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지역내일 2002-02-06
아이들은 어른의 벤처기업

“저 사실은 벤처기업 해요. 이번 달에는 120만원을 벌었어요.”
아침마다 지각을 하는 정민이는 밤을 새워가며 컴퓨터 게임을 한다. ‘디아블로’나 ‘바람의 나라’같은 게임을 업그레이드하여 팔기 위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밤을 지새며 게임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게임에 필요한 무기와 소품을 훔치거나 만들어 경매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방과 후 낮에는 호프집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한다. 공부는 저녁나절 2시간 정도 잠깐 보습학원에 앉아 있는 것으로 대체한다. 그런 정민이에게 학교와 가정은 돈벌이 틈틈이 잠을 청하기 위한 휴식처로 평가절하된다. 그나마 학교에 애오라지 애착을 갖게 하는 것은 교실에 친구들이 있고, 특별활동인 컴퓨터 반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민이 같은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그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취미로 돈벌이에 나서기 시작하다가 중학생쯤 되면 본격적으로 장사에 몰두하는 것이다. 스스로는 ‘벤처기업’한다고 내심 자부하면서 선생님에게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예사다. 부모도 아이가 심심찮게 학비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을 대견해 하며 내심 ‘천재’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정말 그럴까? 아이가 게임을 팔아 돈벌이하는 것을 벤처기업으로 치부하는 현실을 떳떳하게 수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교사와 부모들은 그런 아이의 행동을 놓고 어디까지가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문화’인지 갈수록 자신 없어 하고 있다. 벤처 열풍이 한차례 불고 지나간 상혼의 자리에 엉뚱하게도 아이들의 심성이 파편처럼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면서부터 멀쩡하게 존재하던 체험학습이나 특별활동을 교과 재량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1시간씩 줄여서 대체하고 있는 판국이니,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의 모험심을 담아낼 재간이 없다. 아이들이 밤을 지새며 게임에 몰두하면서 벤처기업(?)을 하든지 말든지 상관하는 하는 선생님도 없고, 바로 잡아 줄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어른들이 명문대 타령을 하면서 대학서열화를 부채질하고, 학력이 하향 평준화되었다면서 고교입시를 부활하자고 난리를 피는 세상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학교를 떠나고 있다. 정민이 같은 아이들이 그나마 학교에 정을 붙이게 하려면 학교는 감성이 넘치고 체험학습이 가능한 체제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청소년이야말로 어른의 벤처기업이다. 아이들을 위험한 벤처로 만드느냐 창조적인 벤처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어른들의 손에 달려있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벤처 정신으로 구현해 내야 할 때인 것이다.

김대유(서울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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