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할수록 커진다?” … 단일화의 역설

지역내일 2012-11-08
새누리, 박근혜까지 나선 '총동원 비난체제' → 대선 중심이슈로 만든 셈
레이코프 교수 "그들의 언어로 그들을 부정하면 '도덕적 가치'만 활성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맹비난하다 오히려 주목도만 높여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이야기하면 코끼리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레임 이론'을 정립한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UC 버클리대 교수는 "상대방의 프레임을 공격하는 순간, 그들의 생각이 바로 공론이 중심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박근혜 후보는 7일 하루를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비판으로 채웠다. 오전에는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라고 맹비난했고, 오후에는 "아직도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참 심각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와 김성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걸투(girl="" two)="" 콘서트에="" 참석,=""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학생들="" 질문에="" 대한="" 추가=""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새누리당도 종일 단일화 비난공세를 이어갔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과 당직자가 총동원됐다. "잘되어봐야 권력 나눠먹기"(유기준) "단일화 야합은 실소·실망·실패의 3실 야합"(이철우) "야합의 발톱, 밀실정략의 표출"(정우택) 같은 자극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747'과 '청계천 복원'의 프레임 = 하지만 새누리당 의도와 달리 이같은 '폭풍비난'이 거꾸로 단일화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화를 비난하면 할수록 단일화를 중심으로 선거구도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경제살리기로 주도권을 선점하자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 후보의 정책을 '정글자본주의'로 규정하며 연일 비난공세를 퍼부었다. 실현불가능한 공약이라며 자신의 '평화경제'가 진짜라고 맞불도 놓았다. BBK 의혹을 부각시키기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주도권을 뺐긴 정 후보는 MB의 '성장 프레임' 안에서 움직였다. 수많은 의혹이 나왔고, 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사실로 믿었지만 '그래도 경제 살리는 능력이 있지 않느냐'는 논리 앞에 힘을 잃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자 상대였던 김민석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교통과 기술, 예산, 주변 상인의 반대 등 '모든'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청계천 프레임'은 다른 이슈를 모두 빨아들였고 이 후보가 승리했다.

◆"박근혜,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 이와 관련 레이코프 교수는 지난 5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레임 이론'을 설명하며 "네거티브는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긍정의 언어로 포장된 정책을 부정의 언어로 네거티브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나쁜 종류는 그들의 언어를 써서 그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도덕적 가치를 활성화 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치혁신' '새정치'라는 이미지로 구성된 야권후보 단일화를 부정적 언어로 비난하면 할수록 단일화의 긍정적 이미지만 강화시킨다는 것이 레이코프 교수의 논리다. 그는 "보수의 정책을 무력화시키자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 정책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그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동한다. 왜냐하면 긍정성이 작동하지 않는 부정성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중진의원은 "박 후보가 지금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단일화를 상쇄시키거나 관심을 돌릴만한 다른 의제가 없어서"라며 "자신의 지지율은 고착화되고, 야권은 단일화 시너지로 지지율이 오르면 비관적인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대선과정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전직 의원은 "단일화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현재의 구도를 무력화시키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구태의연한 네거티브가 아니라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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