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은 경쟁력을 갖춘 명문 대학원으로 비상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제3대 광주과학기술원장 선임을 앞두고 과기원이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차기 원장 선임 문제를 계기로 과기원을 둘러싼 그동안의 누적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IMF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교육부의 대전 카이스트(KAIST)와 광주과기원의 통합 시도, 학교발전 기금의 부재, 취약한 재정자립도, 줄어드는 학생지원자, 입학생 수준저하, 냉난방조차 불충분한 시설, 교수들의 사기저하 등은 과기원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 이면에는 과기원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개원 8주년을 넘어선 광주과기원은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정부의 보상책으로 정치적으로 얻어진 결과물이다. 과기원은 과학기술부 산하 연구중심대학원으로 첨단과학기술분야로 특성화한 신소재공학과, 기전공학과 등 5개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고급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 능력 향상 등으로 지역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은 물론 국가과학기술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세계 일류 대학원으로의 성장 발전을 설립취지로 출발한 과기원이다.
비전없는 대학원으로 전락할 우려
하지만 몇 년 사이 국내상황에 대처하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본래 위상과 역할을 상실한 채 비전없는 대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내부 진단이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과기원의 성격에 걸맞는 구심축 부재에서 나온다. 이는 곧 현 원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과기원은 개원 후 8년 동안 가장 빨리 두각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과학기술논문색인집(SCI)에 실릴 논문 발표를 목표로 삼아왔다. SCI는 국내 모든 연구계획서 평가나 대학평가지수로 삼는 잣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광주과기원은 SCI에 올려진 논문 편수가 226편으로 교수1인당 3.7편에 이르며 교수1인당 연구비도 2억9000만원으로 국내 대학 중 최상위에 올라와 있는 등 학계에서 우수 연구집단으로 인정받고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찬사를 받을 정도가 됐다.
이는 현 원장인 김효근 교수(66·신소재공학과)의 공과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외부에서는 김 원장의 가장 큰 치적으로 꼽고있지만 실제로는 미래 비전없이 연구논문 지표늘리기에만 급급한 과실이라는 것이다. 실제 순수과학분야가 아닌 응용연구분야에서는 거의 평가가치를 두지 않는 SCI이지만 SCI의 양적인 논문에만 치중한 나머지 SCI 논문 위주의 승진 및 재계약을 하는 교수인사정책은 교수들과 마찰을 불러왔다.
SCI 논문이 다는 아니다
과기원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교수가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싣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구를 선도하는 과기원이 질보다 편수에 연연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김 원장은 SCI 논문 편수를 늘리는 것만이 과기원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는 시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과기원이 외부적으로 호평 받았던 수식어는 많다. 연구를 그룹으로 하는 학교,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 논문을 많이 쓰는 학교, 외국인 교수와 학생이 많은 학교 등.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영어 강의 덕분에 과기원의 주가는 한껏 높아지기도 했다. 지방에 위치했지만 우수학생들의 진학률도 높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사정은 달라졌다. 먼저 학교 발전기금 문제. 12월 7일 현재 석좌교수·복지·학교발전·장학·교수회관 건립기금 등 전부 합해야 19억1000만여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기금도 초창기에 모금된 것으로 김 원장이 취임한 98년 이후 발전 기금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기원 한 관계자는 “김 원장 취임 후 발전기금은 거의 제로였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우수 학생 지원율 감소다. 99년 110명 석사과정 학생 모집에 1019명이 지원해 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2000년 3.18대 1, 올해는 2.58대 1로 지원자가 현저히 줄었다. 박사과정도 99년 110명 모집에 216명이 지원해 1.96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지난해 1.42대 1에 이어 올해는 0.96대 1로 미달사태까지 빚었다.(국정감사 자료. 2001년 9월)
내부 구심축 부재
뿐만 아니다. 초기 확보 예산이 동이 나고 예산도 줄어 현재 교원조차 자리를 옮기는 것을 검토할만큼 연봉이나 복지가 열악한 것으로 지적됐다. 냉난방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아 교육연구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불만도 벌써 수년째다. 지역산업 육성과 첨단화를 위한 실적이 거의 없다는 자성도 크다. 이밖에도 내부 구성원들과의 대화 단절, 학사제도, 영어수업에 대한 제도개선, 과기원 홍보문제 등 부지기수다.
