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 개실마을, 으뜸 농촌체험마을로 부상 … 연간 5만명 다녀가
경상북도는 전국 최대의 농업생산지다. 생산품목도 200여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사과 포도 참외 자두 한우 등 전국 1위 품목이 14개다. 사과는 전국 생산량의 64%, 자두와 참외는 84%나 차지한다. 전업농 비율도 6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경북이 '농도'로 불리는 이유다. 경북도는 최근 농업 환경의 악화에도 농업을 사양산업이 아닌 각광받고 지속가능한 생산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개방농업 시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농업이 '근심 산업' 아닌 '희망 산업'으로 발돋움하는 현장을 찾아 소개한다.
지난 18일 찾아간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1리 개실마을의 마을가꾸기추진위원회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10월 일정표엔 빈틈이 없었다. 모두 마을 체험관광 예약 현황이다.
이날 오전에도 대구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 100명이 짚공예와 칼국수 시식 체험을 하고 갔다. 10월 한 달 동안에 줄잡아 5000여명의 체험객이 몰려온다. 올해 전체로는 4만여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갈 전망이다. 단순 방문객까지 합치면 5만여명은 족히 된다.
평균 연령대가 70세인 마을 주민들이 김병만(75) 위원장과 이경태 사무장의 진두지휘로 똘똘 뭉쳐 손님맞이에 신명을 내고 있다. 60여 가구 160여명이 살고 있으나 체험마을 사업에는 거동이 가능한 45가구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엄격한 유교적 법도에 억눌려 감히 바깥출입도 하기 힘들었던 양반가문의 며느리들이 앞장서 350여년 동안 숨죽여 살았던 한옥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조선 초기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전통한옥촌인 개실마을이 최근 연간 관광객이 5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농촌체험마을로 변신했다. 사진 고령군 제공>
개실마을은 조선전기 성리학자이며 영남사림학파의 종조인 점필재 김종직(1431~1492년)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집성촌이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88고속도로 고령나들목에서 빠져나와 합천방면으로 10여분 달리면 도로변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그마한 한옥마을이 나온다. 앞산은 접무봉이고 뒷산은 화개산이다. 꽃이 피고 나비가 춤추는 지명을 배경으로 터를 잡고 있다.
◆주민생각 바뀌니 농촌체험마을 잘 돼 = 무오사화(1498년·연산군 4년)때 화를 당한 선산 김씨 출신 김종직 선생의 6대손이 1651년 이 마을로 피신해 은거하면서 집성촌을 이뤄 350여년간 종가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이름 '개실'은 마을에 꽃이 많이 피고 골이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속에서도 양반가문의 자존심 하나로 버텨낸 개실마을이 외부에 문을 연 것은 2001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유교전통과 문화로 보수성이 강한 시골 집성촌 주민들이 서비스업을 하겠다고 나선 희한한 도전이었다. 한옥과 전통 놀이문화, 먹거리, 문화재 등을 자원으로 농촌관광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체험마을 하면서 노인들 건강도 좋아져 = 2001년 12월 작목반 부녀회 노인회 향우회 등으로 구성된 마을가꾸기사업추진위원회는 역할을 분담했다. 작목반은 딸기·고구마 등 수확체험을, 부녀회는 한과 상품화와 민박, 전통음식 보급을 맡았다. 노인회는 전통놀이와 예절교육을 진행하고, 향우회는 마을 홍보와 지원을 책임졌다. 불편한 한옥을 개보수해 15개동 30개의 방을 갖춘 현대식 한옥민박집도 만들었다.
연중 가동되는 체험프로그램은 학생과 관광객에게 조상들의 지혜와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엿 만들기와 농산물 수확 체험, 대나무 물총·팽이·윷가락 만들기, 전통예절교육 등이 연간 500여회 진행된다.
반가 규수들이 만든 350년 전통의 한과상품화 사업은 마을변화에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2007년 전통방식으로 만든 한과를 서울의 한 유명 백화점에 전량 납품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설 명절 두 달 전부터 복잡한 한과 만들기에 온 마을 주민들이 동원돼 3000여만원어치의 한과를 납품했다.
김병만 위원장은 "첫 납품으로 수익은 못 남겼지만 개실마을 전통한과의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었고 유명백화점이 평가를 통해 특별주문을 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개실마을은 이제 연간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부자마을로 거듭났다. 이 중 2억여원은 참여 주민들의 인건비로 돌아간다. 농사만 짓던 개실마을 주민 한 사람당 연간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의 수입이 생긴 것이다. 쌀농사 3000평을 짓는 농부의 수입과 맞먹는 액수다.
