러자 통일부는 3월 30일 진 교수에게 3대 계약조건 중 베이징대 담보보증서와 20% 보증금 조항을 제외할테니 4월 10일까지 베이징대 총장과의 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진 교수는 이에 대해 "청명휴가가 겹쳐서 사실상 5~6일 밖에 여유를 주지 않은 것인데,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사안을 해결하기엔 불가능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4월 13일 최종적으로 통일부에 '프로젝트 수행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진 교수를 궁지로 몬 사건이 그 후 발생했다. 통일부의 편지가 5월에 진 교수를 제외한 연구자들에게 일제히 발송된 것이다.

"한국정부의 계약회계법규의 예외를 인정하는 대신 연구비용의 합리적인 집행을 보장하기 위해 베이징대 명의로 계약서를 체결하도록 요청했으나, 진 교수가 쌍방계약 취소를 제기해와 취소됐다"는 게 편지의 요지다.

진 교수는 "이 편지를 받아 본 20개 연구부문의 연구자들이 김경일이 일방적으로 프로젝트를 취소했다고 공분하는 바람에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명하고 있다"며 "통일부가 중국의 실정을 모른 채 용역발주를 하고 업무처리 미숙으로 시간을 끌어 일처리를 못하게 한 책임이 있는데도, 나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나를 뺀 모든 연구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정부의 연구용역을 받으려면 우리정부의 계약조건을 맞추어야 하는데, 중국측 연구팀은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면서 "일부 조건을 완화해주면서까지 중국학자의 연구물을 얻기 위해 노력했으나, 진 교수가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편지는 다른 응모자들에게 프로젝트 무산의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발송했던 것으로써, 회계문제 이외에도 베이징대가 프로젝트 내용을 심사하는 등의 여러 사정이 우리 연구용역에 부적합해서 취소된 사정을 설명한 것이지 진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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