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원/(사)한국노동경제 연구원 원장
소득평등을 강화하는 사회적 지출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 과격한(?) 주장은 노동조합의 주장이 아니다. 지난 10월 22일 IMF가 발표한 '한국의 사회적 지출 :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은 가능한가?'라는 보고서가 그것이다.
보고서는 첫 문장에서 한국이 직면한 급속한 고령화와 소득불평등이라는 두 개의 도전에 맞서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정부의 사회적 지출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사회적 지출을 건강, 교육, 그리고 실업급여를 비롯한 사회안전망 등 광범위한 사회복지지출이라고 규정한다.
성장이 소득불평등을 줄인다는 주장은 잘 알려져 있으나, 역으로 소득평등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지출 역시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적 진술이다. 사회적 지출이 불평등 감소와 강력한 성장을 상호 강화시켜 선순환 사이클을 촉진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국사회의 소득불평등은 97년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OECD평균보다 높고, 빈곤률은 7번째로 높다. 특히 지난 10년간 그 경향은 확대일변도를 보였다. 1990년 GDP대비 2.8%에 불과했던 사회적 지출이 2007년 7.6%까지 올라갔으나 이 정도 증가로는 지난 10년간 확대된 소득분포 왜곡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7.6%는 OECD국가 가운데 꼴찌에서 2번째다.
소득불평등, OECD 최고 수준
그런데 이 보고서가 흥미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소득불평등이 급격하게 강화된 원인에 대한 분석이다.
기술진보나 세계화와 같은 많은 잠재적 요소들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가장 핵심 요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큰 임금격차를 결과한 노동시장의 분단(dualism)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비율은 OECD국가에서 3번째로 높다. 비정규직은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취약한 고용보호,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외면이라는 이중삼중의 차별로 특징된다.
노동시장 분단이 소득불평등의 주범이라는 IMF의 진단은 역사적인 아이러니이다. 비정규직 양산은 바로 1997년 IMF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과도한 강제이식으로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분단의 폐해는 이것으로 머물지 않는다. 보고서는 비정규직의 양산이 생산성 향상 역시 가로막는다고 충고한다. 소득불평등 강화는 물론 성장까지 위태롭게 하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지출 확대와 신속한 노동시장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한국경제의 잠재적 성장을 향후 10년간 매년 1.1%를 더 상승시킬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사회적 지출 늘려 균형 회복해야
IMF의 분석결과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IMF의 보고서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한국경제 지속가능성의 근원을 비정규직문제로 파악한 것에 머물지 않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의 하나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노동시장 분단의 참혹함에 주목하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핵심이라고 분석한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비정규직 대책이 강력히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