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조절능력 키우는 훈련 … 숲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 배워
무한경쟁의 삶이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아동청소년 행복도 조사에서 '꼴찌'라는 지표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와 자살 학교폭력 인터넷중독 아토피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힐링'이 생활속으로 들어왔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숲'이 치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이 다양한 '숲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질병 치유에 나섰다. 내일신문은 전국의 지방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각종 숲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소개한다.
"산딸기나무 잎 뒷면에 가시가 있어요. 저건 개미취 꽃, 이건 단팥빵 버섯이고요. 잣나무 밑 땅속에는 굼벵이가 숨어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 모두 신기하다며 산을 누비고 다니는 아이들. 단팥빵 버섯은 단팥빵처럼 생겼다고 아이들이 붙인 이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주영이는 친구 은수 손을 잡고 숲속에 핀 가을꽃에 푹 빠졌다. 신기한 버섯이나 식물을 보면 숲 해설가나 인솔 선생님을 불러댄다.
10월 10일 경기도 양평 국립 산음자연휴양림 숲속수련장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8~11일 진행한 '인터넷 어린이 수비대 숲 캠프'에 인천 서구 지역내 6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30명이 참석했다. 인터넷 폐해와 심각성을 공유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표다.
'산음 치유의 숲'은 숲을 이용한 건강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 2009년부터 산림청이 운영한 최초의 치유휴양림이다. 이후 2010년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치유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5700여명이 이곳을 찾았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아이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숲에서 나를 찾기' '인터넷 중독 바로알기' 등 전문강사 교육을 들었다. 이후 자신의 인터넷 사용습관을 파악하고 스트레스 조절 및 대안활동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아이들에게 최고로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은 서바이벌게임. 편을 나눠 숲속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눈에서 빛이 났다. 게임에 집중한 아이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10년 후=""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경기도="" 산음="" 치유의="" 숲에서="" 진행한="" '인터넷="" 어린이="" 수비대="" 숲="" 캠프'에="" 참여한="" 인천="" 서구=""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소원을="" 적은="" 쪽지를="" 병에="" 담아="" 나무="" 밑에="" 묻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저녁식사 후 인터넷 중독의 폐해가 얼마나 무서운지 배우며 토론했다. '숲에서 나를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보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휴양림 잣나무 사이로 보이는 달과 별을 올려다보며 깊은 잠에 빠졌다.
이지영(6학년)양은 "3학년인 동생과 함께 왔다. 하루에 인터넷 게임을 5시간 정도 했는데 동생을 설득해서 게임시간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기준(6학년)군도 "평일에는 6시간, 주말에는 10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했는데 부모님이 못하게 하면 PC방으로 간다"며 "야구가 좋긴 한데 함께 놀 친구가 없어 게임밖에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군은 인터넷 게임 때문에 허리와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양과 유군은 "인터넷 게임이 없어도 친구들과 부딪히며 노는게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 숲 교육에 와서 알게 됐다"며 "집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인터넷 게임을 안하거나 줄이자고 권할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넷 중독, 성인보다 아동·청소년이 더 심각 = 최근 인터넷 중독률은 7.7%로 중독자 수가 234만여명에 달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중 유·아동이 7.9%, 청소년 중독률은 10.4%로 성인 중독률(6.8%)보다 높아 조기 대응 및 집중 치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14.2%), 한부모가정(10.5%) 청소년의 중독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취약계층 청소년에 대한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숲 캠프에는 충남대학교 중독행동연구소 대학원생 4명이 전문강사로 참여했다. 김홍기(27) 강사는 "게임에 대한 생각을 건강한 생각으로 바꿔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스스로 조절하는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이번 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순간 지나가는 자동적 사고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행을 맡은 김나희(30) 강사는 "인터넷 게임 외에는 다른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인터넷 게임이 건강하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숲 교육을 통해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위가 산만하다고 판단되면 인터넷 게임중독 증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특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는 대부분 '죽이는 게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더 진행되면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거나 충동적, 폭력적인 상황으로 변한다.
사흘 숲 교육에 아이들은 빠른 변화를 보였다. 초기에는 굼벵이나 작은 벌레만 봐도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거나 밟아 죽였다. 아이들은 서서히 숲의 생명 순환 체계에 적응했다. 작은 곤충을 찾아내 꼼꼼하게 살폈다. 처음 보는 나무나 꽃, 버섯을 보면 숲 해설가를 불렀다.
인터넷과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숲에서 놀다보면 재미를 느끼고 정서가 안정되어가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간다는 것.
