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스앤뉴스 편집국장
복지의 우선순위, 재정집행의 우선순위, 경기부양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국민들이 대선주자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얘기는 이런 진솔한 정책인지도 모른다.
"돈을 운용할 데가 없다" "투자할 곳이 없다." 최근 만난 연기금 운용 책임자와 대형펀드 매니저들이 앞다퉈 한 말이다. 이들뿐이 아니다. 은행 등 금융 종사자나 막대한 현금을 보유중인 대기업 등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미연준은 매달 850억달러, 우리돈 100조원을 풀어대고 있고 일본도 유럽도 마찬가지다. 부지런히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어내 헬리콥터로 뿌려대는 양상이다. 하지만 약발은 '잠시 반짝'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한달 만에 세계주가 등은 이전 상태로 원대복귀하고 있다. 마땅히 돈을 운용할 데도, 투자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국제 핫머니들이 고리의 신흥국 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브라질 같은 경우 6%의 토빈세를 붙이는 데도 핫머니들이 앞다퉈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채권을 사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러다가 한꺼번에 핫머니가 빠져나가면 또한차례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우려다.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오른다. 그러나 11일 한국은행이 석달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이틀 연속 급락하며 1940선마저 무너졌다. 금리인하를 단행할만큼 한국경제의 상황이 심각한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물이 컵에 반잔이나 남았다는 낙관론보다, 반잔밖에 안 남았다는 비관론이 시중에 더 크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했는데 코스피는 폭락
그도 그럴 것이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대폭 낮췄다. 내년 성장률도 3.2%로 낮췄다. 올해 2%대 초반 성장을 하고도 내년에도 3% 초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은 경제가 내년에도 쭉 맥을 못추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는 얘기다.
사실 한은이 이런 수정전망을 하기 전부터 현장에서는 장기불황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국민여론조사를 해봐도 80%의 응답자가 빨라야 내후년부터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 판단도 마찬가지다. 한 메이저 언론사 간부의 전언이다.
"종편 때문에 적자가 커지자 오너가 광고 수주를 독촉, 모 재벌그룹을 찾아가 협조를 당부했다. 예전 같으면 체면을 생각해 성의 표시라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내년까지는 때려 죽여도 광고를 늘릴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줄여야 할 판이라 했다. 기업들이 경제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잘 나가는 두어개 그룹을 제외한 대다수 그룹은 초비상 상태다. 동부제철의 경우 이달부터 반년간 임직원 임금을 30% 삭감한다고 밝혔다. 과연 반년 뒤 정상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동부제철의 뒤를 따르는 기업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임금을 줄이느냐 감원을 하느냐는 양자택일을 강요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금 삭감이든 감원이든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내수는 더 꽁꽁 얼어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초침소리는 더 커지고, 부동산경기는 더욱 급랭할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집권 후 비상시나리오 준비할 때
유력 대선주자들도 한결같이 내년 경제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정권을 잡는 게 최우선 목적이겠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캠프마다 극비리에 집권후 비상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비상 시나리오와 함께 복지의 중요성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국가가 돌봐야 할, 극한상황에 몰리는 국민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은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재정은 수년새 골병이 크게 든 상태다. 언제 '아시아의 스페인' 취급을 당할지 모른다. 복지의 우선순위, 재정집행의 우선순위, 경기부양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국민들이 대선주자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얘기는 이런 진솔한 정책인지도 모른다. 불과 넉달 뒤엔 할 수밖에 없을 이런 얘기를 하는 대선주자는 그러나 아직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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