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후진타오 정치적 동거시대 개막] ‘태상왕’ 장쩌민과 다른 섭정체제 예상

지역내일 2012-11-15
후진타오, 과학 발전관·12차 5개년 계획·공청단 인맥 활용할 듯 … 상하이방 - 공청단 - 태자당 순차 집권

시진핑 집권으로 중국의 3대 정치파벌인 상하이방-공청단-태자당이 순차적으로 집권하게 됐다.

이러한 방식은 덩샤오핑에 의해 구도가 잡혔다. 덩샤오핑은 1989년 6ㆍ4 톈안먼 사건 이후 후계자로 유력했던 자오쯔양을 실각시키고 보수파가 동의하는 상하이시 출신의 장쩌민을 지명했다. 덩샤오핑은 또한 자신의 개혁개방이 지속될 수 있도록 후야오방 계열인 후진타오를 차차기로 지명했다. 시진핑 지명 과정에서도 상하이방 장쩌민의 지원이 있었다.

상하이방 장쩌민-공청단 후진타오-태자당 시진핑으로 세대를 거르는 격세지정(隔世指定)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격세지정-섭정체제 향방은? = 덩샤오핑은 1989년 11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장쩌민에게 물려주었다. 장쩌민은 이듬해인 90년 4월 국가군사위원회 주석을, 93년 3월엔 국가주석까지 겸직하며 당과 군, 정부의 전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상당기간 섭정을 했다. 군권을 넘겨주면서 2선으로 물러났지만 군부 내 인맥을 동원해 장쩌민을 압박했다. 장쩌민이 집권 후 개혁개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1992년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덩샤오핑은 1981~1989년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아 군권을 장악한 뒤 공산당 총서기 후야오방, 자오쯔양을 갈아 치웠다. 장쩌민을 교체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았다. 실제로 덩샤오핑은 장쩌민의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말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덩샤오핑이 1997년 2월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장쩌민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상하이시 출신 간부들로 구성된 '상하이방(上海幇)'을 적극 챙길 수 있었다. 덩샤오핑은 장쩌민을 후계자로 지명한 뒤 2년 만인 1991년 8월 후진타오를 수리부장(수력부장관)으로 임명하자는 장쩌민의 건의를 뿌리치고 이듬해인 1992년 14차 당대회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장쩌민은 후진타오에게 2002년 11월 8일 16차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를, 2003년 국가 주석을 물려주었지만 2년 동안 군권을 쥐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원로들의 반발과 측근들의 의견에 따라 2004년 9월 당 중앙군사위 주석, 2005년 5월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후진타오에게 순차적으로 물려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장쩌민은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은퇴 전후 하루에 무려 152명을 장군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또한 중앙상무위원에 당내 자신의 대리인을 다수 배치해뒀다. 정국이 중요한 순간을 맞을 때마다 '태상황'으로 군림했다.

◆후진타오 없는 후진타오 시대 = 시진핑은 18차 당대회 이후 당 총서기에 선출, 2013년 3월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된다.

후진타오가 자리에서 물러나도 상당기간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후진타오는 장쩌민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쩌민은 후진타오에게 군권을 넘겨주지 않고 버티다가 거센 역풍을 만났다. 후진타오는 인치가 아닌 법치를 중시하고 재량이 아니라 룰을 통해 결정하는 제도화를 주장해왔다.

후진타오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장쩌민의 '태상황' 형과는 다른, '시스템'에 따른 방식이 될 것이다. 정치사상과 경제계획, 그리고 공청단 인맥을 통해 '후진타오 없는 후진타오 시대'를 끌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첫째는 후진타오는 자신의 '과학 발전관'을 당장에 반영해 지도사상임을 분명히 했다. 후진타오는 18차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과학 발전관을 관철하는 것은 중국특색 사회주의 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며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삼개대표론과 함께 반드시 유지해야 할 사상"이라고 역설했다.

둘째는 12차 5개년 계획(12ㆍ5규획)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후진타오는 2010년 17차 5중전회에서 시진핑을 당 중앙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하고 12차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12ㆍ5규획은 2011~2015년 기간 중국 경제의 청사진이자 기본 계획이다. 경제와 민생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사회관리, 반부패, 법제, 국방, 국가통합 등 정치와 관련된 내용도 대거 포함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세째는 후진타오는 집권 이후 5년 구상을 '12ㆍ5규획'에 치밀하게 설계해 두었으며 이를 집행할 리커창 등 후계체제 역시 공고하게 꾸려 두었다. 5세대 지도부를 승계할 6세대 주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자치구 당서기, 저우창(周强) 후난성 당서기, 쑨정차이(孫政才) 지린성 당서기 등은 이번 당대회에서도 중앙위원에 선출됐다.

모두 후진타오 계열인 공청단 출신이다.

◆중국식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 = 장쩌민의 섭정에 밀려 줄곧 수세에 몰렸던 후진타오는 싸움이나 충돌 대신 은인자중 속에 세력을 확장, 친정(親政) 체제를 굳혀 나갔다. 2002년 당 총서기 취임 이후에도 자신의 경호실장(중앙경위국장) 자리를 만 10년째 맡아오던 장쩌민의 최측근 심복인 여우시구이(由喜貴) 상장을 소리 소문 없이 갈아치웠다.

시진핑도 후진타오 못지않게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1기 5년 동안, 혹은 최소한 12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15년까지는 후진타오와 '중국식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 정치적 동거)'을 통해 자신의 통치 기반을 다질 가능성이 크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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