김병만 위원장은 "생각을 바꾸니 돈도 생기고 온기가 없던 마을도 되살아났으며 마을사람들이 10년 이상 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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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찾아간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1리 개실마을의 마을가꾸기추진위원회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10월 일정표엔 빈틈이 없었다. 모두 마을 체험관광 예약 현황이다.
이날 오전에도 대구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 100명이 짚공예와 칼국수 시식 체험을 하고 갔다. 10월 한 달 동안에 줄잡아 5000여명의 체험객이 몰려온다. 올해 전체로는 4만여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갈 전망이다. 단순 방문객까지 합치면 5만여명은 족히 된다.
평균 연령대가 70세인 마을 주민들이 김병만(75) 위원장과 이경태 사무장의 진두지휘로 똘똘 뭉쳐 손님맞이에 신명을 내고 있다. 60여 가구 160여명이 살고 있으나 체험마을 사업에는 거동이 가능한 45가구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엄격한 유교적 법도에 억눌려 감히 바깥출입도 하기 힘들었던 양반가문의 며느리들이 앞장서 350여년 동안 숨죽여 살았던 한옥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조선 초기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전통한옥촌인 개실마을이 최근 연간 관광객이 5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농촌체험마을로 변신했다. 사진 고령군 제공>
개실마을은 조선전기 성리학자이며 영남사림학파의 종조인 점필재 김종직(1431~1492년)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집성촌이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88고속도로 고령나들목에서 빠져나와 합천방면으로 10여분 달리면 도로변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그마한 한옥마을이 나온다. 앞산은 접무봉이고 뒷산은 화개산이다. 꽃이 피고 나비가 춤추는 지명을 배경으로 터를 잡고 있다.
◆주민생각 바뀌니 농촌체험마을 잘 돼 = 무오사화(1498년·연산군 4년)때 화를 당한 선산 김씨 출신 김종직 선생의 6대손이 1651년 이 마을로 피신해 은거하면서 집성촌을 이뤄 350여년간 종가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이름 '개실'은 마을에 꽃이 많이 피고 골이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속에서도 양반가문의 자존심 하나로 버텨낸 개실마을이 외부에 문을 연 것은 2001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유교전통과 문화로 보수성이 강한 시골 집성촌 주민들이 서비스업을 하겠다고 나선 희한한 도전이었다. 한옥과 전통 놀이문화, 먹거리, 문화재 등을 자원으로 농촌관광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체험마을 하면서 노인들 건강도 좋아져 = 2001년 12월 작목반 부녀회 노인회 향우회 등으로 구성된 마을가꾸기사업추진위원회는 역할을 분담했다. 작목반은 딸기·고구마 등 수확체험을, 부녀회는 한과 상품화와 민박, 전통음식 보급을 맡았다. 노인회는 전통놀이와 예절교육을 진행하고, 향우회는 마을 홍보와 지원을 책임졌다. 불편한 한옥을 개보수해 15개동 30개의 방을 갖춘 현대식 한옥민박집도 만들었다.
연중 가동되는 체험프로그램은 학생과 관광객에게 조상들의 지혜와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엿 만들기와 농산물 수확 체험, 대나무 물총·팽이·윷가락 만들기, 전통예절교육 등이 연간 500여회 진행된다.
반가 규수들이 만든 350년 전통의 한과상품화 사업은 마을변화에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2007년 전통방식으로 만든 한과를 서울의 한 유명 백화점에 전량 납품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설 명절 두 달 전부터 복잡한 한과 만들기에 온 마을 주민들이 동원돼 3000여만원어치의 한과를 납품했다.
김병만 위원장은 "첫 납품으로 수익은 못 남겼지만 개실마을 전통한과의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었고 유명백화점이 평가를 통해 특별주문을 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개실마을은 이제 연간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부자마을로 거듭났다. 이 중 2억여원은 참여 주민들의 인건비로 돌아간다. 농사만 짓던 개실마을 주민 한 사람당 연간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의 수입이 생긴 것이다. 쌀농사 3000평을 짓는 농부의 수입과 맞먹는 액수다.
김병만 위원장은 "생각을 바꾸니 돈도 생기고 온기가 없던 마을도 되살아났으며 마을사람들이 10년 이상 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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