올해 2년째 숲 해설가로 활동하는 김재옥(63)씨는 "아이들과 함께 숲에 서면 몸에 힘이 솟는다"면서 "생명의 근원인 숲은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살면서 이 일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 없었다"며 "여건이 되면 앞으로 계속 숲 해설사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10일 오후 각자 미래의 소망을 적은 쪽지를 병에 담아 큰 나무 밑에 묻었다. 김정은 양은 "지금 6학년인데 10년 후 어른이 되면 멋진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소원을 적었다" 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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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나무 잎 뒷면에 가시가 있어요. 저건 개미취 꽃, 이건 단팥빵 버섯이고요. 잣나무 밑 땅속에는 굼벵이가 숨어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 모두 신기하다며 산을 누비고 다니는 아이들. 단팥빵 버섯은 단팥빵처럼 생겼다고 아이들이 붙인 이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주영이는 친구 은수 손을 잡고 숲속에 핀 가을꽃에 푹 빠졌다. 신기한 버섯이나 식물을 보면 숲 해설가나 인솔 선생님을 불러댄다.
10월 10일 경기도 양평 국립 산음자연휴양림 숲속수련장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8~11일 진행한 '인터넷 어린이 수비대 숲 캠프'에 인천 서구 지역내 6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30명이 참석했다. 인터넷 폐해와 심각성을 공유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표다.
'산음 치유의 숲'은 숲을 이용한 건강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 2009년부터 산림청이 운영한 최초의 치유휴양림이다. 이후 2010년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치유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5700여명이 이곳을 찾았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아이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숲에서 나를 찾기' '인터넷 중독 바로알기' 등 전문강사 교육을 들었다. 이후 자신의 인터넷 사용습관을 파악하고 스트레스 조절 및 대안활동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아이들에게 최고로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은 서바이벌게임. 편을 나눠 숲속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눈에서 빛이 났다. 게임에 집중한 아이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10년 후=""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경기도="" 산음="" 치유의="" 숲에서="" 진행한="" '인터넷="" 어린이="" 수비대="" 숲="" 캠프'에="" 참여한="" 인천="" 서구=""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소원을="" 적은="" 쪽지를="" 병에="" 담아="" 나무="" 밑에="" 묻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저녁식사 후 인터넷 중독의 폐해가 얼마나 무서운지 배우며 토론했다. '숲에서 나를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보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휴양림 잣나무 사이로 보이는 달과 별을 올려다보며 깊은 잠에 빠졌다.
이지영(6학년)양은 "3학년인 동생과 함께 왔다. 하루에 인터넷 게임을 5시간 정도 했는데 동생을 설득해서 게임시간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기준(6학년)군도 "평일에는 6시간, 주말에는 10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했는데 부모님이 못하게 하면 PC방으로 간다"며 "야구가 좋긴 한데 함께 놀 친구가 없어 게임밖에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군은 인터넷 게임 때문에 허리와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양과 유군은 "인터넷 게임이 없어도 친구들과 부딪히며 노는게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 숲 교육에 와서 알게 됐다"며 "집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인터넷 게임을 안하거나 줄이자고 권할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넷 중독, 성인보다 아동·청소년이 더 심각 = 최근 인터넷 중독률은 7.7%로 중독자 수가 234만여명에 달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중 유·아동이 7.9%, 청소년 중독률은 10.4%로 성인 중독률(6.8%)보다 높아 조기 대응 및 집중 치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14.2%), 한부모가정(10.5%) 청소년의 중독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취약계층 청소년에 대한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숲 캠프에는 충남대학교 중독행동연구소 대학원생 4명이 전문강사로 참여했다. 김홍기(27) 강사는 "게임에 대한 생각을 건강한 생각으로 바꿔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스스로 조절하는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이번 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순간 지나가는 자동적 사고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행을 맡은 김나희(30) 강사는 "인터넷 게임 외에는 다른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인터넷 게임이 건강하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숲 교육을 통해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위가 산만하다고 판단되면 인터넷 게임중독 증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특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는 대부분 '죽이는 게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더 진행되면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거나 충동적, 폭력적인 상황으로 변한다.
사흘 숲 교육에 아이들은 빠른 변화를 보였다. 초기에는 굼벵이나 작은 벌레만 봐도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거나 밟아 죽였다. 아이들은 서서히 숲의 생명 순환 체계에 적응했다. 작은 곤충을 찾아내 꼼꼼하게 살폈다. 처음 보는 나무나 꽃, 버섯을 보면 숲 해설가를 불렀다.
인터넷과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숲에서 놀다보면 재미를 느끼고 정서가 안정되어가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간다는 것.
올해 2년째 숲 해설가로 활동하는 김재옥(63)씨는 "아이들과 함께 숲에 서면 몸에 힘이 솟는다"면서 "생명의 근원인 숲은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살면서 이 일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 없었다"며 "여건이 되면 앞으로 계속 숲 해설사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10일 오후 각자 미래의 소망을 적은 쪽지를 병에 담아 큰 나무 밑에 묻었다. 김정은 양은 "지금 6학년인데 10년 후 어른이 되면 멋진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소원을 적었다" 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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