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에 대한 불신 해소할 수 있는 개편 필요
'쌍봉형' 도입엔 찬반 '팽팽' … 감독사각지대 경고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은 모두 형태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트윈픽스(쌍봉형)'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쌍봉형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구와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기구를 따로 설치하는 감독모형을 의미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을 건전성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 또는 시장감독기구로 분리하는 모델이다.
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쌍봉형 모델의 장단점을 놓고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는 것과 달리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금감원 분리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키코,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감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민심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을 둘로 쪼개자는 의견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돈받고 불법 묵인 … 피해는 소비자에게 = 이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자초한 면이 크다. 저축은행 사태만 놓고 봐도 검찰 수사 결과 비리가 드러나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만해도 15명에 달한다. 대부분 금품을 받고 불법행위를 묵인해주거나 검사편의를 봐준 혐의다. 저축은행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그 결과 피해는 피땀 흘려 돈을 모은 저축은행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사실 금감원과 업계의 유착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금감원 퇴직인사가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로 내려가는 '낙하산' 관행만 해도 그렇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0년말 기준으로 은행, 증권, 저축은행, 손해보험사 53개사를 조사한 결과 70%가 넘는 38개사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 인사였다.

또 50개 금융회사와 증권유관기관, 민간협회를 대상으로 올해 주총에서 선임된 감사와 사외이사들의 출신을 분석해보니 총 134명중 74명이 금감원과 재정부, 감사원 등 관료 출신이었고 이중 25명이 감독원 출신이었다.
금융감독기관이나 관련 부처 출신 임원들이 금융회사 로비 창구 기능을 하고, 그만큼 감독기관의 소비자보호 역할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낙하산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매년 있어왔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서야 퇴직인사의 금융회사 진출을 금지시켰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공통적으로 '트윈픽스'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업계와의 유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조직 분리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정책 부실 = 하지만 쌍봉형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쌍봉형 도입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막대한 규모의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것. 영국 재무부는 감독기구 분리 설치비용이 최대 1억7500만 파운드(한화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감독기구 운영비용과 금융회사의 규제준수 비용 등 간접 비용은 제외한 수치다. 우리나라도 쌍봉형 모델로 전환하면 5년간 1조원 이상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반면 쌍봉형 도입에 따른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명확히 나누기도 어렵고,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 중복규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두 기관의 역할 책임이 불분명하다보니 감독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쌍봉형을 도입한 호주에서 지난 2001년 HIH 보험사가 파산해 53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당시 왕립조사위원회는 APRA(건전성감독원)와 ASIC(시장감독기구)의 책임과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역할 중복과 불분명한 책임소재는 현행 금융위-금감원 체제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고, 금감원이 감독집행을 담당하다보니 역할이 중첩되고, 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는 것.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엄격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일선 검사역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은행명칭을 허용하고, 대규모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가능케 하는 등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정책 담당자 중에서는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여기에 감독원을 두 개로 쪼개 별도 기구화하면 더욱 책임소재가 불투명해져 감독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쌍봉형 반대측의 주장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쌍봉형 체계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며 "쌍봉형 도입 나라에서도 비효율과 정보교환 미흡, 감독 사각지대 발생 등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실패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계 계편 못지않게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며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을 끝까지 물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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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봉형' 도입엔 찬반 '팽팽' … 감독사각지대 경고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은 모두 형태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트윈픽스(쌍봉형)'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쌍봉형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구와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기구를 따로 설치하는 감독모형을 의미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을 건전성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 또는 시장감독기구로 분리하는 모델이다.
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쌍봉형 모델의 장단점을 놓고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는 것과 달리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금감원 분리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키코,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감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민심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을 둘로 쪼개자는 의견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돈받고 불법 묵인 … 피해는 소비자에게 = 이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자초한 면이 크다. 저축은행 사태만 놓고 봐도 검찰 수사 결과 비리가 드러나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만해도 15명에 달한다. 대부분 금품을 받고 불법행위를 묵인해주거나 검사편의를 봐준 혐의다. 저축은행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그 결과 피해는 피땀 흘려 돈을 모은 저축은행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사실 금감원과 업계의 유착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금감원 퇴직인사가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로 내려가는 '낙하산' 관행만 해도 그렇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0년말 기준으로 은행, 증권, 저축은행, 손해보험사 53개사를 조사한 결과 70%가 넘는 38개사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 인사였다.

또 50개 금융회사와 증권유관기관, 민간협회를 대상으로 올해 주총에서 선임된 감사와 사외이사들의 출신을 분석해보니 총 134명중 74명이 금감원과 재정부, 감사원 등 관료 출신이었고 이중 25명이 감독원 출신이었다.
금융감독기관이나 관련 부처 출신 임원들이 금융회사 로비 창구 기능을 하고, 그만큼 감독기관의 소비자보호 역할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낙하산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매년 있어왔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서야 퇴직인사의 금융회사 진출을 금지시켰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공통적으로 '트윈픽스'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업계와의 유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조직 분리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정책 부실 = 하지만 쌍봉형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쌍봉형 도입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막대한 규모의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것. 영국 재무부는 감독기구 분리 설치비용이 최대 1억7500만 파운드(한화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감독기구 운영비용과 금융회사의 규제준수 비용 등 간접 비용은 제외한 수치다. 우리나라도 쌍봉형 모델로 전환하면 5년간 1조원 이상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반면 쌍봉형 도입에 따른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명확히 나누기도 어렵고,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 중복규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두 기관의 역할 책임이 불분명하다보니 감독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쌍봉형을 도입한 호주에서 지난 2001년 HIH 보험사가 파산해 53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당시 왕립조사위원회는 APRA(건전성감독원)와 ASIC(시장감독기구)의 책임과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역할 중복과 불분명한 책임소재는 현행 금융위-금감원 체제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고, 금감원이 감독집행을 담당하다보니 역할이 중첩되고, 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는 것.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엄격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일선 검사역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은행명칭을 허용하고, 대규모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가능케 하는 등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정책 담당자 중에서는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여기에 감독원을 두 개로 쪼개 별도 기구화하면 더욱 책임소재가 불투명해져 감독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쌍봉형 반대측의 주장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쌍봉형 체계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며 "쌍봉형 도입 나라에서도 비효율과 정보교환 미흡, 감독 사각지대 발생 등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실패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계 계편 못지않게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며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을 끝까지 물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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