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불황 넘어 '구조적 저성장' 징후 … 한은, 올해 성장률 2%대로 수정할 듯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월가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1%에 그쳐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보였다.
또 정부가 각종 정책을 쏟아 부어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멈출 줄 모르고, 웅진 사태처럼 파산 일보직전에 몰리는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한참 밑도는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고 아울러 경제수정전망도 발표한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4월 3.5%, 7월 3.0%로 하락일변도다.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엔 2%대로 내려갈 공산이 크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개 해외투자은행들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6%에 그쳤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내수불황 골 깊어 =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실질)은 2009년 3분기 이후 2012년 2분기까지 12분기(36개월)째 경제성장률을 밑돌아 역대 최장기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당시보다 소비침체 기간이 더 길다.
IMF 왼환위기를 전후해서는 1996년 3분기~1998년 4분기까지 모두 10분기(30개월) 동안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했다. 카드대란을 전후해서는 2002년 4분기~2005년 1분기까지 10분기에 걸쳐 비슷한 현상이 이어졌다.
과거 한국경제의 최장기 경제수축기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로 살펴보면 IMF 외환위기 때 29개월, 2003년 카드대란 때 28개월 정도였으며 이번에는 2011년 1월 이후 18개월 정도 둔화되고 있다.
역사상 최장기 소비침체의 주범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증가 및 원리금 상환에 따른 가계의 소비여력 고갈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1년 1분기 이후 2012년 2분기까지 18개월째 성장률을 웃돌았다. 이 기간 동안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9.1%에 이르렀지만 성장률은 3.5~7.0%에 그쳤다.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를 상회하면서 상환능력에 비해 부채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과다채무가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의 이자와 원금 부담이 지속하면 소비여력은 더 떨어지고 이로 인해 내수가 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심각한 소비저하 현상을 뜻한다. 이로 인한 내수부진으로 국내 성장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도 하락 =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마저 3%대로 떨어져 저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예산정책처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낮아져 2012~2016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7%로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4년(2004~2007년)의 연평균 잠재성장률 4.4%보다 0.7%포인트 하락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한 2007~2011년의 3.9%와 견줘서도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계기업 는다 = 장기 불황의 여파로 부도직전에 몰린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과 자금시장에선 "웅진 다음으로 '3D 기업'(영문 이름이 영어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세 그룹)을 주의하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금융당국이 30대 그룹 중에서 자금사정이 어려운 2~3개 기업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그룹 중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이 500%가 넘는 곳으로 동양그룹(885%)과 동부그룹(509%)이 꼽힌다.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기업 연체율은 6월 말 1.32%, 7월 말 1.73%, 8월 말 2.0%로 급격히 상승 중이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상반기 중에는 1%를 밑돌다가 일부 대기업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8월 2.4%까지 상승했다.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10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말까지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총 163개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0개가 넘어 미국발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09년의 193개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 세계 동시불황, 한국에 더 치명적 = 한국경제에 불어닥친 구조적 저성장이 더욱 치명적인 것은 이전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위기라는 점이다. 과거 한국경제가 겪었던 1,2차 오일 쇼크나 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등은 비교적 빠른 기간 극복이 가능했다. 위기나 나면 원화 평가절하 등을 통해 늘어난 수출이 경제회복을 견인해준 덕택에 빠르게 위기에서 회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불황은 세계경제가 한꺼번에 불황에 빠졌다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다. 빅3경제권인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이 모두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QE3나 유로존의 무제한 국채매입,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일본의 80조엔 양적완화 등 동시다발적인 돈풀기에도 세계경제는 침체에서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재차 침체권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70% 넘는 한국으로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국면이다.
최근 수출은 7월 -8.8%, 8월 -6.2%에 이어 9월에도 -1.8%로 주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4분기에도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코트라(KOTRA)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출 전망은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의 침체 여파가 한국에 더 센 충격파로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관련기사]
- IMF 한국 성장률전망 또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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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월가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1%에 그쳐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보였다.
또 정부가 각종 정책을 쏟아 부어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멈출 줄 모르고, 웅진 사태처럼 파산 일보직전에 몰리는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한참 밑도는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고 아울러 경제수정전망도 발표한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4월 3.5%, 7월 3.0%로 하락일변도다.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엔 2%대로 내려갈 공산이 크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개 해외투자은행들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6%에 그쳤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내수불황 골 깊어 =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실질)은 2009년 3분기 이후 2012년 2분기까지 12분기(36개월)째 경제성장률을 밑돌아 역대 최장기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당시보다 소비침체 기간이 더 길다.
IMF 왼환위기를 전후해서는 1996년 3분기~1998년 4분기까지 모두 10분기(30개월) 동안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했다. 카드대란을 전후해서는 2002년 4분기~2005년 1분기까지 10분기에 걸쳐 비슷한 현상이 이어졌다.
과거 한국경제의 최장기 경제수축기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로 살펴보면 IMF 외환위기 때 29개월, 2003년 카드대란 때 28개월 정도였으며 이번에는 2011년 1월 이후 18개월 정도 둔화되고 있다.
역사상 최장기 소비침체의 주범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증가 및 원리금 상환에 따른 가계의 소비여력 고갈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1년 1분기 이후 2012년 2분기까지 18개월째 성장률을 웃돌았다. 이 기간 동안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9.1%에 이르렀지만 성장률은 3.5~7.0%에 그쳤다.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를 상회하면서 상환능력에 비해 부채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과다채무가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의 이자와 원금 부담이 지속하면 소비여력은 더 떨어지고 이로 인해 내수가 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심각한 소비저하 현상을 뜻한다. 이로 인한 내수부진으로 국내 성장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도 하락 =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마저 3%대로 떨어져 저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예산정책처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낮아져 2012~2016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7%로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4년(2004~2007년)의 연평균 잠재성장률 4.4%보다 0.7%포인트 하락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한 2007~2011년의 3.9%와 견줘서도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계기업 는다 = 장기 불황의 여파로 부도직전에 몰린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과 자금시장에선 "웅진 다음으로 '3D 기업'(영문 이름이 영어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세 그룹)을 주의하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금융당국이 30대 그룹 중에서 자금사정이 어려운 2~3개 기업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그룹 중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이 500%가 넘는 곳으로 동양그룹(885%)과 동부그룹(509%)이 꼽힌다.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기업 연체율은 6월 말 1.32%, 7월 말 1.73%, 8월 말 2.0%로 급격히 상승 중이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상반기 중에는 1%를 밑돌다가 일부 대기업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8월 2.4%까지 상승했다.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10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말까지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총 163개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0개가 넘어 미국발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09년의 193개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 세계 동시불황, 한국에 더 치명적 = 한국경제에 불어닥친 구조적 저성장이 더욱 치명적인 것은 이전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위기라는 점이다. 과거 한국경제가 겪었던 1,2차 오일 쇼크나 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등은 비교적 빠른 기간 극복이 가능했다. 위기나 나면 원화 평가절하 등을 통해 늘어난 수출이 경제회복을 견인해준 덕택에 빠르게 위기에서 회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불황은 세계경제가 한꺼번에 불황에 빠졌다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다. 빅3경제권인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이 모두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QE3나 유로존의 무제한 국채매입,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일본의 80조엔 양적완화 등 동시다발적인 돈풀기에도 세계경제는 침체에서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재차 침체권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70% 넘는 한국으로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국면이다.
최근 수출은 7월 -8.8%, 8월 -6.2%에 이어 9월에도 -1.8%로 주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4분기에도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코트라(KOTRA)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출 전망은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의 침체 여파가 한국에 더 센 충격파로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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