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춘/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부장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 걱정이다. 지난 30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는 재배면적이 1만3408ha로 전년보다 22.6%가 줄어 50만톤 정도 감산될 전망이란다.
해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배추가격에 시장에서는 난리들이다. 산지에서 1000원하는 배추가 시장에서 3000, 4000원에 팔리니 중간유통업자들이 여전히 폭리를 취하고 있다거나, 봄에 한 포기 1000원하던 배추가 10월엔 4000원이 되었다고 목청을 높인다.
"김장은 헉… 배춧값 72% 상승", "올해도 금추?", "고공행진 금배추" …. 배추값이 오르고 있다는 선정적 제목들로 언론도 한몫 거든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물가는 오르고 만원 한장에 살 것 마땅찮은 서민들로서는 공감하고도 남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타이틀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누구에게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일정기간이 지나야 출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당장 필요없으면서도 구매하려는 가수요도 수요다. 가격이 뛴다는 소문에 더 오르기 전 사둬야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면, 가수요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흔히들 배추를 비누나 운동화 등 공산품 같은 상품으로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 공산품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배추와 고추 같은 농산물은 기후와 자연적 제약을 뛰어넘기 어렵다.
2년 전 배추파동은 여름내 지속된 폭염과 가을 폭우 등 이상기온으로 인한 생육부진이 주요인이었다. 올해 역시 태풍으로 인해 모종심기가 늦었고,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이 약간 모자란다.
당국을 비롯한 농협에서도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재배의향조사를 통한 생산조정과 계약재배로 수급조절에 나서지만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완벽한 대책은 되지 못한다.
결국 농업인들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청된다. 지난해 값이 좋았으니 올해는 많이 심고, 올해 가격이 안 좋았으니 내년에는 다른 작물을 심는 농업경영을 반복해서는 이 멀미나는 롤러코스터를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들도 좀 더 관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배추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겠다고 줄을 설 것이 아니라, 파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양파김치 등 배추를 대체할 먹거리로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배추가 아닌 다른 채소로 만든 김치를 잠시 먹는 것도 가족들에게는 즐거운 체험이자, 배추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농산물은 물량이 모자란다고 하루아침에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 생산자가 마음만 먹으면 밤샘작업으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공산품과 달리 파종에서 수확할 때까지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
그러니 5%만 생산량이 부족해도 가격이 30~40%이상을 뛰고, 10%만 남아돌아도 가격이 반토막 나는 것이다.
김장 며칠만 더 늦춰 포기가 꽉찬 배추김치를
일각에서는 김장초기 배추공급량이 약간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후반으로 가면 공급량이 많아져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한다.
유통업체와 기업들은 사재기에 나서지 말고, 소비자들은 김장을 며칠만 더 늦춰 포기가 꽉찬 배추김치로 내년 식탁을 꾸며보자.
당국은 발등의 불끄기식 외국배추 수입을 자제하고, 언론도 자극적 언어로 불안감을 키워서는 안될 일이다. 나라경제는 정부만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다. 각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사고와 인내심이 더해져야 배추가격도 물가불안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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