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사과, 오후엔 말춤 … 술 취해 욕설, 깨고 나선 배꼽인사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가사 중 일부분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새누리당 정치인 두 명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고 있다. 2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김재원 의원이 보여준 '반전(?)있는' 행보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대국민사과를 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역사인식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결연함이 엿보이는 자리였다.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을 언급하면서는 잠시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부산을 방문한 박 후보는 부산시당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해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부산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면서 환하게 웃었다. 대반전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글들이 상당수 보였다.

공연기획자 탁현민(@tak0518)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에겐 오늘 세 가지 선택이 있었겠죠 1. 오전 사과 오후 말춤 2. 오전 말춤 오후 사과 3. 말춤 추면서 사과. 그녀와 그녀의 캠프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던 것"이라고 비꼬았다.

씨알재단 운영위원 백찬홍씨도 "과거사에 대해 눈시울을 붉히면서까지 사과했다면 하루 정도는 자숙하는 것이 기본 도리. 그럼에도 곧바로 희희낙락하면서 말춤을 춘 박근혜. 이러니 유족들이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 후보의 이날 사과에 대해 인혁당 유가족들은 "제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 하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있어 달라"며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또 다른 반전이다. 새누리당 공동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김 의원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술에 취해 막말과 욕설을 했고, 이것이 24일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병신같은 XX들아, 너희가 기자 맞느냐. 대학 나온 새끼들 맞느냐. 너희가 정보보고 하는 게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 등 김 의원의 원색적 발언이 언론지면에 그대로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황한 김 의원은 2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개사과와 함께 국회 출입 기자들이 모여 있는 정론관을 찾아 이른바 배꼽인사(90도 인사)로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김 의원은 대변인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이날 저녁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박 후보의 말춤 반전에 뒤지지 않는 급반전이다.

역사학자 전우용(@histopian)씨는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 말춤 사진이 화제군요. 대국민 사과 후 바로 말춤 추는 '반전 있는 여자'와 술 먹고 기자들에게 쌍욕한 '미쳐버리는 사나이'가 함께 모인 당, 노래 가사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자칫하면 이 나라가 '갈 때까지' 가겠네요."라고 혹평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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