이같은 상황은 교수협의회의 제2대 원장 및 보직교수 업적 평가서에 압축되어 나온다. 특히 현 원장의 임기 중 가장 잘한 것은 기혼자 기숙사 건립과 BK사업 유치로 꼽힌 반면 가장 못한 것은 미래 비전 제시 부재, 발전기금 유치 전무, 대화 부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의 치적으로 꼽히는 SCI논문 공헌도에는 3명만이 잘했다고 응답했다.
현 원장의 학교발전 비전 제시여부와 관련해 그렇지 않다(30%)와 매우 그렇지 않다(46%)는 부정적인 답변이 절대 다수로 나타났다. 또 현 원장의 교수들과 의견수렴에 대한 질문에 70%(그렇지 않다 38%, 매우 그렇지 않다 32%)가 부정적으로 답하는 등 현 원장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평가서는 보직교수를 제외한 57명의 교수 중 50명이 응답한 결과다.
이때문에 차기 원장 선임을 앞두고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구성원들, 현 원장 불신 수위 높아
현재 차기 원장 후보로 등록한 인사는 현 원장인 김효근 교수와 안병하 교수(기전공학과) 2명이다. 교수협의회는 과기원의 장기발전 비전 제시와 경영능력, 리더십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단일후보로 안병하 교수를 추천했다.
직원들과 학생들은 현 원장에 대한 그간 평가 내용에는 동의 하지만 특정 후보 지지여부는 유보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차기 원장은 그간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시키고 학교정책에 반영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교직원 노조 관계자는 "현 원장은 학내 복지문제나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내부 교육프로그램 진행 등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현재 학생 지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현 원장 평가 결과를 토대로 차기 원장을 최종 선정하는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차기 원장에 대한 바램은 이렇다. '과기원 성격을 분명히 하는 미래전망을 제시하고 경영 마인드를 갖춰 산학연대는 물론 발전기금 확충을 추동할 수 있는 인물'이다. 과기원 한 관계자는 "연구 중심 대학원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는 기반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면서 "그래야 우수 교원 학생들도 확보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같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의지가 있는 후보가 선임된다면 제2 도약을 향한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차기 원장 선임은 등록된 후보 2명을 원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심사해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는 이달 하순 최종 선정해 과기부에 승인을 요청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제3대 광주과학기술원장 선임을 앞두고 과기원이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차기 원장 선임 문제를 계기로 과기원을 둘러싼 그동안의 누적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IMF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교육부의 대전 카이스트(KAIST)와 광주과기원의 통합 시도, 학교발전 기금의 부재, 취약한 재정자립도, 줄어드는 학생지원자, 입학생 수준저하, 냉난방조차 불충분한 시설, 교수들의 사기저하 등은 과기원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 이면에는 과기원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개원 8주년을 넘어선 광주과기원은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정부의 보상책으로 정치적으로 얻어진 결과물이다. 과기원은 과학기술부 산하 연구중심대학원으로 첨단과학기술분야로 특성화한 신소재공학과, 기전공학과 등 5개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고급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 능력 향상 등으로 지역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은 물론 국가과학기술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세계 일류 대학원으로의 성장 발전을 설립취지로 출발한 과기원이다.
비전없는 대학원으로 전락할 우려
하지만 몇 년 사이 국내상황에 대처하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본래 위상과 역할을 상실한 채 비전없는 대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내부 진단이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과기원의 성격에 걸맞는 구심축 부재에서 나온다. 이는 곧 현 원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과기원은 개원 후 8년 동안 가장 빨리 두각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과학기술논문색인집(SCI)에 실릴 논문 발표를 목표로 삼아왔다. SCI는 국내 모든 연구계획서 평가나 대학평가지수로 삼는 잣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광주과기원은 SCI에 올려진 논문 편수가 226편으로 교수1인당 3.7편에 이르며 교수1인당 연구비도 2억9000만원으로 국내 대학 중 최상위에 올라와 있는 등 학계에서 우수 연구집단으로 인정받고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찬사를 받을 정도가 됐다.
이는 현 원장인 김효근 교수(66·신소재공학과)의 공과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외부에서는 김 원장의 가장 큰 치적으로 꼽고있지만 실제로는 미래 비전없이 연구논문 지표늘리기에만 급급한 과실이라는 것이다. 실제 순수과학분야가 아닌 응용연구분야에서는 거의 평가가치를 두지 않는 SCI이지만 SCI의 양적인 논문에만 치중한 나머지 SCI 논문 위주의 승진 및 재계약을 하는 교수인사정책은 교수들과 마찰을 불러왔다.
