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사태, 그 후 1년’ 특별좌담회] “산사태 줄었다고 방심 말아야 … 연구인력 확충 절실”

지역내일 2012-09-12
복구에서 예방으로, 산림보존에서 사람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사방댐 등 구조물에 의존말고 대피 교육·훈련 강화" 한목소리

"도심지 현장조기감지시스템 구축,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전문가 공동연구 필요 … 지자체 산사태 전문 담당자 전무"

산사태 정책이 최근 전환점에 서 있다. 우면산 등 43명이 숨진 지난해 산사태를 계기로 복구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산림보존에서 사람 중심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산간오지에서 도시생활권으로 발생지역이 늘어나면서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산사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산사태 기획 '최악의 산사태, 그 후 1년'을 마감하며 10일 대전정부청사 회의실에서 그동안 산사태 정책에 대한 평가와 방향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마호섭 한국산림공학회장(경상대 교수), 김민식 사방협회 연구개발실장, 김경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이명수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장이 참여했다.


<김민식 사방협회="" 연구개발실장=""> <마호섭 한국산림공학회장=""> <이명수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장=""> <김경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사회 우리나라 산사태 유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 산사태 추이와 대응방식에 대해 말해달라.

이명수 2011년 이전까지 산사태는 매년 평균 713㏊가 발생했다. 산사태 발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대응방식도 사후복구가 기본이었다. 매미 등 태풍 때도 피해면적은 컸지만 2011년 산사태는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컸다. 이를 계기로 정책이 복구 위주에서 예방 위주로 바뀌었다. 사람의 목숨은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호섭 우리나라 산사태 원인은 비다. 집중호우가 내린 2000년대 이후엔 산사태가 대형화되고 있다. 장소도 산지에서 도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위에서 붕괴해 나무나 돌 등을 안고 내려가는 대규모 토석류가 대부분이다. 산사태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는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김민식 최근까지 산사태 유형은 200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왔다. 산사태 발생원인이 집중호우로 바뀌었다는 점이 계기였다. 하지만 2011년 산사태는 도심지역을 강타, 인명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산사태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해로 바뀐 것이다.

김경하 산사태 규모가 커진 원인은 기후변화도 큰 이유지만 1970년대 이후 숲이 울창해져 붕괴 양이 커진 탓도 있다. 산림이 풍부해지면서 산사태가 대형 토석류로 변한 것이다. 그동안 산사태 정책이 산림자원 복구였다면 이젠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 우면산 산사태 등 2011년 7월 산사태 이후 정부에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한지 1년이 지났다.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달라.

김경하 2011년 7월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세워졌다. 산림청 뿐 아니라 국토해양부 소방방재청 등 다양한 부서가 함께 참여해 200여개의 과제를 만들었다.

아직 평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하지만 부처들이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보니 유기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연관사업보다는 자기 부처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김민식 산사태 피해는 사방댐 등 구조물 설치로 모두 해결할 수 없다. 경계·피난 등 대응시스템을 포함한 비구조물 대책이 함께 해야 한다. 산림청이 올해 취약지역을 선정하고 공무원을 교육시키고 대피훈련을 시행하는 등 비구조물 대책을 본격적으로 세우고 추진했다. 대응체계를 갖추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본다.

이명수 정부는 올해 '인명피해 제로화'를 목표로 산사태 정책을 추진했다. 법 조직 예산 등 큰 틀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이뤘다. 개정된 산림보호법이 지난 8월 23일부터 시행됐고 산림청 내 전담부서인 산사태방지과가 출범했다. 4000여곳에 이르는 취약지역을 선정했고 워크숍 등을 통해 교육도 강화했다.

물론 아직도 미진한 부분은 많다. 취약지역에 누락된 곳도 있을 테고 현장대응 조직인 지자체에선 여전히 담당자 한명이 다른 업무와 함께 산사태 업무를 맡고 있다. 장기적으로 큰 틀은 유지하면서 미진한 부분은 보완해나가겠다.

사회 산사태가 집중됐던 7월과 8월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넘어갔다. 올해 산사태에 대해 평가해달라.

이명수 8월 태풍이 잇따라 올라오고 강우량 자체는 예년과 비교해 적지 않았지만 산사태 면적은 20㏊에 불과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예보에 따라 실제 대피하기도 했다. 현장여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본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닌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민식 올해도 집중호우가 많을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산사태 면적이 작았고 인명피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고가 일어난 곳도 대부분 농경지나 도로, 옹벽 등이 붕괴된 것이다. 남부지방은 비가 많이 왔지만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예비사방의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실제 구조물이 많이 설치됐고 취약지역에 대한 관리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본다.

