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산 사고를 둘러싼 몇가지 ‘불신’

지역내일 2012-10-17

박정선/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

다량의 불산이 탱크 컨테이너에서 누출되어 다섯 명이 급성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주민 수천명이 진료를 받는 희대의 환경재앙이 발생하였다.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 하여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불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전문가 단체의 의견보다는 '카더라 통신'이 더 신뢰를 얻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무조건 안전하다거나 무조건 위험하다고 하기보다는 위험에 대한 정확한 '소통(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사태해결을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식물의 피해와 인체의 피해에 대한 오해가 대표적이다. 과거 대기오염 피해의 주원인이었던 아황산가스는 식물에 대한 독성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불산가스는 식물에 대한 독성이 아황산가스보다 약 100배 정도는 강하다고 한다.

불산에 의해 뼈가 녹거나 암에 걸릴까

낙엽송은 아황산가스 0.3~0.4ppm에 7~8시간 접촉하면 피해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며, 소나무도 낙엽송과 마찬가지로 아황산가스나 불산가스에 매우 약한 수종이라고 한다.

그러니 아황산가스보다 불산가스의 식물 독성이 100배 정도 강하다는 것을 기준으로 추정해 볼 때 극히 낮은 농도의 불산가스에도 소나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참고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하루 8시간 근무하면서 호흡기 자극증상을 느끼지 않는 불산가스의 농도는 0.5ppm 미만이다. 그러므로 식물의 피해 정도가 그대로 인체에 대응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나무와 같이 불산가스에 예민한 식물의 피해정도를 노출지표로 삼는다면 극히 미미한 인체 피해의 개연성도 놓치지 않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주민들은 말라죽은 농산물과 뻘겋게 죽은 나무들을 보면서, 또 불산에 노출되면 '뼈가 녹는다더라' '암에 걸린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이렇게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은 주민들을 집단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빠트리게 할 수 있어 위험하다.

지난 10월 10일자로 대한의사협회는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 대한 협회 입장을 발표했다. 불산 누출사고에 대한 대응에서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불산에 의한 건강 영향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궁금해할만한 사항에 대해 문답형태로 현재까지 밝혀져 있는 의학적 지식을 제공하였다.

적어도 뼈가 녹는다든지, 암에 걸린다든지 하는 얘기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 현재 증상이 없으면 시간이 오래 지난 후 뒤늦게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의학 전문가 단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설명된 셈이다.

다만 초기에 불산에 얼마나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전신적인 후유증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별 노출 정도를 파악하여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였다. 환경부에서 향후 2년간 건강영향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리라 기대한다.

불산이 계속 남아 오염원이 될 수 있을까

현재 주민들과 근로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대기중으로 퍼진 불산가스가 주변 환경 어딘가에 있다가 2차로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학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접촉한 물질과 반응하여 생긴 화합물은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불산의 오염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화합물의 형태로도 성분에 따라서는 피부 자극성 또는 호흡기계 자극성과 같은 건강영향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대형사고에는 불확실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현재의 과학적 수준에 근거하여 리스크를 판단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사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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