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동 논설고문
추석 연휴가 끝나자 정치판이 어수선하다. 추석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 대선 주자들이 자기 중심의 정치적 눈으로 추석 여론 분석을 하고 그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면서 판세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허나 추석민심을 읽는 변수에 정치만 있고 경제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 판세를 가르는 핵심요소는 경제, 특히 민생경제라는데도 추석민심을 재는 여론변수에서 경제문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명언에서 증명되었듯이 '선거는 7할이 경제'라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의 구호로 대통령이 됐다. 요즘 한창 열기가 오르는 미국 대선 가도에서도 실업률 오르내림만으로도 지지율이 비례해서 등락하는 것을 보더라도 경제가 대선 핵심변수임을 알고도 남는다.
대선을 앞두고 달아오르는 정치권의 시끄러운 정치바람에 가려서 그렇지 경제는 매우 흉흉하다. 추석을 전후해서 흘러나온 지표마다 빨간불 일색이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저성장 궤도에 이미 진입한 경제가 내년에는 더욱 혹독한 몸살을 앓게 되리라는 전망을 예감하게 될 정도다. 그러니 추석경기가 어두웠고 "오히려 추석이 두렵다"는 한탄이 터져나오는 것도 엄살이 아니라 민심의 표현이다.
추석민심 재는 여론변수에서 경제 문제 찾기 어려워
요란하게 표출된 정치적 시각의 민심과는 달리 아직 감춰진 경제민심은 속으로는 타들어가면서도 겉으로는 냉랭하다. 구름 잡기식의 거창한 정치담론 속에 민생을 보듬는 실질적인 경제담론이 갇혀 있기 탓이다.
추석연휴에서 깨어보니 우리 경제는 더욱 깜깜해져 있다. 희망조차 캄캄한 지경이다. 산업순환사이클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수가 급감하면서 생산이 위축되고 재고는 쌓여가고 있다. 그러니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믿었던 수출마저 둔화되면서 앞으로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산업생산은 농림어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 가동률도 3년 3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소비도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민간 소비증가율은 1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이는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때보다 긴 것으로 소비침체의 만성화 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소비감소-생산감소-재고증가-이윤감소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계속 추락 중이다. 경기 전망이 어둡고 회복을 기대하기도 난망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수출이 끌고 왔다. 그러한 수츨마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8월 경상수지는 23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7월에 비해서는 반토막이 난 것이다. 무역수지 역시 7월의 반토막이 날 정도로 흑자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수출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우리 경제에 이미 위기 경보가 발령된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붕괴 위험에 더해 저축은행 10곳이 퇴출위기에 몰렸다. 1,2차 저축은행 도산의 전례에 비추어 금융대란과 서민경제에 미칠 엄청난 파장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저성장 고실업 추세가 가속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경제위기에도 정부는 무대책 … 진짜 '경제대통령' 나와야
해외에서도 악재가 몰려오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조치는 반짝 효과뿐 벌써 약발이 사라진 듯하다. 특히 우리의 최대 시장의 하나인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 성장률은 0.4%포인트 낮아진다고 한다. 중국경제의 침체는 곧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으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나라 안팎 경제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무책이다. 오직 재정건전성 타령만 하고 재정건전성에 스스로 발목을 묶고 경기대책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음 정부에 실패한 경제를 떠 넘길 셈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이 정부의 실패를 뒤치닥거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것이 진짜 추석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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