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증권사 채권금리담합 적발] “스플 더 벌립시다”<스프레드의 준말, 스프레드가 벌어질수록 채권가격은 싸짐> 메신저로 금리합의 … 수천억 부당이익
지역내일
2012-10-24
(수정 2012-10-24 오후 5:41:17)
매입가 낮춰 안정적 수익확보 … 개인투자자 시장진입도 방해
거래액 많은 삼성·우리투자증권 높은 과징금 예상
20개 증권사의 소액채권 금리담합이 적발되면서 증권가에는 큰 파문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20개사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17개 증권사를 검찰고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애초 담합대상으로 알려졌던 국민주택채권 1종 외에도 국민주택채 2종, 지역개발채, 도시철도채 등도 담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은 더 커지게 됐다. 증권사들이 누린 부당매출이 7년 5개월간 수천억대로 추산되는데다 소비자 피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신뢰도 추락은 물론 피해보상소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리 짜고서 동일한 금리 써내 = 공정위 조사결과 밝혀진 담합대상은 국민주택채권 1·2총, 지역개발채권,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 등이다.
이들 소액채권은 국민이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또는 각종 인허가를 받을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가표준액의 최대 5%까지 사야 하는 등 구입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샀다가 곧바로 파는 게 대부분이다. 이 때 소액채권을 증권사가 사들이는데 매입가격은 한국거래소에서 고시하는 신고시장금리(매수전담 증권사 22개사가 매일 제출하는 금리를 산술평균한 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들이 미리 짜고서 동일한 금리을 써 냈다는 점이다.
채권마다 담합을 한 기간이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담합기간이 가장 오래된 국민주택채권의 경우 담합이 없었던 2004년 4월 이전에는 각 증권사가 써내는 금리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담합이 시작된 2004년 4월부터 각 증권사들이 제출한 금리 중 동일한 수익률이 전체 데이터에서 차지하는 최빈값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에는 평균 33%, 2003년에는 평균 32%에 그쳤지만 2004년 4월부터 2008년 10월까지의 최빈값 비율은 연평균 90%대에 달했다.(그래프 참조)

◆매일 3시반경 메신저 회의 = 이처럼 동일한 금리를 제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증권사 소액채권 담당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2개사 중 20개 증권사는 2004년 3월말부터 2011년 8월까지 소액채권의 금리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 전인 매일 오후 3시반경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미리 합의, 신고시장금리가 높게 결정되도록 담합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가격은 싸지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소액채권 보유자들에게 싸게 채권을 사들여 나중에 팔 때는 더 높은 시장가격에 팔 수 있었다.
공정위가 발췌한 메신저 회의 내용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2008년 11월 13일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한 증권사의 담당자가 "지역은 스프레드 더 벌립시다"고 말하고 금리를 제시하자 다른 증권사의 담당자가 다른 금리를 제시하며 "이렇게 하시죠? 약세장에서 스플(스프레드) 더 벌려야죠"라고 말하는 식이다. 스프레드를 벌리자는 말은 시장금리와 신고시장금리의 차이를 크게 하자는 내용이다. 즉 소액채권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더 싸게 매기자는 의미다.
소액채권담당자들은 회의참석자들이 합의된 금리를 한국거래소에 제대로 제출했는지 사후확인을 하기도 했다. 2008년 1월 10일 한 증권사 담당자가 보낸 메신저 내용을 보면 "좀 거시기한 방법인 건 인정합니다... 근데 어쩔 수 없군요... 자체전산에 어제 입력한 신고시장수익률 하드카피로 해서 저에게 팩스 좀 넣어주세요"라며 사후확인을 했다.
소액채권시장에서 경쟁상대인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떨궈내기 위해 신고금리를 낮게 결정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한 메신저 회의에서 한 증권사 담당자는 "떨거지들 떨궈내시죠"라며 낮은 금리를 제안했다. 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격이 비싸지므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나가게 하려는 의도였다.
◆매수전담증권사에서 탈락되지 않으려 담합 = 증권사들이 이처럼 담합했던 이유는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소액채권 매매시 시장금리(시장가격)와 신고시장금리(신고시장가격)간의 차이를 인위적으로 확대함으로서 안정적 수익을 획득할 수 있었다. 신고시장가격이 결정된 후 시장가격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수전담증권사들은 신고시장가격이 되도록 낮게(신고시장금리는 높게) 형성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한국거래소가 실시하는 매수전담증권사 지정평가에서 탈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거래소는 매년 매수전담증권사 지정평가를 실시하는데 이 때 각 증권사가 제출한 신고금리와 한국거래소에서 정한 신고시장금리간에 괴리가 클 경우 감점하고 있다. 매수전담증권사들은 미리 금리를 합의함으로서 이 평가항목에서 감점당할 가능성을 없앤 셈이다.
실제 이런 담합 때문에 매수전담증권사 진입은 쉽지 않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지정신청한 33개사 중 8개사만이 라이세스를 획득해 4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보였다.
■용어설명
1종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면허, 허가, 인가 및 등기, 등록을 신청하는 사람이나 공공기관과 건설 도급계열을 체결한 자, 주택법에 따라 건설, 공급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자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2종 국민주택채권은 부동산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방지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주거전용면적 85㎡ 초과 공동주택을 공급받는 사람에게 시세차익 환수를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도시철도채권은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로 서울 부산 대구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면허 허가 인가를 받은 자, 차량등록을 신청하는 자, 도시철도 건설자와 건설도급계열을 체결한 자가 매입한다.
지역개발채권은 수도사업 지방도로사업 등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와 지역개발 기금조성에 쓰인다.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면허 허가 인가를 받은 자, 지자체가 자본금을 전액출연한 기관과 건설도급계약이나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자가 산다. 16개 시도에서 발행된다.
