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폭력 예방, 피해자 권리보장부터

지역내일 2012-10-10

이화영/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

연간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로 접수되는 1400여 건의 상담 중 80% 이상이 "아는 관계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우리 상담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내부적으로 '관계와 피해유형'으로 사건을 지칭한다. 절대 지명으로 사건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통영사건'을 '이웃집 아저씨가 아동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사건'으로 이름짓고 언론에 친족 성폭력 사건이 많이 보도되었다면 우리 사회가 겪을 불안감의 종류와 성질은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성폭력사건에 지명을 붙이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보이지 않게 된다. 성범죄 전력이 있거나 사이코패스거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성폭력을 저지른다는 보도는 '특수한 사람'이라는 또 다른 통념을 심어주게 된다.

성폭력 가해자는 '특수'한 사람이 아니다

성폭력 가해자를 특수한 사람으로 보고 사회와 격리되거나 분리되어야 할 사람으로 보는 것은 성폭력 예방이나 피해자 지원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해자를 특수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순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은 '특수함'의 범주에서 배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리적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성폭력을 예방하기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은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발생률이 80% 이상을 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법제도 개선을 수립하는 것이며, 피해자의 적극적 권리를 보장하도록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흔히 고소하면 내가 피해자니까 경찰이 나의 억울함과 피해를 수사해 줄 것이고, 가해자는 곧 구속되어 나는 예전처럼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사에 들어가면 피해자는 고소인 자격으로 피해 받은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여러 차례 진술을 하게 된다.

가해자는 대부분 범죄사실을 부인한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이 가해자 편을 드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한다. 진술을 번복하는 가해자는 가만 놔두고, 피해자의 진술은 믿지 않고, 되려 피해사실을 입증하라니 수사기관이 의심받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하는 순간, 해야 할 많은 것과 직면하게 된다. 제3자에게 피해를 말하는 어려움도 넘어서야 하고, 다른 사람이 통념을 갖고 나를 바라볼지 모른다는 두려움과도 맞서야 한다. 그것이 수사기관을 통해서라면 여러 차례의 진술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사기관이 친절하게 잘 도와주고 있고, 피해자의 어려움을 잘 살펴준다는 느낌을 피해자가 갖는다면? 성폭력 피해자가 어떤 절차로 수사재판과정에 임하게 될지, 성폭력상담소, 원스톱지원센터, 해바라기센터 등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정보 및 의료 및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도 피해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한다면?

몇 가지만으로도 피해자는 국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히 받게 될 것이고, 신고한 10%가 피해를 극복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관심을

이번 사건 이후 기자들에게 성폭력 예방을 위한 궁극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수차례 질문을 받았다. 성폭력예방을 위한 첫번째 대책은 통념에 묻혀 드러나지 않은 90%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고, 이 소리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우리가 직면한 성폭력 범죄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성폭력예방교육이 실질화 되어야 하고, 사람들의 통념을 바꿀 수 있도록 평생교육처럼 자리 잡아야 한다. 금연 공익광고의 효과가 타인에 대한 배려로 나타났던 것처럼 성폭력예방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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