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에 오른 금융감독체계 재편 논의(2)] “‘불량한’ 금융감독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지역내일 2012-11-06 (수정 2012-11-06 오후 2:51:10)
"금융감독 독립성 위해 금융정책과 분리해야"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필요성엔 찬반 팽팽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오면서 학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학회는 가장 먼저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트윈픽스(쌍봉형)' 모델을 제안했고, 경제정의실천연합도 유사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금융혁신 태스크포스(TF)가 정순섭 서울대 금융법센터 교수팀에 의뢰한 용역보고서는 금융정책과 감독권을 합쳐 정부조직화하는 내용의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1안으로 권고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김홍범 경상대 교수와 최운열 서강대 교수에게 맡긴 용역결과는 정반대 결론을 냈다. 금융정책은 재정부로 넘기고 감독정책과 집행을 금감원이 맡는 모델이다. 은행법학회 세미나에서 제시된 방안도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감독을 통합민간기구에 맡긴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에서 드러난 감독체계 부실 = 다양한 금융감독체계 재편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금융감독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의 문제다.

2008년 이명박 정부와 함께 출범한 현 체계는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함께 담당하고 금감원은 감독을 집행하는 구조로 그동안 여러 문제를 드러내왔다. 우선 국제금융은 기재부로, 국내금융은 금융위로 분리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금융정책과 혼재돼 있어 감독의 독립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거시경제와 산업육성을 목표로 하는 금융정책이 감독에 우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기적이어야 할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은 분리돼 있어 감독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이명박 정부 내내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이유다.



이처럼 '불량한' 금융감독 지배구조의 폐해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금감원이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을 감지하고 경고음을 보냈으나 감독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한다는 금융당국의 목소리는 다른 정책과 정치적 판단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정책과 감독을 엄밀히 구분하고, 감독정책과 집행은 통합하는 방식으로 금융감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금융감독기구를 정부조직보다는 공적민간조직으로 운영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래도 민간인이 다른 정책이나 정치적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내 임기 중에는 안된다'는 관료의 자기이익에 포획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데에는 금융부 신설을 권고한 정순섭 교수도 동의한다.

정 교수는 다만 "금융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는 금융시장과 산업에 대한 감독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인 측면도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내용을 담은 대안들을 함께 제시했다"며 "핵심은 현재 관료조직화 돼 있는 위원회를 민간중심으로 재구성해 견제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금융위 내에서는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 한 국장은 "금융감독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외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특수성도 고려해야한다"며 "경제가 위기 상황인데 정책적 고려 없이 건전성감독만 고집한다면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실패 근본원인부터 명확히"= 금융감독체계 재편 논의에서 또 다른 쟁점은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별도로 설치할 것인가의 문제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힘을 얻어왔다. 특히 금융발달로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의 이해상충이 확대되는 만큼 별도의 기구를 설립해야한다는 필요성에 제기돼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키코 사태와 ELS 투자자 피해,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불완전판매 문제 등이 불거지며 최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돼왔다.

건전성 감독과 행위규제 또는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는 이른바 '쌍봉형' 체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규제목적상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무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가령 건전성이 나빠져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또 특정 금융소비자의 피해구제가 다른 소비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에 대한 엄밀한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무턱대고 기구만 설치하다보면 책임권한이 불분명해지고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다. 지난 2001년 호주 2위 보험사인 HIH가 37억달러 규모로 파산했지만 건전성 감독기구인 APRA와 소비자 보호기구인 ASIC은 서로 책임과 역할을 미루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바람직한 금융감독을 위해 새로운 모형을 만들고, 기구를 분리하거나 통합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보다 먼저 지금까지 감독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부터 명확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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