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적색국가 청색국가로 양분된 미국

지역내일 2012-11-19

언론광장 공동대표/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재선이 확정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고향 시카고의 지지자들 앞에서 감동적인 승리의 연설을 했다. 그런데 연설 마지막 부분 한 마디가 귀를 긴장시켰다. 미국 언론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말하는 만큼 분열돼 있지는 않기 때문에 미래를 함께 대처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는 구절이었다. 오바마가 "우리는 적색 주(州)와 청색주(州)들을 짜깁기해서 만든 것 이상의 나라로 남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하나가 된 합중국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자 청중들의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빨간색 주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 파란색 주는 민주당이 지배하는 주를 말한다. 재선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분열을 말하고 적색주와 청색주들을 짜깁기한 나라 운운하는 이야기가 왜 나왔으며 청중은 이들을 하나로 만든 미 합중국을 유지하겠다는 오바마의 말에 왜 열렬한 박수를 보냈는가?

밖에서는 잘 느끼지 못할지 모르나 미국은 지금 둘로 갈라진 나라다. 미국 사람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보수계 후버연구소와 진보계 브루킹스연구소가 이 분열의 원인과 대책을 공동으로 연구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두 연구소는 연구결과를 '적색 청색 국가?'1, 2권을 내놓았다.

미국의 의회전문가 토마스 만과 노만 온스타인 두 교수가 금년 5월 출간한 공저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심각하다'도 미국 정치의 극한적 대립상을 경고한 책이다.

두 교수는 독설과 극심한 파당성이 만연해서 의회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양당 간의 합의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개탄한다. 두 정당간의 전통적 타협은 사라진 지 오래며 그래서 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두 교수는 이러한 마비상태를 초래한 비타협의 책임이 주로 이념적으로 극단주의에 치우쳐 타협을 비웃고 확립된 사회적 경제적 정책 공조체제를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의회를 미비상태로 만든 공화당에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재선 후 남부 주들의 연방탈퇴 청원

반대세력을 공격하는 데 곧잘 색깔론의 칼을 휘두르던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을 버리고 당명을 바꾸면서 그렇게 싫어하던 빨간색을 당의 색깔로 채택한 것이 이상하다 했더니 미국 공화당을 본따서 그런 것인가? 그러고 보니 새누리당과 공화당은 이념이나 행태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14일자 로스엔젤레스 타임즈는 오바마 재선 후 백악관의 인터넷 '청원 사이트'에 연방탈퇴를 주장하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탈퇴 청원은 오바마의 재선에 불만인, 보수색이 짙은 남부의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루이지아나, 미시시피 등 20개 주의 불평분자들이 그들의 주를 연방에서 분리시켜 달라는 청원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일단의 극단주의자들이 연방정부로부터 자기들의 권리를 되찾으려던 투쟁을 이젠 연방을 탈퇴하는 쪽으로 목표를 바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블로거의 관측이다.

백악관의 인터넷 청원은 2011년 정부와 시민간의 대화 통로를 마련하는 민주적 방법으로 정부가 개설한 "우리가 인민이다"라는 인터넷 플레트폼을 통해 접수한다. 오바마의 재선에 불만을 품은 소집단의 미국인들은 지난주부터 수십만명을 동원해서 연방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광범한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악관에 전달된 청원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려면 1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며 청원에 대한 백악관의 답변을 받기 위해서는 30일 이내에 최소한 2만5000명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11월 14일 현재 시점에서 이 조건을 충족시킨 청원은 없다. 현재 2만2000명의 서명을 얻은 텍사스주는 마감 시간이 12월 9일이다. 1만5000명의 서명을 받은 루이지아나의 시한은 12월 7일이다.

146개 청원목록 중 66개가 연방탈퇴 요구

또 하나의 문제는 연방탈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주(州)들이 텍사스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연방정부로부터 지원이 없으면 하루도 연명할 수 없는 가난한 주들이라는 것이다. 재정문제가 없는 텍사스도 5~10년 사이에 스페인계 인구 증가로 민주당 (州)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백인 인구가 줄고 스페인계 흑인 아시아계 등 소수민족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 백인 지지에 의존하는 공화당의 백악관 및 의회 장악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란다. 결국 사람 수가 민주주의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민주주의는 운명을 같이 하는 두 가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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