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영화 은교와 노인들

지역내일 2012-11-06

김의기/세계무역기구(WTO) 참사관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시계 제로' 상태이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지출 감소 정책은 일파만파 퍼져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유로존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입하고 중국이 주춤하자 우리 경제도 성장력이 2% 대로 크게 감소되었다. 이 저성장의 늪에서 언제 헤어나올지 예측할 수도 없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지출 감소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인이다. 연금, 의료보장등 노인 복지 혜택이 줄고 있다.

만만치 않은 노인표가 있지만 지금은 누구를 뽑아도 정치인들은 재정지출 감소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다.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채권시장이 국채의 이자률을 올려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 국가부도가 나므로 정부는 국제자본이 원하는 대로 복지제도를 축소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지만 정치인들은 요지부동이다. 시민들의 저항도 그리 거세지 않다. 이들 국가가 고령사회로 변해 시민사회가 들고 일어날 힘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을 때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영화 은교에는 노인 이적요 시인이 등장한다. 그는 가족도 없이 혼자 쓸쓸하게 살아간다. 시인을 존경하는 서지우라는 젊은이가 매일 와서 밥도 해주고 청소도 한다.

재정지출 감소의 피해자는 노인

서지우는 '선생님 선생님' 하며 잘 모시는 것 같지만 사실상 이 노인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서지우에게 소설 한편을 대필해 줄 정도로 이적요는 그의 손에 놀아나는 신세가 되었다. 술에 취한 서지우가 이적요를 우습게 여기는 장면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지배관계로 설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17세 여고생 한은교가 집청소 등 아르바이트를 위해 드나든다. 은교는 시인의 푸근함, 폭넓은 정신세계, 깊은 학식에 끌린다. 두 사람은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가까이 지낸다.

밤에 별을 보며 둘이 앉아 교과서에 실린 시인의 작품 '동백꽃,' 뾰족하게 깎은 슬픈 연필, 연필깎는 칼, 그 칼로 엄마의 발 뒤꿈치를 파는 얘기 등을 하는 장면은 단순하고 시적이고 아름답다.

고독한 삶을 살던 시인은 소녀와 같이 대화하고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삶에 생기를 찾고 문학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나게 된다. 시인은 소설 '은교'를 쓴다. '은교'는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가랑비처럼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문제는 서지우가 이 소설을 훔쳐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고 문학상까지 받은 것이다. 분노한 시인이 서지우를 쫓아내지만, 서지우는 밀려드는 원고 청탁을 감당할 수 없어 이적요를 다시 이용하려고 한다.

슈퍼마켓 공격하는 스페인 노인들

은교는 소설 '은교'를 시인이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인을 찾아간 은교의 말이 큰 여운을 남긴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저는요, 제가 그렇게 예쁜애인지 몰랐어요. 멍청이같이 아무 것도 몰랐어요. 안녕히 계세요.'

다시 혼자가 된 시인은 이 말도 듣지 못하고 쓸쓸히 잠들어 있다.



스페인의 노인들은 지금 떼로 몰려다니며 슈퍼마켓을 공격한다. TV 카메라 앞에서 슈퍼마켓에 쳐들어가서 먹을 것을 강탈한다. 그래도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노인들의 쓸쓸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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