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동국대 신방과 겸임교수
추석이야 해마다 찾아오지만 5년에 한번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올해처럼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전국의 표심을 가름하는 분수령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추석이 되면 도시와 농촌이 만나고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아우른다. 피붙이끼리 흉허물 없이 모여 앉아, 대선 후보들을 도마에 올리고 한바탕 칼질을 하고 나면, 어느덧 세대와 도농(都農) 문화의 차이를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특히 올 대선에는 이야깃거리가 더욱 많을 터이다. 부모가 기억하는 박정희의 공(功)이 있고, 자식이 요구하는 역사적 반성이 있다. 지난 19일에야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후보는 연령'지역에 따라 생소한 대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적 삶을 사는 젊은 자녀가 그에 관해 설명해 드리는 일 또한 적지 않을 법하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이다. 단일화가 과연 필요한지, 한다면 누가 바람직한지를 토론해야 한다.
그럼 이번 추석에 차례상을 물린 뒤 우리는 '새 대통령'의 자격을 무엇에 두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 그 판단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하나로 좁혀 보자.
곧 우리 자식들의 앞날이다. 자식 키우기가 너무 어려워진 세상이기도 하거니와 자식들이 잘 돼야 내가 편안하고 집안 형편이 펴는 건 당연하다. 또 각 집안이 잘 돼야 사회가 안정되고 발전한다는 사실은 여전한 진리이다.
그러니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대학생인, 또는 대학생이 될 내 아이의 등록금을 '정말로' 반값으로 떨어뜨릴지 △졸업을 앞둔 우리 아들딸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취업토록 해줄지 △연애 중인 내 새끼 결혼하게끔 방 한칸 구하기 쉽게 지원책을 만들지를 따져 보기 바란다.
'자식 앞날'과 '나의 미래' 고려해야
그뿐만이 아니다. 초 중 고에 다니는 내 아들 딸 손주가 학교폭력과 성폭력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고, 그 아이들 대학 보내는 데 사교육비 덜 들어가게 해줄 후보가 누구일지도 판정해야 한다.
아이들 장래에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한 다음에는 내 자신의 미래를 고려해보아야 하겠다. 이 시대 장년'노년층 대부분은 자녀 교육에 전념하느라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 부모를 돌볼 여력이 없는 데다 시대는 이미 핵가족화한 지 오래됐다. 그렇다면 기댈 곳은 정부뿐이다. 사회보장, 복지에 적극 투자할 대통령이어야 내 숨통을 틔워준다.
대통령 적임자를 논의할 때 만의 하나 '당연히 우리 고향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목청 높이는 자가 있다면 꼬치꼬치 캐물어야 한다. 그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내 아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내 딸만 대학 등록금 반으로 깎아주느냐고. 지난번 고향 사람이 대통령 할 때 동향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특혜 준 게 있냐고.
5년 전 추석에도 대통령감을 두고 집집마다 토론이 치열했을 것이다. 그때는 노무현 정부에 실망이 커 여당 후보에 대한 관심은 덜했다. 게다가 먹고 살기 힘들었기에 경제를 되살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의 신화'를 만들었다는 이명박 후보를 들먹이는 사람이 많았다. 몇몇 사람은 'BBK 의혹'등을 들어 부도덕성을 지적했지만 '경제 대통령' 논리 앞에 맥을 못 추었다.
그 결과 지난 4년여 우리사회는 도덕적 타락과 함께 각종 흉악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 서민'중산층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이 정부에서 경제성장률은 결코 낮지 않았지만 그 혜택은 고루 분배되지 않았다.
내 선택이 아이의 장래 결정한다
다같이 나누지 않고 끼리끼리만 갈라먹는 경제성장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도리어 노동자는 일터를 잃었고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았다. '경제 대통령'을 소리 높여 외쳤던 사람들 가운데 올 추석에 고향 집을 찾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5년은 길다. 앞으로 5년 사이에 중고생은 대학생이 되고, 대학생은 사회인이 된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래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인생 항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 선택이 아이의 장래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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