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균/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한국은행이 10월 11일 기준금리를 또 인하했다. 국민들이 물가급등으로 고통 받을 때는 달팽이 걸음보다 더 느리게 금리를 인상하더니 금리인하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앞지를 정도로 재빠르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이유가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진단이다. 지난 5년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OECD국가들 중 1~2위를 다툴 정도였다.
그랬기에 지난 7월 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G20 국가의 총괄보고서'에서 "한국은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다른 선진국들은 통화정책의 추가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하면서도 한국과 캐나다만 예외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더 인상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기는커녕 보고서가 나온 지 8일 만인 7월 12일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또 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국민들의 물가고통은 안중에도 두지 않겠다는 행동이다.
오죽하면 지난 8월 31일 '글로벌 파이낸스'가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를 평가했는데, 경제규모가 큰 15개국 중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 멕시코와 함께 꼴찌의 점수를 받았겠는가.
체감물가와 거리 먼 물가통계
이를 보도한 미국의 CNBC는 "한국은행이 경제상황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끌려다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혹평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3% 아래로 서둘러 인하한 것은 아파트 가격의 버블 붕괴로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하여 곧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여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방지하겠다는 정치적 배려였을 것이다.
왜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위기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커졌는가? 그 주범은 바로 저금리정책이다. MB정부가 20번이 넘는 부동산부양책을 실행하고 사상최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자 가계들이 두려움 없이 대출받아 아파트 투자했고, 그 결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졌다.
무리한 저금리정책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그 문제를 완화한다면서 또 다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국민들의 물가고통은 이래저래 잠잘 날이 없다.
금리를 인하하면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물건의 가치는 오른다. 그러므로 자산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은 이익을 보고, 소비자인 일반국민들은 손해를 본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봉급생활자들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4년간 임금근로자의 명목임금은 8.8% 올랐다.
한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끌려다녀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14.5%보다도 훨씬 적게 올랐다. 실제 물가상승은 정부 발표의 두 배는 될 테니,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 5년간 MB정부가 가장 일관되게 추진한 정책을 꼽으라면 '자산가격 버블 키우기 정책'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한국은행이 무리하게 초저금리를 고집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다음 정부를 선택하는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도자로 누구를 선택할지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MB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MB정부와 정반대의 경제정책을 펼 사람을 뽑아야만 국민들의 고통이 줄어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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