김경하 올해는 장기간 가뭄으로 숲이 비를 많이 흡수할 수 있었다. 숲가꾸기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태풍은 주로 해안가를 스치며 지나갔다. 내륙으로 강한 태풍이 들어올 경우 언제든지 산사태 가능성이 높다.

사회 정부는 앞으로 4년간 매년 1000개 이상의 사방시설을 만들겠다고 한다. 현 사방시설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을 듣고 싶다.

김민식 5년간 1000개씩 사방시설을 만들면 과연 안전하게 될까. 의문이다. 사방댐이 많은 일본은 현재 20만개 정도다. 면적 대비로 보면 우리나라는 2만개 정도가 나온다. 그럼에도 일본은 지금도 사방댐을 만들고 있다. 사방댐은 100년에 한번 일어나는 재해를 막겠다고 만드는 것이다.

최근 산 주변에 집을 지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을 막을 수 없다. 변화하는 사회분위기에 맞게 사방시설의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마호섭 현재 사방댐 등은 대부분 취약지역에 설치하고 있다. 문제는 잘 안 보이는 작은 계곡물 흐름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계류의 폭은 좁아도 토석류가 발생할 경우 위험은 같다. 이 같은 장소에 소규모 사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김경하 1986년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5000여개 사방댐을 설치했다. 산림이 울창해지고 붕괴물질이 많아진 만큼 어느 지역도 안전한 곳은 없다. 대도시 중심으로 더 많은 사방댐 설치가 필요하다. 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산 소유주들이 사방댐 건설을 반대하는 경우 사방댐을 설치할 수 없다. 미국은 다르다.

이명수 매년 1000개소씩 사방시설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올해는 695개소를 세웠다. 문제는 취약지역에 대한 사방시설 설치를 한해에 마무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비구조물 대책을 세워 관리하겠다. 5000개소 설치가 끝나도 계속 실태조사를 벌여 관리해 나가겠다.

사회 구조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예방·대응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적 관심이 적고 다른 나라에 비해 훈련수준도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호섭 무엇보다 훈련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우왕좌왕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진다. 주민대피장소, 매뉴얼 등의 준비는 기본이다. 주민들도 자기 몸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다. 민방위 훈련 때 산사태 취약지역은 대피훈련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초등학교 때부터 대피훈련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김경하 아직 국민적 시각이 소극적이다. 누군가 해주겠지 하는 수준이다. 현재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비가 올지를 예측하는 확률은 10%대에 불과하다.

김민식 국민들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비가 오면 오히려 산 밑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안전한 곳으로 피난하고 대피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어려서부터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대북용 민방위 훈련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 2011년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도시생활권에 대한 산사태 위협이었다. 도시사방사업의 방향을 듣고 싶다.

김경하 도시지역에 맞는 사방시설이 나와야 한다. 산에 이상 신호가 오면 해당 지자체로 곧바로 신호가 전달되는 현장조기감지시스템 설치해야 한다. 국가적 과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하류에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하는지 가늠하는 위험지도도 작성해야 한다.

김민식 최근 강원대에서 외국 전문가들과 함께 도시사방 워크숍을 진행했다. 현재 어느 나라도 도시사방에 대한 개념이 정리된 곳이 없다. 도시사방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위험한 것은 산사태가 터지면 곧바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토사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신도시를 만들거나 도시를 확대할 경우 주변 산에 사방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구조물도 콘크리트보다는 자연친화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 산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경하 비가 오면 어떻게 산에서 물이 빠져나가는지 전문가들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적을 알아야 대책이 나오고 올바른 행정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과학적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연구를 위한 시설 장비 시스템 그리고 인적자원 등이 필요하다.

마호섭 제일 중요한 게 연구인력이다. 인력확충이 절실하다.

분야간 융합 연구도 필요하다. 산림 토목 지질 등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면 산사태에 대한 심층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김민식 절대 동감한다. 산사태 사방인력을 뽑고 싶어도 우리나라 전체 박사급 인력이 30여명에 불과하다. 기본적인 인력수급이 안된다.

올해 산사태가 줄었다고 사방사업을 중단하면 반드시 큰 사건이 터진다.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대전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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