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계절학기가 ‘돈으로 학점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계절학기는 지난 83년 문교부(현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학학기 개선안〉에 따라 실시됐으나 시행초기에는 학생들의 외면으로 존폐 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요즘 계절학기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정 반대가 됐다. 학점을 올리거나 부족한 학점을 메우기 위해서 계절학기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복수전공제도가 도입되면서 복수전공 학점을 채우려는 많은 학생들도 계절학기를 수강한다. 신청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을 하는 대형강의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애초 여름방학에만 있던 계절학기가 97년부터는 각 대학의 상황에 따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계절학기의 질적인 수준은 아직 멀었다는 게 학생들의 지적이다.
◇빡빡한 수업으로 능률저하 =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4∼5 주 정도로 구성되기 때문에9 수업 자체가 빡빡할 수 밖에 없다. 보통은 세시간 짜리 수업이 일주일에 4번 진행된다. 만약 두 과목을 신청한 학생이라면 하루 6시간씩 연속으로 수업을 듣게 된다. 2주 후 중간고사를, 그 다음 2주 후에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가 않다.
이번 방학동안 ‘경제학원론’과 ‘미시경제학’을 수강하는 김형준(21·가명·부산대 사회 3년)씨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해서 수업을 들으니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점심식사도 부담스러워 거르게 된다”고 말했다.
과제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손혁진(25·부산대 컴퓨터공학 4년)씨는 “20페이지 가량 되는 영어원문을 번역하는 숙제를 이틀만에 해 가야 한다”며 “방학동안 계절학기에만 온통 정신을 쏟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평구(20·고려대 인문학부 2년)씨는 “한 학기에 배울 내용을 한 달에 압축시키다 보니 주입식 학원교육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계절학기를 여러 번 들었다는 한 학생은 “3시간 동안 쉬는 시간조차 없는 수업도 있다”면서 “한 학기 동안 배울 것을 한 달 동안 소화한다는 발상부터가 무리”라고 꼬집었다.
◇수업내용 부실 = 수업은 빡빡하지만 강의실은 맥빠진 분위기다. 계절 학기를 두 차례 수강했다는 한국외국어대의 한 학생은 “정규 학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교수들도 암암리에 수업을 느슨하게 진행한다”며 “전임 교원들은 대부분 계절 학기를 맡으려고 하지 않아 거의 강사가 수업을 맡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계절학기는 학점을 쉽게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태도가 진지한 편이 못된다.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은 대형강의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겨울방학 49과목이 개설된 부산대의 경우 다른 학교 학생을 포함 총 4100명의 학생들이 신청해 지난 17일부터 수업이 시작됐다. 이번에 계절학기를 듣는 이진송(20·부산대 무역국제 00)씨는 “한 강의실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을 해야 하다 보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의정보도 부족 = 강의에 대한 정보와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선의의 피해자도 늘고 있다.
고려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계절학기 강의계획서와 시간표, 강의실 등을 묻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겨울수강’이라는 아이디를 쓴 한 학생은 “강의 계획서가 올라와 있지 않아 제목만 보고 계절학기를 신청하게 생겼다”면서 “학교 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준(20·고려대 인문학부 2년)씨도 “교수 이름과 강의실조차 나와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등록기간을 놓쳐 계절학기를 듣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학교측이 대부분 시험과 리포트 준비에 바쁜 기말고사 기간에 공고를 내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라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은“학생들이 돈을 내고 공부하는데 학교측의 편의에 따라 수업이 진행된다는 느낌”이라고 불평했다.
◇전공과목 외면·교양과목 위주 = 대다수 대학의 계절학기 수강과목이 전공보다 교양과목 위주로 편성돼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국외국어대의 경우 계절학기 전과목이 교양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진(24·일본어 3년)씨는 “교양 과목밖에 개설되지 않아 교양 과목을 다 채운 학생들은 계절 학기를 들을 수 없게 된다”며 “하루 속히 전공 과목도 개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교무과측은 “전공 과목 교수들의 참여가 낮고 상대적으로 소수인 학생들을 위해 수많은 전공 과목을 일일이 개설하기 힘들다”며 “다수의 학생이 공통적으로 수강하는 교양 과목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학점교류제도도 미흡 = 각 대학 사이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계절학기 교류 역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학점교류를 하고 있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계절학기를 듣고 있는 이민우(서울대 언어 96)씨는 “서울대에는 겨울에 계절학기가 없어 한국외대에서 많은 학생이 수강을 한다”며 “출석을 부를 때부터 타 학교 학생에 대한 차별을 느낄 수 있고 본교생보다 좋은 학점을 받기가 힘들다” 라고 말해 진정한 학점 교류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대학엔 계절학기 없어= 미국대학에는 우리나라의 계절학기 같은 것은 없다. 대신 정규학기와 다름없는 여름학기가 있으며 이 또한 선택과정인 경우가 많다.
매리 콜린스(Mary Collins·한국외국어대 실용영어과 교수)는 “미국 대학에는 한국과 같은 계절 학기가 없다”며 “여름에 2달간 정규 과정의 학기가 있을 뿐이어서 그 동안 학생들은 평상시에 하는 공부를 다 소화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도 정규학기와 마찬가지다. 미국 카네기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등록금은 1년 2만5000달러인데 비해 여름학기에 12학점을 들으면 등록금만 8300달러. 우리 돈으로 1000만원이 넘는다.
대신 강의의 질도 높다. 이 학교에서 유학중인 이상원(건축학 석사1학기)씨는 “교수와 강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며 수업준비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한국의 계절학기처럼 쉬엄쉬엄 봐주는 식의 강의는 있을 수 없다.
