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오/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교육원장
"내가 당선되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자리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유권자의 표를 얻을 수 있는 공약으로 등장했다.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자리 타령은 일종의 주문이 되었다.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일자리에 올인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한 것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이와 같이 일자리 창출에 있었다면 정책이 개발되고 예산이 집중되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당연할 텐데 선거가 돌아와 다시 뒤돌아보면 일자리는 늘어나질 않고 있었던 일자리마저 비정규직이 됐다.
대통령 후보들이 일자리 공약을 과장해서 발표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일자리가 서민대중들에게 절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려면 이렇게 일자리가 중요한 데, 왜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육된 돼지처럼 성실하게 일한 결과 자본의 먹이가 되고 마는 자본주의의 근본 틀을 바꾸기 위해 국가경영의 원리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잘 조직된 사회와 공동체의 전체 이익이 개인보다 중요하고 전 인류의 위기해결에 참여를 어떠한 방식으로 촉구할지 판단해야 한다.
대선후보 단골메뉴 '일자리 창출'
우리 시대는 자본의 탐욕에 대한 인류의 각성이 필요한 시기다. 인류의 각성이야말로 경제혁명이고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보다 본질적인 일자리 창출 논리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무역제일주의'를 깨는 일이다. 삼성과 현대와 같은 초국적 기업과 이들과 결탁한 관료들은 무역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 국익이란 오로지 무역과 관련하여 설명된다. 무역이 없으면 경제성장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수출은 언제나 국익으로 둔갑됐다.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낸 이론에 의하면 일자리는 경제성장을 해야 늘어난다고 한다. 경제성장에 종속된 일자리 이론은 국정의 상식이 되었고 이것을 부정하는 순간 대통령은 무능한 대통령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위한 자본주의'는 없다.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든 지금도 이 말은 여지없이 작동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대선 시절의 부자 중심의 경제철학을 대신하여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대세임을 주장한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이라며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정책방향의 전환을 얘기하면서 고용을 중시하지만 종국에는 자본의 선의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이제 막 대통령 후보반열에 오른 안철수 후보도 금산분리와 같은 재벌규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밝힌 바 있지만 세계가 요구하는 근본적인 변혁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근본적인 변혁 없이는 '정치적 수사'
올 12월이면 이 세 분 모두가 일자리를 위해 특단의 정책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예일대 이매뉴얼 월러스틴 명예교수의 표현처럼 "수사와 현실의 괴리"는 임기 수행 1년을 채우기도 전에 전혀 엉뚱하게 나타날 것이다. 자본주의의 틀을 바꾸지 않고 국가의 정책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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