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문제없다"서 한발 물러서 … '졸속' 상생협의체 갈등 키워
홈플러스가 마포 합정점, 관악 남현점, 오산 세교점 등 새점포의 개점여부를 유통산업발전협의회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여론의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법적으로나 행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새점포 등록신청을 강행해 왔던 종전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중소상인과의 상생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한 당일과 다음날 점포 등록신청을 하는 바람에 중소상인의 반발은 물론 타 대형마트 등 동업자들로부터도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정은 이렇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2일 다른 대형마트들과 함께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출점을 자제하고 최소한 월 2회 자율 휴무를 시행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어 1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1차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2015년까지 인구 30만 미만의 중소 도시에서 신규 점포 개설을 자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점 자제 원칙에 합의한 당일 홈플러스가 오산시에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을 신청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다.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에 총 매장 면적 1만9000여㎡ 규모의 점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서를 오산시에 제출했다. 오산시는 점포 등록에 따른 결격 사유 여부를 조회하고 지난 13일 홈플러스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홈플러스는 다음날에도 관악구청에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새 점포는 관악구 남현동에 들어설 예정인데 지하 5층·지상 3층 규모로 준공 일은 내년 9월이다. 마포구 합정점도 인근 중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개점이 계속 연기돼왔다.
이밖에 이달 7일 경북 경주시 충효동에 지상 3층, 지하 3층, 연면적 2만㎡의 점포 건축을 신청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주시는 인구 27만여명의 중소도시로 신규출점 자제 지역에 해당한다.
홈플러스는 경주 충효점도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중소상인들과 합의를 거쳐 개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포구 합정점은 2007년 건축허가를 받고 2011년 1월 대규모점포개설등록을 마쳤지만 지역 상인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매월 100억 이상의 운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점을 잠정 보류하고 있고 관악구 남현점은 2008년 6월 부지를 매입해 2012년 1월에, 오산시 세교점은 2010년 10월 부지를 매입 후 2011년 10월에 각각 건축허가를 받았다" 면서 "대규모점포 등록교부 시점이 공교롭게도 상생합의 시점과 겹치면서 합의를 어겼다는 오해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 주도하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상생협의체'가 단순 시행착오를 넘어서 중소상인과 대형유통업체들 사이의 갈등만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생협의체 취지 자체엔 공감하지만 사전 협의나 조율없이 급조한 탓에 중소상인은 중소상인대로,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대로 설익은 합의내용에 불만과 불신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처럼 일선에선 상생협의 내용은 고사하고 협의회가 열리는 것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당초 계획대로 새점포 등록을 신청한 점만 봐도 그렇다. 또 시장상인연합회가 협의체에서 하루만에 발을 뺀 것도 졸속 추진의 후과로 풀이된다. 정권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전시행정 폐해의 한 단면인 셈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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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마포 합정점, 관악 남현점, 오산 세교점 등 새점포의 개점여부를 유통산업발전협의회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여론의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법적으로나 행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새점포 등록신청을 강행해 왔던 종전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중소상인과의 상생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한 당일과 다음날 점포 등록신청을 하는 바람에 중소상인의 반발은 물론 타 대형마트 등 동업자들로부터도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정은 이렇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2일 다른 대형마트들과 함께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출점을 자제하고 최소한 월 2회 자율 휴무를 시행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어 1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1차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2015년까지 인구 30만 미만의 중소 도시에서 신규 점포 개설을 자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점 자제 원칙에 합의한 당일 홈플러스가 오산시에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을 신청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다.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에 총 매장 면적 1만9000여㎡ 규모의 점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서를 오산시에 제출했다. 오산시는 점포 등록에 따른 결격 사유 여부를 조회하고 지난 13일 홈플러스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홈플러스는 다음날에도 관악구청에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새 점포는 관악구 남현동에 들어설 예정인데 지하 5층·지상 3층 규모로 준공 일은 내년 9월이다. 마포구 합정점도 인근 중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개점이 계속 연기돼왔다.
이밖에 이달 7일 경북 경주시 충효동에 지상 3층, 지하 3층, 연면적 2만㎡의 점포 건축을 신청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주시는 인구 27만여명의 중소도시로 신규출점 자제 지역에 해당한다.
홈플러스는 경주 충효점도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중소상인들과 합의를 거쳐 개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포구 합정점은 2007년 건축허가를 받고 2011년 1월 대규모점포개설등록을 마쳤지만 지역 상인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매월 100억 이상의 운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점을 잠정 보류하고 있고 관악구 남현점은 2008년 6월 부지를 매입해 2012년 1월에, 오산시 세교점은 2010년 10월 부지를 매입 후 2011년 10월에 각각 건축허가를 받았다" 면서 "대규모점포 등록교부 시점이 공교롭게도 상생합의 시점과 겹치면서 합의를 어겼다는 오해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 주도하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상생협의체'가 단순 시행착오를 넘어서 중소상인과 대형유통업체들 사이의 갈등만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생협의체 취지 자체엔 공감하지만 사전 협의나 조율없이 급조한 탓에 중소상인은 중소상인대로,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대로 설익은 합의내용에 불만과 불신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처럼 일선에선 상생협의 내용은 고사하고 협의회가 열리는 것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당초 계획대로 새점포 등록을 신청한 점만 봐도 그렇다. 또 시장상인연합회가 협의체에서 하루만에 발을 뺀 것도 졸속 추진의 후과로 풀이된다. 정권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전시행정 폐해의 한 단면인 셈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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