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자에 직접 전달 않고 각종 대금 '우회지원' 가능
"전국 금융기관 계좌로 송금" … 양씨, 문자 일부 조작
민주통합당의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인터넷방송국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씨가 32억여원을 받아 일부 자금을 4·11 총선 출마자의 선거 지원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양씨가 받은 32억여원이 전국 각지의 금융기관 계좌로 송금된 사실을 확인, 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쫓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선거 관련 홍보업체에 입금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검찰은 양씨가 32억여원을 라디오 21을 운영하는 '문화네트워크'로 받아 홍보대행사 'PR네트워크' 명의의 5개 계좌 등을 통해 전국으로 분산 송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돈이 전달 된 계좌 중 일부는 선거 관련 홍보업체인데 양씨가 선거 홍보 관련 사업을 했기 때문에 업무 관련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양씨가 출마자들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면서 돈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선거 홍보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양씨가 지난 1월 열린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양씨는 당대표 경선 전에 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인 이 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경선 당시 박 원내대표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둘 사이에 친분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조사에서 양씨는 그동안 "투자와 관련해서 돈을 받았고 투자수익까지 돌려주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최근 공천과 관련해서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며 "무엇인가 있다"고 말해 공천 로비 의혹에 무게를 뒀다.
검찰은 양씨가 폭넓은 정치 인맥을 이용해 경선과 총선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공천 헌금을 받는데도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양씨가 민주당의 다른 실세들과 연결하지 않더라도 자기는 능력있다고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아주 황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 사기일 가능성도 여전하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공천 희망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중 일부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공천희망자들이 박 원내대표가 보냈다고 믿은 '박지원이 밀겠습니다. 12번, 14번 확정하겠습니다. 이번주 8개는 꼭 필요하고 다음주 10개 완료돼야 일이 스무스하게(부드럽게) 진행된다"는 문자메시지를 양씨가 조작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공천 희망자들에게 실제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공천 청탁에 대한 응답이라고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아 해석이 분분하다.
공천 희망자 이 모씨는 박 원내대표에게 "민주당 공천 확정발표 전날인 3월 19일 밤 박 원내대표에게 '양 본부장(양경숙)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를 기대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박 원내대표는 '죄송합니다. 어렵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3월 19일 최고위원회가 열리던 밤 10시 26분, 이씨로부터 문자가 왔고 박 원내대표가 답신을 했다"며 "박 원내대표가 이씨의 공천 신청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씨의 문자메시지가 자신의 문제를 묻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탈락 사실을 알려주고 의례적인 위로를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양씨의 공천 사기인지, 공천 청탁 로비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다음주 검찰 수사에서 실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주쯤 여러 가지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해 압수물 분석이 끝나고 계좌추적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에 검찰수사의 향방이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검찰은 양씨가 친노 인사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공천을 약속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확인하고 양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을 통해 이메일 내역을 확보하고 있다. 양씨가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냈는지 확인해서 공천장사의 구체적인 정황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양씨는 친노 인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선거홍보용 로고송 제작과 탑차 납품 사업에 15억원을 투자하면 당선 안정권인 13번에서 17번대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순번까지 언급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전국 금융기관 계좌로 송금" … 양씨, 문자 일부 조작
민주통합당의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인터넷방송국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씨가 32억여원을 받아 일부 자금을 4·11 총선 출마자의 선거 지원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양씨가 받은 32억여원이 전국 각지의 금융기관 계좌로 송금된 사실을 확인, 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쫓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선거 관련 홍보업체에 입금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검찰은 양씨가 32억여원을 라디오 21을 운영하는 '문화네트워크'로 받아 홍보대행사 'PR네트워크' 명의의 5개 계좌 등을 통해 전국으로 분산 송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돈이 전달 된 계좌 중 일부는 선거 관련 홍보업체인데 양씨가 선거 홍보 관련 사업을 했기 때문에 업무 관련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양씨가 출마자들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면서 돈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선거 홍보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양씨가 지난 1월 열린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양씨는 당대표 경선 전에 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인 이 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경선 당시 박 원내대표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둘 사이에 친분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조사에서 양씨는 그동안 "투자와 관련해서 돈을 받았고 투자수익까지 돌려주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최근 공천과 관련해서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며 "무엇인가 있다"고 말해 공천 로비 의혹에 무게를 뒀다.
검찰은 양씨가 폭넓은 정치 인맥을 이용해 경선과 총선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공천 헌금을 받는데도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양씨가 민주당의 다른 실세들과 연결하지 않더라도 자기는 능력있다고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아주 황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 사기일 가능성도 여전하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공천 희망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중 일부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공천희망자들이 박 원내대표가 보냈다고 믿은 '박지원이 밀겠습니다. 12번, 14번 확정하겠습니다. 이번주 8개는 꼭 필요하고 다음주 10개 완료돼야 일이 스무스하게(부드럽게) 진행된다"는 문자메시지를 양씨가 조작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공천 희망자들에게 실제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공천 청탁에 대한 응답이라고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아 해석이 분분하다.
공천 희망자 이 모씨는 박 원내대표에게 "민주당 공천 확정발표 전날인 3월 19일 밤 박 원내대표에게 '양 본부장(양경숙)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를 기대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박 원내대표는 '죄송합니다. 어렵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3월 19일 최고위원회가 열리던 밤 10시 26분, 이씨로부터 문자가 왔고 박 원내대표가 답신을 했다"며 "박 원내대표가 이씨의 공천 신청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씨의 문자메시지가 자신의 문제를 묻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탈락 사실을 알려주고 의례적인 위로를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양씨의 공천 사기인지, 공천 청탁 로비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다음주 검찰 수사에서 실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주쯤 여러 가지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해 압수물 분석이 끝나고 계좌추적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에 검찰수사의 향방이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검찰은 양씨가 친노 인사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공천을 약속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확인하고 양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을 통해 이메일 내역을 확보하고 있다. 양씨가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냈는지 확인해서 공천장사의 구체적인 정황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양씨는 친노 인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선거홍보용 로고송 제작과 탑차 납품 사업에 15억원을 투자하면 당선 안정권인 13번에서 17번대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순번까지 언급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