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서 시장조성 주문 … 증권사, 금리결정권 받아 악용
공정위 "행정지도 빌미로 가격논의하면 불공정행위 해당"
정부의 행정지도가 채권금리담합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뤄진 담합을 제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행정지도라 하더라도 '모여 가격을 논의했다면 담합'이라고 못을 박았다.
25일 공정위가 증권사들에 보낸 '20개 증권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0개 증권사의 소액채권(국민주택채권 1종과 2종, 지역개발채권,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 담합과정에서 당시 건설교통부의 '시장조성 요구'가 있었다.
증권사들은 공정위에 "공동행위(담합)가 정부의 요구 등이 관여돼 이뤄진 배경이 있다"면서 과징금 20% 감경을 요구했다.
◆건교부, 할인율 인하 권고 = 소액국공채는 표면금리가 낮고 만기가 5년이상으로 길어 증권사들이 직접거래를 기피, 현금화가 쉽지 않았다. 중간수집상 등의 대리매입 관행이 남아있어 채권발행물량의 4%정도만 은행창구로 즉시 매도되는 복잡한 유통과정이 관행처럼 남아있었다. 채권매입을 힘들게 만든 부분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4년4월부터 채권의 실물발행제를 등록발행제로 바꿨다. 실물 채권증서를 발행하는 대신 전자로 등록하면 돼 위변조 위험, 분살 도난 위험, 재산은닉수단으로의 악용을 차단할 수 있었다.
건설교통부는 등록발행제를 시행하면서 매도대행증권사들에게 40bp(0.4%p) 수준이었던 국고채와 국민주택채권간의 수익률 차이를 10bp(0.1%p)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할인율을 낮춰 개인들이 소액채권을 은행창구 등에서 즉시 매도할 때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증권사, 시장조성 대가로 수익률 결정권 받아 = 국토해양부는 소액채권시장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증권사를 활용했다.
매수전담증권사는 채권시장에서 매일 매도대행증권사를 통해 나오는 물량을 신고시장수익률로 전량 인수해 소액채권시장의 유동성과 환금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대가는 신고수익률을 정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국토해양부는 매수전담증권사에게 채권가격 결정을 위한 신고수익률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매수전담증권사의 매수가격은 스스로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신고수익률을 산술평균한 것으로 결국 매수전담증권사는 자신이 매수할 채권가격을 스스로 정한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매수전담증권사들로 구성된 소액채권전담회원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모임과 메신저를 통해 공동행위를 모의, 실행했다.
◆행정지도로 면책 안돼 = 공정위는 행정지도를 했더라도 이를 계기로 모여서 가격에 대해 논의하면 담합에 해당되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문제삼는 것은 행정기관의 행정지도를 빌미로 사전 또는 사후에 사업자들이 '별도로 합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정부의 권고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공정위는 "정부의 권고에 의해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심인들이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권고를 이행하는 듯 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2008년 11월이후에는 정부의 관심이 멀어졌다고 판단해 20개 피심인중 19개 피심인이 동일한 수익률을 제출한 것은 정부의 권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용어설명
소액채권매입자는 일반법인이나 국민으로 부동산 등기, 각종 인허가때 일정금액에 해당되는 국민주택채권, 서울·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등 소액채권을 산다. 준조세 성격의 이 채권을 대부분 매수 즉시 은행 창구 등을 통해 판다. 매입한 것에 할인율을 적용해 소폭 싸게 매도한다.
매출대행기관은 소액채권매입자에게 사는 곳으로 우리은행 등 9개 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매도대행증권사는 매출대행기관인 은행과 매도주문대행계약을 체결한 12개의 증권사다.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인수받아 소액채권시장에서 신고시장가격으로 매도한다. 이때 개인이나 법인이 낸 0.3%의 수수료를 0.2%(은행), 0.1%(증권사)로 나눠 갖는다.
매수전담증권사는 매출대행기관이 매도하는 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수한다. 매수전담증권사는 스스로 매입하는 채권의 수익률(신고시장가격)을 정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신고시장가격은 채권매입자가 즉시 매도할 때, 매도대행증권사가 매수전담사에 채권을 팔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한국거래소는 22개 매수전담증권사가 전일 제출한 신고수익률 중 상위 20%와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뺀 70%의 신고수익률을 산술평균해 시장신고수익률을 결정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관련기사]
- 채권금리담합, 정부-거래소-증권사 '합작품'
- 90% 이상 동일금리 내는데 '수수방관' … 한국거래소 뭐했나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공정위 "행정지도 빌미로 가격논의하면 불공정행위 해당"
정부의 행정지도가 채권금리담합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뤄진 담합을 제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행정지도라 하더라도 '모여 가격을 논의했다면 담합'이라고 못을 박았다.