/ 장우성 기자 ·김태원 ·정현욱 ·이준희 학생리포터 sung@naeil.com
계절학기는 지난 83년 문교부(현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학학기 개선안〉에 따라 실시됐으나 시행초기에는 학생들의 외면으로 존폐 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요즘 계절학기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정 반대가 됐다. 학점을 올리거나 부족한 학점을 메우기 위해서 계절학기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복수전공제도가 도입되면서 복수전공 학점을 채우려는 많은 학생들도 계절학기를 수강한다. 신청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을 하는 대형강의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애초 여름방학에만 있던 계절학기가 97년부터는 각 대학의 상황에 따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계절학기의 질적인 수준은 아직 멀었다는 게 학생들의 지적이다.
◇빡빡한 수업으로 능률저하 =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4∼5 주 정도로 구성되기 때문에9 수업 자체가 빡빡할 수 밖에 없다. 보통은 세시간 짜리 수업이 일주일에 4번 진행된다. 만약 두 과목을 신청한 학생이라면 하루 6시간씩 연속으로 수업을 듣게 된다. 2주 후 중간고사를, 그 다음 2주 후에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가 않다.
이번 방학동안 ‘경제학원론’과 ‘미시경제학’을 수강하는 김형준(21·가명·부산대 사회 3년)씨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해서 수업을 들으니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점심식사도 부담스러워 거르게 된다”고 말했다.
과제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손혁진(25·부산대 컴퓨터공학 4년)씨는 “20페이지 가량 되는 영어원문을 번역하는 숙제를 이틀만에 해 가야 한다”며 “방학동안 계절학기에만 온통 정신을 쏟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평구(20·고려대 인문학부 2년)씨는 “한 학기에 배울 내용을 한 달에 압축시키다 보니 주입식 학원교육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계절학기를 여러 번 들었다는 한 학생은 “3시간 동안 쉬는 시간조차 없는 수업도 있다”면서 “한 학기 동안 배울 것을 한 달 동안 소화한다는 발상부터가 무리”라고 꼬집었다.
◇수업내용 부실 = 수업은 빡빡하지만 강의실은 맥빠진 분위기다. 계절 학기를 두 차례 수강했다는 한국외국어대의 한 학생은 “정규 학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교수들도 암암리에 수업을 느슨하게 진행한다”며 “전임 교원들은 대부분 계절 학기를 맡으려고 하지 않아 거의 강사가 수업을 맡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계절학기는 학점을 쉽게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태도가 진지한 편이 못된다.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은 대형강의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겨울방학 49과목이 개설된 부산대의 경우 다른 학교 학생을 포함 총 4100명의 학생들이 신청해 지난 17일부터 수업이 시작됐다. 이번에 계절학기를 듣는 이진송(20·부산대 무역국제 00)씨는 “한 강의실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을 해야 하다 보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의정보도 부족 = 강의에 대한 정보와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선의의 피해자도 늘고 있다.
고려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계절학기 강의계획서와 시간표, 강의실 등을 묻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겨울수강’이라는 아이디를 쓴 한 학생은 “강의 계획서가 올라와 있지 않아 제목만 보고 계절학기를 신청하게 생겼다”면서 “학교 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준(20·고려대 인문학부 2년)씨도 “교수 이름과 강의실조차 나와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등록기간을 놓쳐 계절학기를 듣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학교측이 대부분 시험과 리포트 준비에 바쁜 기말고사 기간에 공고를 내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라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은“학생들이 돈을 내고 공부하는데 학교측의 편의에 따라 수업이 진행된다는 느낌”이라고 불평했다.
◇전공과목 외면·교양과목 위주 = 대다수 대학의 계절학기 수강과목이 전공보다 교양과목 위주로 편성돼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국외국어대의 경우 계절학기 전과목이 교양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진(24·일본어 3년)씨는 “교양 과목밖에 개설되지 않아 교양 과목을 다 채운 학생들은 계절 학기를 들을 수 없게 된다”며 “하루 속히 전공 과목도 개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교무과측은 “전공 과목 교수들의 참여가 낮고 상대적으로 소수인 학생들을 위해 수많은 전공 과목을 일일이 개설하기 힘들다”며 “다수의 학생이 공통적으로 수강하는 교양 과목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학점교류제도도 미흡 = 각 대학 사이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계절학기 교류 역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학점교류를 하고 있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계절학기를 듣고 있는 이민우(서울대 언어 96)씨는 “서울대에는 겨울에 계절학기가 없어 한국외대에서 많은 학생이 수강을 한다”며 “출석을 부를 때부터 타 학교 학생에 대한 차별을 느낄 수 있고 본교생보다 좋은 학점을 받기가 힘들다” 라고 말해 진정한 학점 교류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대학엔 계절학기 없어= 미국대학에는 우리나라의 계절학기 같은 것은 없다. 대신 정규학기와 다름없는 여름학기가 있으며 이 또한 선택과정인 경우가 많다.
매리 콜린스(Mary Collins·한국외국어대 실용영어과 교수)는 “미국 대학에는 한국과 같은 계절 학기가 없다”며 “여름에 2달간 정규 과정의 학기가 있을 뿐이어서 그 동안 학생들은 평상시에 하는 공부를 다 소화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도 정규학기와 마찬가지다. 미국 카네기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등록금은 1년 2만5000달러인데 비해 여름학기에 12학점을 들으면 등록금만 8300달러. 우리 돈으로 1000만원이 넘는다.
대신 강의의 질도 높다. 이 학교에서 유학중인 이상원(건축학 석사1학기)씨는 “교수와 강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며 수업준비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한국의 계절학기처럼 쉬엄쉬엄 봐주는 식의 강의는 있을 수 없다.
/ 장우성 기자 ·김태원 ·정현욱 ·이준희 학생리포터 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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