SCI 논문이 다는 아니다
과기원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교수가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싣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구를 선도하는 과기원이 질보다 편수에 연연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김 원장은 SCI 논문 편수를 늘리는 것만이 과기원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는 시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과기원이 외부적으로 호평 받았던 수식어는 많다. 연구를 그룹으로 하는 학교,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 논문을 많이 쓰는 학교, 외국인 교수와 학생이 많은 학교 등.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영어 강의 덕분에 과기원의 주가는 한껏 높아지기도 했다. 지방에 위치했지만 우수학생들의 진학률도 높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사정은 달라졌다. 먼저 학교 발전기금 문제. 12월 7일 현재 석좌교수·복지·학교발전·장학·교수회관 건립기금 등 전부 합해야 19억1000만여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기금도 초창기에 모금된 것으로 김 원장이 취임한 98년 이후 발전 기금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기원 한 관계자는 “김 원장 취임 후 발전기금은 거의 제로였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우수 학생 지원율 감소다. 99년 110명 석사과정 학생 모집에 1019명이 지원해 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2000년 3.18대 1, 올해는 2.58대 1로 지원자가 현저히 줄었다. 박사과정도 99년 110명 모집에 216명이 지원해 1.96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지난해 1.42대 1에 이어 올해는 0.96대 1로 미달사태까지 빚었다.(국정감사 자료. 2001년 9월)
내부 구심축 부재
뿐만 아니다. 초기 확보 예산이 동이 나고 예산도 줄어 현재 교원조차 자리를 옮기는 것을 검토할만큼 연봉이나 복지가 열악한 것으로 지적됐다. 냉난방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아 교육연구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불만도 벌써 수년째다. 지역산업 육성과 첨단화를 위한 실적이 거의 없다는 자성도 크다. 이밖에도 내부 구성원들과의 대화 단절, 학사제도, 영어수업에 대한 제도개선, 과기원 홍보문제 등 부지기수다.
이같은 상황은 교수협의회의 제2대 원장 및 보직교수 업적 평가서에 압축되어 나온다. 특히 현 원장의 임기 중 가장 잘한 것은 기혼자 기숙사 건립과 BK사업 유치로 꼽힌 반면 가장 못한 것은 미래 비전 제시 부재, 발전기금 유치 전무, 대화 부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의 치적으로 꼽히는 SCI논문 공헌도에는 3명만이 잘했다고 응답했다.
현 원장의 학교발전 비전 제시여부와 관련해 그렇지 않다(30%)와 매우 그렇지 않다(46%)는 부정적인 답변이 절대 다수로 나타났다. 또 현 원장의 교수들과 의견수렴에 대한 질문에 70%(그렇지 않다 38%, 매우 그렇지 않다 32%)가 부정적으로 답하는 등 현 원장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평가서는 보직교수를 제외한 57명의 교수 중 50명이 응답한 결과다.
이때문에 차기 원장 선임을 앞두고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구성원들, 현 원장 불신 수위 높아
현재 차기 원장 후보로 등록한 인사는 현 원장인 김효근 교수와 안병하 교수(기전공학과) 2명이다. 교수협의회는 과기원의 장기발전 비전 제시와 경영능력, 리더십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단일후보로 안병하 교수를 추천했다.
직원들과 학생들은 현 원장에 대한 그간 평가 내용에는 동의 하지만 특정 후보 지지여부는 유보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차기 원장은 그간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시키고 학교정책에 반영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교직원 노조 관계자는 "현 원장은 학내 복지문제나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내부 교육프로그램 진행 등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현재 학생 지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현 원장 평가 결과를 토대로 차기 원장을 최종 선정하는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차기 원장에 대한 바램은 이렇다. '과기원 성격을 분명히 하는 미래전망을 제시하고 경영 마인드를 갖춰 산학연대는 물론 발전기금 확충을 추동할 수 있는 인물'이다. 과기원 한 관계자는 "연구 중심 대학원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는 기반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면서 "그래야 우수 교원 학생들도 확보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같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의지가 있는 후보가 선임된다면 제2 도약을 향한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차기 원장 선임은 등록된 후보 2명을 원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심사해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는 이달 하순 최종 선정해 과기부에 승인을 요청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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