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아파트 주변 부동산 "새집 팔려는 사람 줄이어" … 살던집·새집 모두 가격 떨어져
주택매입을 위한 과도한 은행빚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 문제로 온 사회가 뜨겁다. 서러운 세입자 신세에서 벗어나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낡고 좁은 집에서 넓은 새 집으로 갈아타기를 했지만 기쁨과 희망은 어느 새 깊은 한숨과 절망으로 바뀌었다. 새 집은 물론 종전 집마저 가격이 폭락하면서 급기야 신불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하우스 푸어가 한둘이 아니다. 150만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정치권과 정부, 금융권이 "대책을 내놓겠다"고 바쁜 모습이지만 제대로 된 방안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아파트 분양을 잘못 받은 이들에게는 한가위 고향 가는 길이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과 대원이="" 함께="" 지은="" '캐슬앤칸타빌'.="" 지난="" 13일="" 저녁="" 8시="" 불켜진="" 집이="" 거의="" 없다.="" 지난="" 7월부터="" 입주한="" 이="" 아파트는="" 2190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한="" 가구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 이의종="">
◆2년치 급여 고스란히 날려 = 파주 교하신도시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영수(가명)씨는 3년전 아파트 한채를 분양받은 일 때문에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 그는 최근 새집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9000만원을 허공에 날렸다. 그의 2년치 급여를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다.
2009년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전용면적 118㎡의 대형 면적으로, 시세는 최고 4억6000만원까지 나갔다. 인근 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었는데 4000만원만 더 하면 같은 면적에 새집을 얻을 수 있었다. 중도금 후불제라는 조건도 달콤했다. 김씨는 그해 11월 계약금 5000만원을 내고 롯데건설과 대원이 분양한 '파주 캐슬앤칸타빌'을 계약했다.
당시에도 아파트 가격이 약세였지만 김씨는 반등하거나, 하락해도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거주가 목적이었고. 기존에 살던 집을 팔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입주할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더니 최초 분양가 분양가 5억원 아파트가 4억원으로 급락했다. 말로만 듣던 '깡통아파트'가 됐다. 살던 집 시세도 떨어졌다. 4억6000만원 하던 아파트가 3억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4억원짜리 아파트에 5억원을 지불해야 하고, 4억6000만원짜리였던 아파트를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3억2000만원도 채 안됐다.
더우기 살던 집과 새 아파트 모두 내놨지만 사겠다는 이들이 없었다. 자칫 김씨는 앉아서 새 아파트 시세하락 1억원, 기존 아파트 시세하락 1억4000만원 등 총 2억4000만원의 손실을 볼 위기에 빠졌다. 결국 그는 손해를 각오하고 새집을 팔고 헌집에 그대로 살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찾아가는 부동산마다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입주 직전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매수희망자를 은행으로 데려갔지만 대출담당자가 거부했다. 은행이 원하는 신용조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결국 3개월 여만에 김씨는 은행이 만족할만한 신용을 가진 매수자를 만났다. 김씨는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 복덕방비, 매수자 커미션 등 모두 9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9개월만의 시름을 놓았다.
그는 "처음에 아파트를 계약한다고 할 때는 대출 심사고 뭐고 사인만 하면 됐다"며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넘기겠다고 하니 그 사람의 신용을 조회하며 거절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씨는 이어 "새집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아파트를 은행이 압류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은행은 오히려 살던집과 월급, 신용카드를 잡으면서 목을 조였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ㅅ 공인중개사는 "이 단지에만 김씨처럼 손해를 감수하고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대략 8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아파트를 빨리 처분해 달라고 10만원이 들어가 있는 봉투를 놓고 가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깡통브로커 수도권서 기승 = 용인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ㅁ씨는 "시세가 떨어진 급매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 10명중 7~8명은 '깡통브로커'"라고 잘라 말했다.
시세가 떨어진 것을 기회로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신용도를 이용해 '하우스 푸어'들에게 웃돈을 받아내는 브로커들이 있는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방 미분양 아파트 주변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깡통 브로커'는 수도권 주변에서 전방위로 활동한다. 이들은 최초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진 새 아파트를 놓고 고민하는 계약자들에게 부동산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접근한다. 대부분이 새 아파트를 계약하고 중도금이나 잔금을 제때 못 내거나 대출이자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가 대상이다.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이자를 부담할 수 없어 '하우스 푸어'가 될 위기에 처했다면 이들의 요구를 울며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
예컨데 3억원짜리 아파트라고 하면 최초 계약자는 3000만원의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중도금인 1억8000만원에 대한 이자도 은행에 지급한다. 남은 중도금과 잔금에 따라 다르지만 1000만원 이상은 매수자에게 줘야 한다. 중소형이면 그나마 낫다. 중대형인 경우에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웃돈'은 더 늘어난다. 수천만원의 현금이 생기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아파트를 넘겨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ㅁ씨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보니 당연히 신용이 안 좋은 것 아니냐"며 "이렇다보니 실제 거래를 체결할 때 은행권이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비정상적인 신용상태에서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그들 역시 잔금이나 중도금을 갚지 못한다"며 "문제가 되는 아파트는 또 헐값에 새주인을 찾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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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매입을 위한 과도한 은행빚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 문제로 온 사회가 뜨겁다. 서러운 세입자 신세에서 벗어나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낡고 좁은 집에서 넓은 새 집으로 갈아타기를 했지만 기쁨과 희망은 어느 새 깊은 한숨과 절망으로 바뀌었다. 새 집은 물론 종전 집마저 가격이 폭락하면서 급기야 신불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하우스 푸어가 한둘이 아니다. 150만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정치권과 정부, 금융권이 "대책을 내놓겠다"고 바쁜 모습이지만 제대로 된 방안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아파트 분양을 잘못 받은 이들에게는 한가위 고향 가는 길이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과 대원이="" 함께="" 지은="" '캐슬앤칸타빌'.="" 지난="" 13일="" 저녁="" 8시="" 불켜진="" 집이="" 거의="" 없다.="" 지난="" 7월부터="" 입주한="" 이="" 아파트는="" 2190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한="" 가구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 이의종="">
◆2년치 급여 고스란히 날려 = 파주 교하신도시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영수(가명)씨는 3년전 아파트 한채를 분양받은 일 때문에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 그는 최근 새집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9000만원을 허공에 날렸다. 그의 2년치 급여를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다.