채권투자수익률은 채권 발행 후 거래되는 과정에서 금리 환율 등에 따라 만들어지는 수익률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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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액 많은 삼성·우리투자증권 높은 과징금 예상
20개 증권사의 소액채권 금리담합이 적발되면서 증권가에는 큰 파문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20개사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17개 증권사를 검찰고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애초 담합대상으로 알려졌던 국민주택채권 1종 외에도 국민주택채 2종, 지역개발채, 도시철도채 등도 담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은 더 커지게 됐다. 증권사들이 누린 부당매출이 7년 5개월간 수천억대로 추산되는데다 소비자 피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신뢰도 추락은 물론 피해보상소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리 짜고서 동일한 금리 써내 = 공정위 조사결과 밝혀진 담합대상은 국민주택채권 1·2총, 지역개발채권,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 등이다.
이들 소액채권은 국민이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또는 각종 인허가를 받을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가표준액의 최대 5%까지 사야 하는 등 구입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샀다가 곧바로 파는 게 대부분이다. 이 때 소액채권을 증권사가 사들이는데 매입가격은 한국거래소에서 고시하는 신고시장금리(매수전담 증권사 22개사가 매일 제출하는 금리를 산술평균한 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들이 미리 짜고서 동일한 금리을 써 냈다는 점이다.
채권마다 담합을 한 기간이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담합기간이 가장 오래된 국민주택채권의 경우 담합이 없었던 2004년 4월 이전에는 각 증권사가 써내는 금리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담합이 시작된 2004년 4월부터 각 증권사들이 제출한 금리 중 동일한 수익률이 전체 데이터에서 차지하는 최빈값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에는 평균 33%, 2003년에는 평균 32%에 그쳤지만 2004년 4월부터 2008년 10월까지의 최빈값 비율은 연평균 90%대에 달했다.(그래프 참조)

◆매일 3시반경 메신저 회의 = 이처럼 동일한 금리를 제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증권사 소액채권 담당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2개사 중 20개 증권사는 2004년 3월말부터 2011년 8월까지 소액채권의 금리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 전인 매일 오후 3시반경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미리 합의, 신고시장금리가 높게 결정되도록 담합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가격은 싸지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소액채권 보유자들에게 싸게 채권을 사들여 나중에 팔 때는 더 높은 시장가격에 팔 수 있었다.
공정위가 발췌한 메신저 회의 내용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2008년 11월 13일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한 증권사의 담당자가 "지역은 스프레드 더 벌립시다"고 말하고 금리를 제시하자 다른 증권사의 담당자가 다른 금리를 제시하며 "이렇게 하시죠? 약세장에서 스플(스프레드) 더 벌려야죠"라고 말하는 식이다. 스프레드를 벌리자는 말은 시장금리와 신고시장금리의 차이를 크게 하자는 내용이다. 즉 소액채권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더 싸게 매기자는 의미다.
소액채권담당자들은 회의참석자들이 합의된 금리를 한국거래소에 제대로 제출했는지 사후확인을 하기도 했다. 2008년 1월 10일 한 증권사 담당자가 보낸 메신저 내용을 보면 "좀 거시기한 방법인 건 인정합니다... 근데 어쩔 수 없군요... 자체전산에 어제 입력한 신고시장수익률 하드카피로 해서 저에게 팩스 좀 넣어주세요"라며 사후확인을 했다.
소액채권시장에서 경쟁상대인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떨궈내기 위해 신고금리를 낮게 결정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한 메신저 회의에서 한 증권사 담당자는 "떨거지들 떨궈내시죠"라며 낮은 금리를 제안했다. 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격이 비싸지므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나가게 하려는 의도였다.
◆매수전담증권사에서 탈락되지 않으려 담합 = 증권사들이 이처럼 담합했던 이유는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소액채권 매매시 시장금리(시장가격)와 신고시장금리(신고시장가격)간의 차이를 인위적으로 확대함으로서 안정적 수익을 획득할 수 있었다. 신고시장가격이 결정된 후 시장가격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수전담증권사들은 신고시장가격이 되도록 낮게(신고시장금리는 높게) 형성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한국거래소가 실시하는 매수전담증권사 지정평가에서 탈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거래소는 매년 매수전담증권사 지정평가를 실시하는데 이 때 각 증권사가 제출한 신고금리와 한국거래소에서 정한 신고시장금리간에 괴리가 클 경우 감점하고 있다. 매수전담증권사들은 미리 금리를 합의함으로서 이 평가항목에서 감점당할 가능성을 없앤 셈이다.
실제 이런 담합 때문에 매수전담증권사 진입은 쉽지 않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지정신청한 33개사 중 8개사만이 라이세스를 획득해 4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보였다.
■용어설명
1종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면허, 허가, 인가 및 등기, 등록을 신청하는 사람이나 공공기관과 건설 도급계열을 체결한 자, 주택법에 따라 건설, 공급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자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2종 국민주택채권은 부동산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방지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주거전용면적 85㎡ 초과 공동주택을 공급받는 사람에게 시세차익 환수를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도시철도채권은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로 서울 부산 대구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면허 허가 인가를 받은 자, 차량등록을 신청하는 자, 도시철도 건설자와 건설도급계열을 체결한 자가 매입한다.
지역개발채권은 수도사업 지방도로사업 등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와 지역개발 기금조성에 쓰인다.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면허 허가 인가를 받은 자, 지자체가 자본금을 전액출연한 기관과 건설도급계약이나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자가 산다. 16개 시도에서 발행된다.
채권투자수익률은 채권 발행 후 거래되는 과정에서 금리 환율 등에 따라 만들어지는 수익률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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