25일 공정위가 증권사들에 보낸 '20개 증권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0개 증권사의 소액채권(국민주택채권 1종과 2종, 지역개발채권,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 담합과정에서 당시 건설교통부의 '시장조성 요구'가 있었다.
증권사들은 공정위에 "공동행위(담합)가 정부의 요구 등이 관여돼 이뤄진 배경이 있다"면서 과징금 20% 감경을 요구했다.
◆건교부, 할인율 인하 권고 = 소액국공채는 표면금리가 낮고 만기가 5년이상으로 길어 증권사들이 직접거래를 기피, 현금화가 쉽지 않았다. 중간수집상 등의 대리매입 관행이 남아있어 채권발행물량의 4%정도만 은행창구로 즉시 매도되는 복잡한 유통과정이 관행처럼 남아있었다. 채권매입을 힘들게 만든 부분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4년4월부터 채권의 실물발행제를 등록발행제로 바꿨다. 실물 채권증서를 발행하는 대신 전자로 등록하면 돼 위변조 위험, 분살 도난 위험, 재산은닉수단으로의 악용을 차단할 수 있었다.
건설교통부는 등록발행제를 시행하면서 매도대행증권사들에게 40bp(0.4%p) 수준이었던 국고채와 국민주택채권간의 수익률 차이를 10bp(0.1%p)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할인율을 낮춰 개인들이 소액채권을 은행창구 등에서 즉시 매도할 때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증권사, 시장조성 대가로 수익률 결정권 받아 = 국토해양부는 소액채권시장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증권사를 활용했다.
매수전담증권사는 채권시장에서 매일 매도대행증권사를 통해 나오는 물량을 신고시장수익률로 전량 인수해 소액채권시장의 유동성과 환금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대가는 신고수익률을 정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국토해양부는 매수전담증권사에게 채권가격 결정을 위한 신고수익률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매수전담증권사의 매수가격은 스스로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신고수익률을 산술평균한 것으로 결국 매수전담증권사는 자신이 매수할 채권가격을 스스로 정한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매수전담증권사들로 구성된 소액채권전담회원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모임과 메신저를 통해 공동행위를 모의, 실행했다.
◆행정지도로 면책 안돼 = 공정위는 행정지도를 했더라도 이를 계기로 모여서 가격에 대해 논의하면 담합에 해당되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문제삼는 것은 행정기관의 행정지도를 빌미로 사전 또는 사후에 사업자들이 '별도로 합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정부의 권고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공정위는 "정부의 권고에 의해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심인들이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권고를 이행하는 듯 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2008년 11월이후에는 정부의 관심이 멀어졌다고 판단해 20개 피심인중 19개 피심인이 동일한 수익률을 제출한 것은 정부의 권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용어설명
소액채권매입자는 일반법인이나 국민으로 부동산 등기, 각종 인허가때 일정금액에 해당되는 국민주택채권, 서울·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등 소액채권을 산다. 준조세 성격의 이 채권을 대부분 매수 즉시 은행 창구 등을 통해 판다. 매입한 것에 할인율을 적용해 소폭 싸게 매도한다.
매출대행기관은 소액채권매입자에게 사는 곳으로 우리은행 등 9개 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매도대행증권사는 매출대행기관인 은행과 매도주문대행계약을 체결한 12개의 증권사다.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인수받아 소액채권시장에서 신고시장가격으로 매도한다. 이때 개인이나 법인이 낸 0.3%의 수수료를 0.2%(은행), 0.1%(증권사)로 나눠 갖는다.
매수전담증권사는 매출대행기관이 매도하는 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수한다. 매수전담증권사는 스스로 매입하는 채권의 수익률(신고시장가격)을 정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신고시장가격은 채권매입자가 즉시 매도할 때, 매도대행증권사가 매수전담사에 채권을 팔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한국거래소는 22개 매수전담증권사가 전일 제출한 신고수익률 중 상위 20%와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뺀 70%의 신고수익률을 산술평균해 시장신고수익률을 결정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관련기사]
- 채권금리담합, 정부-거래소-증권사 '합작품'
- 90% 이상 동일금리 내는데 '수수방관' … 한국거래소 뭐했나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