2009년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전용면적 118㎡의 대형 면적으로, 시세는 최고 4억6000만원까지 나갔다. 인근 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었는데 4000만원만 더 하면 같은 면적에 새집을 얻을 수 있었다. 중도금 후불제라는 조건도 달콤했다. 김씨는 그해 11월 계약금 5000만원을 내고 롯데건설과 대원이 분양한 '파주 캐슬앤칸타빌'을 계약했다.
당시에도 아파트 가격이 약세였지만 김씨는 반등하거나, 하락해도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거주가 목적이었고. 기존에 살던 집을 팔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입주할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더니 최초 분양가 분양가 5억원 아파트가 4억원으로 급락했다. 말로만 듣던 '깡통아파트'가 됐다. 살던 집 시세도 떨어졌다. 4억6000만원 하던 아파트가 3억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4억원짜리 아파트에 5억원을 지불해야 하고, 4억6000만원짜리였던 아파트를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3억2000만원도 채 안됐다.
더우기 살던 집과 새 아파트 모두 내놨지만 사겠다는 이들이 없었다. 자칫 김씨는 앉아서 새 아파트 시세하락 1억원, 기존 아파트 시세하락 1억4000만원 등 총 2억4000만원의 손실을 볼 위기에 빠졌다. 결국 그는 손해를 각오하고 새집을 팔고 헌집에 그대로 살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찾아가는 부동산마다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입주 직전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매수희망자를 은행으로 데려갔지만 대출담당자가 거부했다. 은행이 원하는 신용조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결국 3개월 여만에 김씨는 은행이 만족할만한 신용을 가진 매수자를 만났다. 김씨는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 복덕방비, 매수자 커미션 등 모두 9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9개월만의 시름을 놓았다.
그는 "처음에 아파트를 계약한다고 할 때는 대출 심사고 뭐고 사인만 하면 됐다"며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넘기겠다고 하니 그 사람의 신용을 조회하며 거절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씨는 이어 "새집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아파트를 은행이 압류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은행은 오히려 살던집과 월급, 신용카드를 잡으면서 목을 조였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ㅅ 공인중개사는 "이 단지에만 김씨처럼 손해를 감수하고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대략 8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아파트를 빨리 처분해 달라고 10만원이 들어가 있는 봉투를 놓고 가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깡통브로커 수도권서 기승 = 용인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ㅁ씨는 "시세가 떨어진 급매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 10명중 7~8명은 '깡통브로커'"라고 잘라 말했다.
시세가 떨어진 것을 기회로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신용도를 이용해 '하우스 푸어'들에게 웃돈을 받아내는 브로커들이 있는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방 미분양 아파트 주변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깡통 브로커'는 수도권 주변에서 전방위로 활동한다. 이들은 최초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진 새 아파트를 놓고 고민하는 계약자들에게 부동산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접근한다. 대부분이 새 아파트를 계약하고 중도금이나 잔금을 제때 못 내거나 대출이자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가 대상이다.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이자를 부담할 수 없어 '하우스 푸어'가 될 위기에 처했다면 이들의 요구를 울며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
예컨데 3억원짜리 아파트라고 하면 최초 계약자는 3000만원의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중도금인 1억8000만원에 대한 이자도 은행에 지급한다. 남은 중도금과 잔금에 따라 다르지만 1000만원 이상은 매수자에게 줘야 한다. 중소형이면 그나마 낫다. 중대형인 경우에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웃돈'은 더 늘어난다. 수천만원의 현금이 생기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아파트를 넘겨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ㅁ씨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보니 당연히 신용이 안 좋은 것 아니냐"며 "이렇다보니 실제 거래를 체결할 때 은행권이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비정상적인 신용상태에서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그들 역시 잔금이나 중도금을 갚지 못한다"며 "문제가 되는 아파트는 또 헐값에 새주인을 찾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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