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오/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교육원장
재벌은 한국사회에서 막강한 자본과 기업군을 거느린 가족집단이다. 재벌은 초국적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다른 나라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 현대, SK, LG 등은 분단국가 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당과 후보들은 경제개혁의 중심에 재벌을 개혁하는 것을 단골 공약으로 내 세운다.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선거공약일지도 모르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이든 복지국가건설이든 그 한가운데는 재벌 개혁이 중심에 있다.
우리 경제사에서 재벌은 박정희 개발독재 정경유착에서 시작되었다. 박정희 정권은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무역중심 국가를 통치의 기본원리로 삼았다. 이 조항을 헌법에는 없지만 정권이 교체된 지금도 국민들이 무의식이고 잠재적으로 동의하는 국가 최고의 통치원리이다.
달러가 부족하여 발생한 IMF는 무역중심국가로서 견디기 힘든 외재적 압박이었지만 재벌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초국적 기업으로 도약한다. 박정희 시대로부터 이명박 시대까지 50년을 관통하는 무역중심 국가는 국민에게는 무한한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었지만 국민 모두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성장이념으로 환치되어 국민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민주정권 10년 동안에도 관료와 경제학자들은 개혁의 깃발 아래에서 재벌로부터 성장을 배우는 것을 일상화시켰다.
재벌개혁 또 '용두사미' 되나
국가운영은 과도하게 재벌의 정책과 닮게 되었다. 인사제도를 삼성에서 배우는 것을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 규모를 키우는 것은 세계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정이 파괴되고 자영업은 대기업의 먹이가 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탄생한 것은 민주정권 10년 경제정책의 실정과 무관하지 않지만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적 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에서 재벌의 경제독점화 경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국민경제 위기가 발생했다.
이제 10대재벌의 경제력 비중은 우리 경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재벌이 없으면 국가가 위태롭지 않겠냐는 우려도 스스럼없이 거론된다.
차기 정부의 경제공약은 경제민주화로 요약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이 이처럼 재벌에 대해 관용적이다 보니 과연 재벌이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민주화라는 개념도 모호하다. "재벌기업을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통제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종부세의 부활이나 부자세의 신설이나 다른 경제민주화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더 거둬 복지에 투자하거나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린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 통제 아래의 재벌' 정책이 전부다. 3인의 대통령 후보가 내세우는 경제민주화 내용도 여기까지다.
재벌중심의 무역국가 통치이념 깨야
여기서 더 나가면 지난 50년간 국민을 지배했던 무역중심국가의 통치원리를 벗어나 국민의 동의나 지지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각 후보 진영의 경제공약을 개발하는 경제학자들도 '경제는 경제의 영역에 가둬두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한발자국도 못 나간다.
결론적으로 재벌 개혁의 핵심은 '재벌 중심의 무역국가'라는 통치이념을 깨는 것이다. 국가이익을 가장한 재벌 살찌우기에서 재벌을 국민과 사회에 환원하는 지배구조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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