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대한민국의 미래다] ‘가용예산 한푼 없는데…’ 이러고도 지방자치?

지역내일 2012-11-16 (수정 2012-11-16 오후 3:13:42)
244곳 중 123곳 자체 예산으로 인건비도 못 줘
복지비 부담 50% 훌쩍 … "재정분권 서둘러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지자체와 시민단체·학계를 중심으로 분권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지방분권형 국가'를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하며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과 함께 지방자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지방분권의 필요성과 실현방안 등을 집중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난 8일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집무실은 하루 종일 '돈 달라'는 민원인으로 득실거렸다. 오전에는 환경미화원노조가 자연 감소한 10명 중 새로 5명만 채용하겠다는 구 방침에 항의해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5명 채용도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의 불만도 들어야 했다. 다른 자치구에서는 5만~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부평구는 이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하지 못한다.

오후에는 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교시설을 이용해 어린이돌봄센터를 운영할 테니 7000만원만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역시 예산이 부족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홍 구청장은 이날 일과를 지역 노인정에 전화를 거는 일로 마감했다. 마을 경로당 신·개축 사업에 3억원이 필요한데 이 예산을 세울 방법이 없어 노인회에 양해를 구하는 전화다. 국공립어린이집 수도 인천에서 제일 적다. 시에서 지을 돈을 주겠다는데도 맞편성할 예산이 없어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내년 사회복지비 비율 60% = 올해 부평구의 일반회계 예산은 3840억원. 이 가운데 자체로 벌어들인 재원은 지방세(재산세, 680억원)와 세외수입(각종 사용·수수·임대료 407억원)을 더한 1087억원 뿐이다. 전체예산의 27.6%(재정자립도)다. 부동산교부세(50억원)와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592억원)을 더한 재정자주도도 42.8%에 불과하다. 나머지 2211억원(56.11%)은 사회복지비 등 국·시비 보조금이다. 이것이 인구 56만명의 인천 최대 자치구의 재정 현실이다.



부평구는 예산의 87.2%(3437억원)를 인건비와 국·시비보조사업, 채무상환 등 의무적 경비로 사용한다. 공원과 도로, 교육사업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용(경직성경비)도 397억원(10.1%)이나 된다. 구가 자체사업으로 편성 가능한 예산은 전체 예산의 2.7%인 106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이미 쓸 데가 정해져 있는 예산이어서 사실상 자체 편성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부평구의 재정상황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과다한 사회복지비용이다. 올해 예산에서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5%로 2010년 49.7%, 2011년 56%보다 증가했다. 내년은 이 비중이 59.9%까지 올라간다. 재정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홍 구청장은 "지금의 재정상황에서는 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무것도 없다"며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부평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에서만 동구(29.2%)·남구(28.4%)·계양구(28.6%)의 재정자립도가 20%대다. 사회복지비 비율도 부평구에 이어 남구(54.2%), 계양구(52.2%)가 50%를 넘는다. 그나마 예산 상황이 괜찮다는 남동구도 전체 예산의 49.9%가 복지비다.

◆123개 기초지자체, 자체예산으로 인건비도 못줘 = 서울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당초예산 3112억 가운데 43.0%가 사회복지비인 구로구만 해도 내년에는 129억원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심각하다. 무상보육과 양육수당 노령연금 등 정부 복지사업에 맞편성하는 예산만 72억원이 늘어나는데다 공무원 임금 2.8% 상승에 따른 추가 인건비 30억원, 학교급식 단가 인상과 급식 대상 확대에 따른 10억원 등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에서 주는 조정교부금은 올해보다 7억원 늘 뿐이다. 올해 가용예산이 3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핍으로도 살림이 어려운 셈이다.

다른 자치구도 대부분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커 내년 예산안 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육지책도 나온다. 동북권의 한 자치구는 '내년에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품고 두달치 인건비를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짰다. 동남권의 한 자치구에서는 "어차피 수입 지출 맞추기가 불가능하니 차라리 준예산체제로 가다가 중앙정부나 서울시에서 해결책이 나온 이후에 예산안을 짜자"는 얘기도 나온다. 준예산은 올해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구청장협의회에서 정부에 내년에 추가되는 보육 관련 예산을 부담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열악한 재정난 탓이다.

이 성 구로구청장은 "각종 수당과 경비는 올해 이미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였고 내년에도 부서마다 10% 이상 규모를 줄여 예산을 짜라고 했지만 역부족"이라며 "구에 대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해줄 테니 살림할 돈을 기부해달라고 제안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예산이 2500억원인 광주 남구의 경우 자체 재원이 3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필요한 인건비만 400억원. 자체 재원으로는 3~4개월치 인건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전국 244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이처럼 자체 예산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123곳이나 된다. 절반이 넘는 숫자다. 실제 군 단위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7%. 10% 미만인 곳도 12곳이나 된다.

김진명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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